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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t Jobplanet Aug 11. 2022

동료에게 트위터 덕질 계정을 들켰습니다

[별별SOS] 회사 사람 SNS 캐고 소문 내는 동료, 어떡해?


직장인으로서의 삶을 살다보면 별별 일들이 다 있죠. 퇴근하고 혼술 한 잔, 운동이나 명상 10분에 훌훌 털어낼 수 있는 일이 있나 하면, 편히 쉬어야 할 주말까지 주먹을 불끈 쥐게 하는 일들도 있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해결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나요? 혼자 판단하기 어려워서, 다른 직장인들의 생각은 어떤지 조언을 들어보고 싶나요? <컴퍼니 타임스>에게 별별 SOS를 보내주세요. <컴퍼니 타임스>의 에디터들이 직장인들에게 대신 물어보고, 더 나은 직장생활을 위한 방향을 함께 고민합니다.


⭐별별SOS에 사연 보내기(링크)









저는 온라인마케팅 회사를 다니고 있는 30대 초반의 직원입니다. 회사 특성상 20대 후반과 30대 초반의 직원이 많고, 팀장을 제외한 개인이 수평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데요.

그런데 얼마 전, 과거 같은 팀이었던 20대 후반의 동료가 회사에서 제 SNS를 염탐하고 그것도 모자라 같은 동료에게 소문을 낸 것을 우연히 듣게 됐습니다. SNS를 한다는 사실을 밝힌 적이 없었는데 어떻게 찾아냈는지 너무 소름이 끼쳤어요.

문제는 다른 SNS도 아니고 트위터 계정이었다는 겁니다. 저는 원래 만화나 게임, 애니를 좋아하는 소위 오타쿠였던지라 더욱 당황스러웠습니다. 트위터 계정에서는 팬픽도 쓰고 팬아트도 그리고, 피규어 사진을 올리거나 BL 장르를 덕질하고 있어요. 회사에서 일하는 저의 이미지와는 완전 딴판으로 운영하고 있었죠. 아무래도 서브컬처가 하위문화다 보니 이해도가 낮은 일반인들 눈에 제 취미생활이나 저라는 사람 자체가 어떻게 비칠지, 어떤 눈으로 볼 지가 너무 무섭고 두렵습니다. 안 그래도 사회에서는 오타쿠에 대한 시선이 따갑기도 하잖아요.

그 이후 제 개인 SNS는 닉네임을 바꾼 후 비공개로 돌린 상황입니다. 저는 이 공간에서 다른 친구들과 해외인들, 나아가서는 게임 제작진들과 소통하고 있기 때문에 이 공간을 좋아하고, 계정을 폐쇄하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한 사람도 아닌 같은 팀이었던 직원들 모두에게 사생활마저 노출된 것 같은 기분이라 주말 내내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습니다.

이 직원은 이전부터 저 뿐만 아니라 다른 동료들의 개인 SNS를 찾아내고, 수시로 뒷담을 하면서 소문을 내왔습니다. 팀장님 카톡 프사나 인스타그램 아이디를 찾아내기도 하고요. 그 직원이 팀장님을 빼고 만든 네이트톡방에는 팀장님에 대한 험담과 사생활 이야기가 항상 오고가곤 했습니다. 휴일에 무슨 일을 했는지 멋대로 상상하고, 말도 안 되는 소문을 퍼트리고요.

제가 입사할 때부터 그런 거북한 문화가 있어서 거리를 두고 지냈는데요. 저 사람들 눈에 미운털이 박히면 나도 저렇게 마녀사냥의 당사자가 되겠구나 싶어 항상 신경을 곤두세우고 일을 했어요. 이걸 너무 신경쓰다보니 공황장애 비슷한 증상도 왔고 심리상담도 받았었고요. 그런데 아니나다를까 이번 사건으로 저도 피해자가 됐습니다. 저는 그 직원에게 업무 실적으로 견제의 대상이라 더더욱 악의적으로 소문을 퍼트린 것 같습니다. 이 직원의 입에서 시작하는 소문이 얼마나 근거없이 퍼졌는지 상상하면 너무 소름이 돋습니다.

그래도 회사 내 새로운 프로젝트로 팀을 옮겨간 이후 이 직원들과는 일적으로도 사적으로도 엮이는 일이 거의 없었는데요. 이미 소문이 나 회사 내의 제 이미지는 이미 추락할대로 추락한 상황입니다. 직접 담판을 짓기에는 괜한 일을 만드는 것 같아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진심어린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10+년차 에디터
#평점 2점대 회사 여럿 경험한 직장인
#JPHS 애널리스트 유형  (JPHS 테스트가 궁금하면 ▶여기◀
#Z세대와 조금 멀리 있는 M세대



조금 다른 얘기일 수 있지만, 팬덤 문화 얘길 먼저 해 보고 싶어요. 지금은 대중화된 팬덤 문화도 부정적인 인식이 강했어요. 연예인이나 쫓아다닌다면서요. 학업에 지장을 줄까 걱정한 어른들의 우려였겠지만, 오래 전 '딴따라'라 낮춰봤던 예인들에 대한 인식도 한 몫하지 않았나 해요.

그렇다보니 팬덤 활동은 비밀리에 하는 일이 빈번했어요. 특히 보수적이거나 엄한 가정일수록요. 문제는 이런 분위기에선 무의식 중에 "좋아하는 것"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내재화하게 된다는 점이었어요. 마치 "해선 안 될 것"을 하는 듯이요.

불과 몇 년 사이에 인식은 천양지차로 달라졌죠. 팬덤문화가 사회 공헌 활동 등을 펼치며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해 왔고, 연예인들도 세계에서 영향력을 펼치면서 자랑스럽게 내세울 수 있는 활동이 됐어요. 비즈니스 가치가 커진 덕분도 있을 테고요. 마니아 위주였던 장르문학도 웹소설 산업이 성장하니 관심없던 사람들마저 시장에 뛰어들고 자발적으로 공부하고 알려고 하더라고요.

서브컬처 활동도 비슷하게 산업적으로 더 성장하면 사람들이 알려고 하는 문화가 되고, 인식도 많이 바뀔 거라고 생각해요. 팬덤문화가 그랬듯 대중화 이전에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시간이 필요할 테고요. 사회적 편견이 쌓여온 시간도 오래 됐으니까요.

사설이 조금 길었는데요. 위와 같은 이유로 당당하게 즐기시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어요. "내 자신을 사랑해야 남도 나를 존중해준다"는 말처럼 내가 자랑스럽게 즐기면 쉽게 뭐라고 하지 못할 것 같아요. 수군댈 때 "뒤에서 말고 앞에서 말해봐!"라고 당당히 말하면 깨갱하게 되잖아요.

몰이해를 깰 수 있게 얼마나 대단한지 자랑도 하시면서, 이미지를 바꿔나가는 것도 방법이 될 것 같아요. 다른 얘기지만, '이들이 별별이님의 인생에 얼마나 가치 있나?' 생각해 보시면 '이들에게 인정받을 이유가 없는데?' 싶어지실지도 모르고요.

그리고 취향을 존중하지 못하고, 타인을 자신의 잣대로만 판단하는 20대 후반의 동료처럼 타인이 사적인 영역을 공개했을 때 '직장 내 괴롬힘'으로 문제가 되는지 찾아봤는데요. 비슷한 사례에서 회사는 ‘서면경고' 조치했고 담당 노동청은 "조치가 적절했다"고 판단했더라고요. 회사에 문제를 제기했을 때 처해지는 조치 수준은 이 정도를 기준으로 삼을 수 있지 않을까 해요.

가능하다면 새로운 기회로 삼아서, 콘텐츠 산업 분야로 이직해 보시길 제안드려 보고 싶어요. "똥이 무서워서 피하나 더러워서 피하지"란 속담도 있지만, 더 큰 이유는 누구보다 트렌드도 잘 아실 테고, 문화에 대한 이해와 배려, 존중이 있는 곳이 많기 때문에 스트레스 안 받으면서 즐겁게 일하실 수 있을 것 같아서예요.

무엇보다 이런 산업에서는 관련 문화를 잘 아는 분들을 우대하고 있어요. 직무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NHN 코미코는 "웹툰에 대한 열정과 흥미를 가진 신입 지원자"를, 경력 공채 중인 리디는 "콘텐츠 트렌드에 민감하고 이를 즐기는 분"을, 카카오페이지는 "소설, 만화, 드라마, 영화 등 다양한 미디어 콘텐츠를 좋아하시는 분"을 우대했거나 우대하고 있어요.

회사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은 '익명의 인사담당자 A'님과 저연차 에디터님의 조언을 확인해 주세요!






⭐4년 차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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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동료에게 개인 SNS 계정을 들켰다.' 이 문구만으로도 '움찔'한 직장인분들이 적지 않을 것 같은데요. 특히 서브컬처를 덕질하는 계정을, 남 험담하길 즐기는 동료에게 들켰다니 저까지 등골이 오싹합니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사실판단을 정확하게 해야 하는 것 같아요. 사연을 보니 그 동료가 집요하게 별별이님의 계정을 캐서 알아낸 것 같은데요. SNS 계정을 회사에서 사용하다가 들킨 것도 아니고 동료의 해괴한 집착 때문에 발생한 일인데 별별이님이 떳떳하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남들에게 말하지 못할 내 취미를 들킨 게 부끄러울 수는 있죠. 하지만 그게 잘못인가요? 그것도 BL 장르 콘텐츠가 드라마화될 정도로 대중화된 오늘날에요. 누군가 독특한 취향을 가졌다고 해서 그 사람을 욕할 자유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정상적인 사회인이라면 서브컬처 취미를 가진 별별이님을 안주거리로 삼고 낄낄댈 게 아니라 남의 SNS를 맘대로 염탐한 그 동료로부터 거리를 둘 겁니다. 전 팀장님의 SNS를 캐고 뒷담화하는 동료들과 거리를 뒀던 별별이님처럼요.

일단 별별이님의 머릿속에서 그 동료의 존재감을 줄이고, 취미생활을 좀 더 긍정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 같아요. 어차피 이런 사람은 별별이님에게서 관심이 떨어지면 다른 사람들을 안주 삼을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하지만 별별이님을 모욕하면서 치욕스러울 만한 행동을 계속해서 하고 있다면 개인이 이겨낼 수 있는 수준이 아닐 수 있어요. 익명의 인사담당자 A님은 인사담당자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합니다.



[익명의 인사담당자 A님] "이건 뒷담화하는 동료에게 HR 차원에서 경고를 해야 할 문제라고 봐요. 같이 일을 하면서 동료의 사적인 부분을 소문내고, 평판을 깎는 건 조직 차원의 문제거든요. 만약 제가 HR로서 그런 문의를 받았다면 그 동료를 개인적으로 불러서 '이런 행동이 당신 개인의 평가에 결코 긍정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걸 명확하게 이야기할 것 같아요. 사실 뒷담화를 하는 순간순간 본인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를 쌓아가고 있는 거거든요. 뒷담화를 들어주고 있는 사람들도 그 이야기가 재밌어서 들어주는 게 아니라, 그 사람과 문제를 일으키지 않기 위해서 들어주는 척을 할 가능성이 높고요.

조직이 작다면 HR보다는 사수 또는 상사에게 SOS를 요청하는 게 좋을 거예요. 하지만 나를 보호해야 하는 사람조차 나를 보호해주지 못한다면, 그 조직은 계속 재직할 가치가 있는 조직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사적인 내용이 끼어 있기 때문에 문제를 표면화하고 싶지 않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나 자신의 문제가 아니라 그 동료의 문제라는 사실을 명확하게 짚고 넘어가지 않는다면 "내가 그때 왜 그냥 참고 넘어갔지?" 또는 "내가 그때 버텼어야 했는데"라는 후회가 남을 수도 있을 거예요. 용기가 필요한 시점인 것 같아요.

다시 반복하지만, 별별이님, 개인 계정에서 어떤 발언을 했고 어떤 취미생활을 했던 간에 그건 별별이님 잘못이 아닙니다. 정상적인 사람들은 남의 취미생활에 관심이 없어요. 그리고 이상한 사람들이 내 사생활을 가지고 소문을 내더라도 별별이님에겐 일적으로 타격이 없어야 정상적인 조직입니다. 이 문제를 HR든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않고 이대로 흘려보내더라도, 그 사실 하나만큼은 기억해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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