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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취준생LAB Jun 06. 2021

[컨설팅] 조직이란 무엇일까?

1박 2일 워크숍 일정 중 엠제이는 깊은 자기반성을 하게 된다.


"1박 2일간 고생하셨습니다!"

무거운 백팩을 든 나는 대표님 차에서 벗어났다.


이번 주 컨설팅 일정은 빡빡했다.






직원 미팅


아직 끝나지 않은 미팅이 계속되었다.


이번 주 미팅 대상은

전 직장에서 20년간 근무를 하다 현 직장으로 이직한 지 6개월이 채 안된 직원이었다.

분수가 쏟아지는 로비를 지나, 새로 지어진지 얼마 되지 않은 사무실에 올라갔다.


"대표님 열정을 보고 은퇴 때까지 하려고 들어온 건데.. 막상 들어와 보니 다르더라고요.

대표님이 나가면 이 회사는 무너질 것 같아요."


직원의 생소리를 정리하자면,   

1. 지금까지 이 조직이 낸 성과는 대표님 개인역량으로 달성한 거다.

2. 하지만 앞으로 추가 성과를 내려면 조직의 힘으로만 가능하다. 

3. 직원들에게 책임과 권한을 주지 않아 직원들의 목표가 사라졌다.  


직원 내부에서 리더에 대한 비판이 나온 건 처음이었다. 또한 조직의 한계와 원인을 알려준 직원도 처음이었다. 대표가 빠지면 우르르 무너지는 모래성 같은 조직. 진솔한 조직의 민낯에 나는 집으로 가는 내내 마음이 좋지 않았다.



위태로운 성



워크숍


소수정예 직원들과 함께 1박 2일 워크숍을 오게 되었다.


첫날 오전은 회사가 이전에 했던 활동들에 대해 피드백하는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하지만 직원들의 반응이 없어 전체적 분위기가 경직돼있었다.

'이전에 우리 회사가 했던 활동들 중 예기치 못하게 성공했던 경험이 뭘까?' 

'우리 회사에서 잘하는 건 무엇이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쉽게 나오지 않았다. 

 가만히 속기를 하고 있으면 더욱 잘 느껴진다. 모두가 '이런 걸 해서 뭐가 바뀌나'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커진 느낌이었다. 직원들이 반응이 없어 속기를 하고 있는 내가 다 민망했다.

결국 대표님이 먼저 지난 여러 미팅 후, 회사를 진단한 내용을 쉐어링 했다. 그리고 지금껏 회사가 쌓아놓은 데이터를 이용하면 막강한 회사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하셨다.


그러다가 한 직원이 문제점을 짚었다.

"사실 그 데이터는 저희 내부에서 가지고 있는 데이터가 아니에요."


말을 시작한 직원은 한 시간 동안 자신의 의견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덩달아 내 손도 바삐 움직였다. 이 직원은 왜 이런 발언을 할까? 직원의 프로파일을 한번 확인하고 납득했다. 이 사람이 이런 걸 잘해서, 이런 발언을 하는구나. 이 사람은 이 업무에 대해 답답해했겠구나.


직원이 잘하는 건 저마다 다르다.

저마다 다른 강점을 지닌 직원들이 모여 조직은 목표를 세우고 성과를 낸다.


한 직원의 스타트로 직원들은 저마다 의견을 표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직원들에게 조직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주제로 자유 토론시간을 주면, 똑같은 내용이 오고 갔다.


'일의 체계가 없어요. 일에 손을 대기 시작하면 다 책임져야 하니 그냥 안 해요. 서로 안 하려고 떠넘겨요. 업무분장을 명확히 해줄 사람이 없어요....'


그래도 여러 불만 섞인 의견 속에서도 직원들이 머리를 맞대니 조직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그려졌다.


우리의 고객이 누구인지,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건 무엇인지,

현재 시장 상황은 어떤지,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면 좋을지,


직원들이 직접 발표하고 정리하는 시간으로 1박 2일 워크숍 일정을 마쳤다.


자료 정리하느라 11시 넘어서 끝난 1일 차, 대표님은 더 오래 정리하시다 늦게 주무셨다ㅜㅜ









조직의 허리가 돼줄 인재들이 퇴사해 뼈 아픈 리더, 명확하지 않은 R&R로 퇴사를 생각하는 젊은 직원들.

워크숍을 마치고 대표님 차에서 내려 집으로 가는 길. 많은 생각이 들었다.


시스템이란 뭘까?

조직이란 뭘까?

리더란 뭐지?


나는 어떤 리더였을까?


워크숍 장소가 내 초등학교 수련회를 떠올리게 했다.


내가 학창 시절 도맡아 했던 건 부반장이나 서기였다. 초등학교 수련회 때 반에서 한 명 떠들었다고 반장이 30분 동안 벌 받는 걸 봐서일까. 모두를 대표해 책임지는 일에는 한발 물러나고 싶었다. 그래도 어느 정도 급우에게 영향을 주고, 선생님들의 신뢰와 사랑을 독차지하는 역할을 하고 싶었나 보다. 참 영악한 아이였다.


그랬던 내가 우연히 한 가게를 책임지고 운영하게 되었다. 성과도 있었다. 배운 것도 많았다. 사실은 너무 힘들었다. 가냘픈 내게 풀타임 주방 노동은 힘들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힘든 건 사람이었다. 워낙 갈등을 싫어하는 탓에, 알바 친구들에게 명령과 지시를 해야 하는 날이 있으면 하루 전부터 머리가 너무 아팠다. 나도 밀레니얼 세대이면서,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알바 친구 중 하나였으니까 그들의 입장이 이해가 갔다.


자기시간을 제공하는 것만으로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조직원

고객에게 가치를 전달하는 일로 성과를 내야 이익을 얻는 조직

둘 사이의 을 메우기가 너무 어려웠다.


잠깐 용돈벌이 하러 나온 알바 친구들에게 책임이란 단어를 주기엔

그들이 하는 생각이 어떤 건지 알고, 심지어 눈에 보이니 말을 꺼내기 쉽지 않았다.


그래도 넘치는 정으로 돈독해진 알바 친구들이 마지막 근무 날 내게 편지를 주고 갔을 때가 있었다. 대부분은 슬프고 감사하단 내용이었지만, 체계가 없어 초기에 힘들었다는 피드백도 적혀있었다. 내가 신경 써서 배려해준 일들이 알바 친구들에겐 독이 아니었을까? 오히려 알바 친구들에게 필요한 건 명확한 R&R이 아니었을까? 어쩌면 알바 친구들도 고객에게 가치를 전달하면서 스스로 내적인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게 아닐까?



리뉴얼 단장 중인 매장을 생각하며

어떻게 하면 리더로서 조직원인 알바 친구들을 잘 이끌어갈 수 있을지

이 알바 친구들로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할지



안 그래도 생각이 많은 엠제이는 생각이 가득한 채 이번 주 컨설팅 일정을 마무리했다.









반성을 마친 엠제이가 실제 적용할 것   

1. 조직 구성원에게 R&R을 명확히 해주자. 알바 친구라면 더 프로세스를 더 쪼개 주자.

2. 조직이 굴러갈 수 있는 시스템을 앞단에서 디테일하게 설계하자. 

3. 책을 많이 읽자. 대표님에게 지금보다 더 많은 도움을 주자.

4. 타자연습을 다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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