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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취준생LAB Jun 18. 2021

[컨설팅] 리더와 함께 점심을

대표님과 3시간 넘게 밥을 먹은 엠제이는남몰래 눈물을 훔쳤다.






덜컹덜컹...


이 창에 보이는 게 푸르른 잔디밭이면 좋으련만......

지하철 속 시커먼 창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워크숍 때의 푸르른 잔디밭을 뒤로하고, 빽빽한 건물들 사이로 복귀한 엠제이는 월요일을 맞이했다.


매주 월요일 BP팀과 30분씩 진행하기로 한 미팅.

항상 그랬듯이,

본사 건물에 진입한 나는 이방인처럼 대리님께 문을 열어달라고 요청해야 했다.


"어이쿠 대리님, 너무 감사합니다. 바쁘실 텐데 문 열어 달라 해서 죄송해요 "

"아닙니다 "


이방인은 오늘도 할 말이 많다.


이제는 나름 익숙해진 본사 건물,

입성한 회의실,

쉐어링 되는 내용,

이어지는 긴 침묵...

...


새로 의견을 내던 지난주의 그분들은 어디 가고 다들 침묵의 시간을 갖고 계셨다. 그렇게 의견이 아닌 내용 공유에 초점이 맡겨진 미팅이 끝났다. 과연 이대로 이 조직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인가? 약간의 우려 속에 나는 속기록을 정리했다.







다가오는 점심시간과 .. 대표님?

앗, 마스크를 쓰고 계셔서 못 알아 뵜네, 내가 잘못 본게 아니었다.

그렇게 처음으로 대표님과 함께 식사를 하게 되었다.


대표님은 엘레베이터를 기다리는 동안 드시고 싶으신 음식을 말씀하셨다.


"내가 옥수수를 좋아합니다. 근데 거기가 옥수수를 달라하면 다 계속 주대?"


'옥수수...?'


대표님이 향한 곳은 생각지도 못한 멕시코 음식점,



(옥수수라는 게 알고 보니 식전에 제공되는 옥수수 나쵸칩을 말씀하시는 거였다.) -사진출처: ssg

-

식사하다 보니 대표님의 이야기가 끊이질 않았다. 아니 근데 이게 웬걸, 들으면 들을수록 할머니가 들려주는 옛날이야기처럼 재밌지 않은가. 나는 평소 경청하는 척을 잘하지만, 이번엔 '척'이 아니었다. 또랑또랑한 눈을 반짝이며 경청했다.


"내가 그때 도망가려고 했어요, 근데 회장님이 그걸 딱 알고 3년만 더 해보자 한 거에요"


중국으로 도망가려는 대표님을 붙잡은 회장님의 에피소드를 들으니, 얼마 전 모든 걸 때려치우겠다고 외쳤던 내가 생각났다.


"공장에 내려가 보니까 엉망이야, 그래서 그 친구랑 같이 처음부터 다시 했어요"


공장에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여 A부터 Z까지 혁신시키신 에피소드를 듣고, 말이 쉽지 진행하면서 얼마나 고난이 많았을까 상상이 가지 않았다.


"러시아 사람들은 법이 없어요"


러시아에 주력 품목을 수출하다가 10억을 떼인 에피소드를 들으니, 그런 일을 현장에서 몸소 겪고 강단 있게 처리하신 대표님이 대단하단 생각이 들었다.


에피소드마다 웃음으로 마무리하셨는데, 그 미소엔 아직 장난스러운 소년기가 남아있었다. 한때는 젊었을 대표님의 시간 속에 그토록 많은 일들이 있었다니, 듣는 중간중간에 나는 눈시울이 붉어졌다.


얼마나 많은 경험을 했기에 지금의 위치에 있으신 걸까.


그리고 대표님이 수줍게 내미신 핸드폰.


"워크숍을 한다고 해서, 가기 전에 직원들한테 이걸 보낼까 했어요, 내가 직접 만든 건데, 이걸 아들한테 보여주니까 요즘 사람들한테 이런 거 보내주면 욕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보내진 못했고.."



위와 비슷한 사진 여러장에 직접 글자를 넣어 만든 동영상이었다.


워크숍 전, 직원에게 보내려고 직접 만드신 동영상을 보여주셨다. 물론 사진만 이어 붙여 만든 투박한 동영상이었지만, 직원을 향하는 애정, 조직의 목표를 향한 마음이 가득 담겨있었다.




(망상토끼는 나와 닮았다)

보는 내내 어떤 마음으로 만드셨을까, 또 눈물을 삼킨 나는 티 내지 않으려고 애쓰느라 

후식으로 나온 커피만 연신 홀짝였다.



대단한 건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00(경쟁사) 걔네들이 우리 꺼 먼저 가져가서 했어요. 지금 걔네들이 미국에 00을 하는데, 시스템이 어떻게 되느냐 봤더니 사람 몇 명을................."

"예전에 00가 영업을 어떻게 했냐 하면..."

"00를 참고해서 교육을 시켰었어요"

경쟁사에 대한 모든 것, 경쟁사뿐만 아니라 참고해서 적용할만한 BP들을 모조리 꿰뚫고 계셨다. 또한 과거에 타사의 BP를 가져와 조직에 적용해 성과를 내보신 경험까지 말씀해주셨다. 이해하기 쉽게 술술 설명해주시는데, 책 속에 나오는 경영전략을 오디오북으로 듣는 것 같았다.


여태껏 많은 책을 읽었지만 

'엠제이는 책만 많이 읽고 내용을 실제로 적용해보지 않는다'라는 피드백을 들어왔는데, 

실제로 내 마음 한 구석엔 냉소적인 의구심이 있었던 것 같다.

저게 실제 될까? 책에선 일정 부분 보기 좋게 포장한 게 아닐까?


하지만 오늘 부로 깨달았다.

정말 있다. 실제로 적용하면 정말로 성과가 난다.



식사를 시작한 시간은 12시

식사를 마친 시간은 3시 30분


식사를 마친 뒤, 감격한 나는 여러번 대표님께 인사를 드렸고

대표님은 미소와 함께 유유히 사라지셨다.



장장 3시간 30분 동안

한 사람의 일대기를 적은 소설과, 잘 짜인 경영서적을 동시에 읽고

생생하게 간접 경험한 느낌!



한권의 책 이상으로 많은걸 깨닫게 해주는 식사 시간 이었다.









눈물 흘린 엠제이가 실제 적용할 것   

1.내가 운영하고 있는 조직을 A부터 Z까지 분석하고 혁신하자 (누구와 함께 해야 할까?)

-직원들 출근부터 퇴근까지 업무내용을 분석한다.

-이 업무에 도출될 결과를 분석한다.

-실제 개선지표로 삼아 주별로 피드백 한다.

-반복하여 시스템으로 만든다.

2.BP삼아 내가 운영하고 있는 조직에 적용하자

-초창기 마켓컬리를 BP삼아 고객에게 직접 여쭙자. 

-고객 피드백 내용을 토대로 원가가 오르는 품목을 대체할 만한 상품을 찾자

3.경험을 두려워하지 말자.

-갈등을 회피하려는 마음을 앞단에서 지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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