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SOS] 평판 낮은 회사에라도 이직하는 게 나을까요?
직장인으로서의 삶을 살다보면 별별 일들이 다 있죠. 퇴근하고 혼술 한 잔, 운동이나 명상 10분에 훌훌 털어낼 수 있는 일이 있나 하면, 편히 쉬어야 할 주말까지 주먹을 불끈 쥐게 하는 일들도 있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해결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나요? 혼자 판단하기 어려워서, 다른 직장인들의 생각은 어떤지 조언을 들어보고 싶나요? <컴퍼니 타임스>에게 별별 SOS를 보내주세요. <컴퍼니 타임스>의 에디터들이 직장인들에게 대신 물어보고, 더 나은 직장생활을 위한 방향을 함께 고민합니다.
30살에 첫 정규직으로 취직했습니다. 공공기관에 가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고, 운이 좋게도 생각지도 않은 계열의 공공기관에 입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나이도 있고, 계약직으로 관련 경력도 있고 하다보니 저에게 기대하는 부분이 많은 것 같은데 제가 그 부분을 잘 못 해내고 있습니다. 문서 작성도 잘 못하고, 잘 모르는 계열이다보니 회의에서도 소극적이게 되고…. 그런 부분을 스스로 느끼다 보니 직원들과도 잘 못 지내고요. 조금 친하게 지내고 있는 동료 분께서 알려주시길, 다들 제가 역량이 없다고 생각한대요.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끼는 부분이 있기도 하고, 다른 직원분들이 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까지 알게 되니까 '내가 여기에 있는게 피해가 되는구나', '내가 나가길 바라는구나'라고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던 중 다른 공공기관에 합격하게 되었습니다. 그 곳은 잡플래닛 후기가 매우 안 좋습니다. 급여도, 복지도 안 좋고요. 회사 분위기는 지금 다니는 곳과 비슷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요.
지금 회사에서 9개월 차인데, 초기에 있었던 갈등이나 잘 못하는 부분들을 조금씩 고쳐나가고 있다고 생각은 들지만, 지금 회사가 맞는 곳인지 모르겠고…. 그래서 현재 회사보다 더 후기가 안 좋은 곳으로 이직하는 게 맞는지, 여기서 있다보면 괜찮아질 테니 그냥 있어야 하는 것인지 고민입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4년 차 에디터
#팩폭 두려워하지 않는 ENTP
#JPHS '컨트롤타워' 유형 (JPHS 테스트가 궁금하면 ▶여기◀)
#Z세대는 아니지만 M세대
조금 늦었지만 첫 정규직 취업을 축하 드립니다. 사회에 첫 발을 내디뎠군요! 사연을 읽으면서 제 주변 직장인 친구들이 떠올랐어요.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많이들 고민하는 부분이죠. ‘도대체 회사가 날 왜 뽑았는지 모르겠다’ ‘내가 너무 부족한 것 같다’는 생각이요.
일단, 지금 일을 잘 못하는 건 회사 차원에서 그렇게 큰 문제는 아닐 거예요. 오히려 당연하죠. 별별이님은 이제 9개월 차 병아리 신입이니까요. 3년 차에서 5년 차까지는 주니어라고 보는 분위기가 일반적인데요. 그만큼 업무를 새로 배워나가는 단계에 있다고 보기 때문이에요. 이전에 계약직으로 관련 경력이 있다곤 하지만 생소한 계열의 업무라면 아직 적응 중일 시간이죠. 누가 뭐라고 뒤에서 쑥떡대든 간에요.
또 "나이가 있다"고 하셨는데, 삼십대 초반이면 이제 겨우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나이에요. 더 어리고 일 잘 하는 동료들이 있을 수 있지만 "나이값을 해야지"라는 식의 중압감을 가지기엔 아직 한참 이릅니다.
일을 잘 못하는 것 같다면, 부족한 부분을 조금씩 채워나가면 그만이에요. 어제까지 실수를 연발하던 동료가 오늘도 똑같은 실수를 하면 문제겠지만, '어, 저 사람, 어제는 영 1인분을 못 하더니 오늘은 잘 하네?' 그럼 누가 뭐라 하겠어요. 점점 괜찮아 질 거예요. 사람들은 생각보다 타인에게 별 관심이 없습니다.
적응이 쉽지 않더라도 지금보다 조건 낮은 기업에 입사하는 건 말리고 싶습니다. 직장은 바뀌겠지만 나 자신은 똑같잖아요. 지금과 같은 문제가 반복될 가능성도 충분히 있거든요. 이직을 다수 경험한 직장인들이 입을 모아 "그 회사가 그 회사더라"라고 말하는 이유입니다. 현재 보기에 부족한 점이 있다면, 더 좋은 환경에서 훌륭한 동료들을 보고 배우며 성장하는 게 훨씬 낫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별별이님, 남들의 시선과 기대에 자신을 낮추지 마시고, 나 자신에게 좀 더 너그러운 선택을 하셨으면 좋겠어요. 내 편은 나 뿐이잖아요. 때로는 나 자신이 일을 너무 못하고 한심스럽게 보여도 ‘어쩌라고’ 정신으로 뻔뻔스럽게 굴 필요도 있습니다. 이렇게요.
‘일을 너무 못해서 미안합니다. 하지만 어쩌겠어요? 여러분이 절 뽑으셨잖아요! 지금 못하는 건 열심히 해보면서 성장해볼테니, 그때까지 절 견디세요.’
이왕 일하는 거 잘하면 좋겠지만, 그게 별별이님의 가치를 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일, 회사보다 나 자신을 더 귀하게 여기셨으면 좋겠습니다. 그 과정에서 꾸준한 성장도 할 수 있을 거예요. 별별이님의 건강한 일상과 사회생활을 응원해요.
⭐10+년 차 에디터
#평점 2점대 회사 여럿 경험한 직장인
#JPHS 애널리스트 유형 (JPHS 테스트가 궁금하면 ▶여기◀)
#Z세대와 조금 멀리 있는 M세대
첫 정규직이지만 계약직으로 일한 경험이 있어서 더 부담이 크셨네요. 그만큼 별별이님께서 일을 잘해내고 싶은 마음이 얼마나 크신지도 느껴져요. 모든 고민의 시작은 그 마음에서 출발한 거니까요. 게다가 동료 분들이 별별이님을 어떻게 생각하는지까지 들으셨다니, 좌절감 들진 않으셨을지 염려되기도 해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새롭게 합격한 회사에 대한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도망치듯 옮기는 건 지양하시면 좋겠어요. 더 나아질 자신이 있다면 더더욱요. 해결이나 점검 없이 회피하면, 잠깐은 문제에서 해방된 기분이 들겠지만, 그 문제는 새 회사에서 또 다른 얼굴을 하고 찾아오거든요.
첫째, 타인의 말에 휘둘리는 일을 멈춰보세요. 상사나 선배들이 "우리 별별이, 경력도 있고 기대가 커" 이런 말을 하셨을 수도 있을 텐데요. 그 말의 무게를 별별이님께서 늘린 건 아닐까요. 처음 하는 일인데 익숙해질 시간이 필요하죠. 아마 회사 분들도 그 정도의 기대였을 거예요. 자기성찰은 좋지만, 뭐든 과하면 독약이 돼요. 기대치를 조금 가볍게 털어보시면 어떨까요.
'당장 잘해내야 해'란 생각에 매몰되면 긴장도와 스트레스 수치가 급증하고, 시야와 사고의 폭도 좁아져서 감정적으로 판단하게 되고, 확대 해석을 하게 될 수도 있어요. 더 잘할 수 있는 일도 그르치게 되고요. 자신감이 사라지니 목소리도 작아지고, 표정도 굳게 돼요. 눈치만 보고요.
그러니 지금은 남들이 별별이님을 어떻게 생각하든 부담을 내려놓고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겠어요. 부정적 생각이 머리를 채운다 싶을 때는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심호흡을 하거나 신선한 공기 한 번 쐬시거나 남들 없는데 가서 소리 한 번 시원하게 질러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두 번째로 필요한 건 시간 투자입니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천재뿐일 거예요. 그러니 잘 모르는 계열 지식은 퇴근 전후에 시간을 따로 내서 습득하고, 문서 작성도 업무에 중요한 능력이라면 꼭 익히셨음 좋겠어요. 요즘 세상에 알려주는 곳들이 정말 많아요. 과거엔 선배에게 팁을 운 좋게 전수받거나 스스로 고생 끝에 터득해야 했지만, 지금은 검색 한 번만 해봐도 배울 곳들이 뜨는 좋은 세상이거든요.
세 번째로는 별별이님의 성격과 업무상 강점을 점검해 보세요. 단점은 잠시 지워두고요. 내 성격 중 어떤 부분이 업무적으로 도움이 될지, 또 갖고 있는 경험과 능력을 어떤 부분에서 현재 업무에 반영할 수 있을지 살펴보세요. 분야는 달라도 큰 틀에서 분명 응용할 부분이 보일 거예요. 만약 그랬는데도 현재 회사에서 도저히 답이 안 보인다면 이직을 해도 좋겠지만, 정말 없을까요? 아닐 거라 봅니다. 더구나 고쳐나가고 있다고 하셨으니까요.
끝으로 '난 할 수 있다. 생각하는대로 된다'는 주문을 매일 아침 출근 전 외워보면서 마음을 강하게 다잡아보세요. "내가 제일 잘 나가"하면서요. 언제가 됐든 별별이님은 잘 나갈 거니까요. 단지 시간이 좀 걸리는 것일뿐이에요.
별별이님처럼 잘해내고 싶은 마음이 있는 분이라면 조금은 뻔뻔해져 보는 것도 좋은 자극이 될 거라 생각해요. 쉽지 않은 공공기관 정규직에도 채용되신 분이니까 기본 능력도 있으신 거고요. 비록 지금 이 시간이 조금은 힘들겠지만, 나중에 돌이켜볼 때 웃을 수 있는 초년생 시절의 소중한 경험으로 전환시키셨으면 좋겠어요. 분명 잘해내실 겁니다.
⭐지나가다 사연 보고 '라떼' 생각나서 끼어든 10년 차 직장인
#JPHS '중재가' 유형 (JPHS 테스트가 궁금하면 ▶여기◀)
#I와 E 사이에서 오락가락 중인 INFP
#M세대 끝자락에 서서 나도 MZ라 우겨보는 M세대
삶이 힘들 때, 이런 생각이 들곤 합니다.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고 싶다." 요즘 웹소설부터 웹툰까지 회귀물이 유행인 건, 아마도 인생 새롭게 시작하고 싶은 분들이 많아서인 것 같습니다. 아마 별별이님도 잘 안 풀리는 회사 생활을 접고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 있으신 것 같습니다. 그래서 회사를 다니면서도 다른 곳을 알아보신 것일 테죠. 그런데 옮긴다고 해결될 상황은 아닌 것 같습니다. 별별이님도 알고 계신 것 같아요. 그럼에도 고민하고 있는 건, 지금이 너무 힘들어서겠죠. 이해합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노오력 하라'는 말이 부당한 요구처럼 들리는 요즘이지만, 그래도 여쭤보고 싶어요. 별별이님은 지금의 회사에서 어떤 모습이었는지요. 혹시나 인정받지 못하고,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에, 지금 맡은 일을 잘하기 위한 고민보다, 다른 회사를 알아보며 회피하지는 않으셨나요?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고요? 나이도 있고 계약직으로 관련 경력도 있고, 더 나은 공공기관에서 일하다 옮겼는데, 옮긴 회사에서는 더 큰 기대를 하지 않을까요? 이곳에서도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 같지 않으면 또 다른 회사를 찾아 떠나실 건가요?
'운 좋게' 들어갔다고 생각한 회사에서 '내가 부족해서' '사람들이 나가길 바라는 것 같아서' 이직하기에 9개월이라는 시간은 짧은 것 같습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사연만 보고 단언해 말하기는 섣부를 수 있지만, 그래도 이 이야기를 드리고 싶어요.
사실 신입 때는 다들 별별이님과 비슷한 생각을 할 겁니다. 해보지 않은 일, 낯선 환경, 업무로 만난 사람들. 일을 하다 보면, 실수도 하고, 스스로 부족함을 느끼죠. 처음은 다들 비슷한데, 수년이 지나고 나면 차이는 점점 크게 벌어집니다. 이 차이를 만드는 것은 '처음'이라는 험난한 시간을 어떻게 대응했느냐에 있을 겁니다.
예전에 함께 일했던 선배가 있었어요. 일 잘하고, 인정받는 10년 차쯤 된 선배였죠. 술 자리에서 다른 선배가 "얘 진짜 용됐다"는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무슨 말인가 했죠.
"처음 입사했을 때 글도 너무 못 쓰고 사람 대하는 것도 못하고, 동기들과 비교해도 너무 부족하더라. 정말 많이 혼나고, 깨지고,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도 '얘가 계속 다닐 수 있을까' 싶었다. 그런데 3년 쯤 지나니 글 잘 쓴다, 일 잘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알고 봤더니, 일 마치고 혼자 남아 두어 시간씩 필사를 했다더라. 술자리가 있으면 술 먹고도 집에 가서도 쓰고. 신입 때야 한두 달 할 수 있는데 그렇게 3년을 했단다. 지금도 일 마치면 혼자 공부 한다는데, 대단하지 않냐. 사람이 달라 보이더라."
사람들은 '부족한 신입'은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부족한데 계속 똑같을 때, 나아지기 위한 노력조차 엿보이지 않을 때 실망을 하죠. 그러니 하루하루 조금씩 나아지면 돼요. 지금 부족하다는 건 앞으로 성장할 여지가 더 많다는 것 아니겠어요? 별별이님, 지금도 열심히 하고 계실 거예요. 하지만 그 노력이 빛을 발하려면 시간이 필요해요. 노력은 쌓여야 어느 순간 빛을 내거든요. "이만큼 했는데도 안돼!"라고 하기에 9개월은 정말 좀 짧은 것 같아요.
별별이님은 운 좋게 입사를 했다고 하지만, 지금 회사에 입사를 한 것, 또 다른 공공기관에 합격 한 것을 보면, 결코 신입으로서 역량이 부족한 것은 아닐 거예요. 회사는 역량과 가능성을 보고 별별이님을 합격시킨 것일 테니까요. 회사는 발견했는데, 왜 스스로는 부족하다고 평가하고 자신의 가능성을 외면하려고 하세요? 조금만 더 고민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다만, 지금 회사를 떠나는 선택을 하시더라도, 별별이님의 선택을 응원합니다. 짧은 글 속에 다 담기지 않았을 별별이님의 이유가 분명 있을 테니까요. 얼마나 좋은 회사에 다니는지가 별별이님의 가치와 행복을 결정짓지는 않을거예요. 어떤 선택이라도, 별별이님이 좀더 편안하고 행복해질 수 있는 선택을 하시길, 진심으로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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