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니어 마케터가 배운 일에 관한 15가지 사실 (1)
by ASH
Dec 21. 2020
1년 동안 2개의 스타트업을 경험했다. 지난 1년을 돌아보면 '성장'을 위해 무언가를 배우며 고군분투한 나날들의 연속이었다. 미친 듯이 일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성장했다고 생각했다. 지식을 전달하는 콘텐츠 마케터라는 직무 특성상, 고객들에게 반 발짝 앞선 지식을 전달해야 했다. 그래서 고객보다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익히며 더 빠르게 성장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게 3개월, 반년, 1년을 보내며 성장을 위해 노력했다. 그러다 문득 '진짜 내가 많은 것을 배우고, 성장한 것이 맞을까'라는 고민을 시작했고, 이를 어떻게 스스로 확인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그리고 내가 배운 것과 나의 성장을 확인하기 위해서, 배움과 성장에 대해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내가 배운 것을 글로 남겨놓지 않는다면 내가 배운 것들은 휘발되어 결국 내 것이 아니게 되고, 어느 순간 성장도 멈출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 성장을 확인하고 앞으로도 계속 성장하기 위해, 또 성장을 하고 싶은 모든 분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글을 시작한다. 총 15가지의 배운 점을 한 편에 5개씩, 총 3편으로 나눠 작성할 예정이다.
어디서 어떤 일을 하든, 모든 주니어는 무언가를 끊임없이 배운다. 또 많은 주니어들이 "OO 선배, 사수에게서 많이 배워서 좋아"라는 말을 흔히들 한다. 혹은 그 반대의 말도. 하지만 먼저 회사생활을 시작한 선배를 보고 배운다는 것에 대해 "진짜 그게 내가 뭔가를 배운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배운다는 것은 뭘까"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기 시작했고, 내 결론은 "무언가를 배웠다면 이를 글로 써서 정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나조차도 이해하지 못하고, 설명하지 못하는 것을 어떻게 내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따라서 진짜 내 것으로, 내가 배웠다고 100% 확신을 갖기 위해서는 내 머릿속에 있는 것들을 남들에게 명확히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검증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글이다. 쓰면서 내가 무엇을 몰랐는데, 지금은 아는지 등을 생각하며 무엇을 배웠는지 알 수 있다.
무언가를 배웠다면, 글로 쓸 수 있어야 한다
"왜" 내가 이 일을 하는지, 왜 이러한 방식으로, 이만큼의 시간을 들여 일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그래야 생각 없이 일하지 않고 더 효과적으로, 효율적으로 일하며 성장할 수 있다. "왜"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은 고통스럽지만, 이에 대한 답을 정확히 찾아낼수록 성장이 빨라진다. "왜"라는 질문을 계속해서 던지며 적어도 내 일에 대해서는 아주 사소한 디테일까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다른 구성원이나 상사에게 A 안을 제시했을 때, 어떤 기준을 가지고 왜 A 안을 선택했는지 왜 B, C 안을 선택하지 않았는지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더 나아가 A 안을 선택한 근거가 A-1, A-2, A-3이라면 왜 이 세 가지를 A라는 주장에 대한 근거로 선택했는지까지 스스로 알아내야 한다. "왜"라는 질문에 대해 디테일하게 파고들다 보면, 그동안 내가 알지 못했던 많은 것을 보고 배우며,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
정해진 KPI 안에 숫자를 채우는 것은 누구나 한다. 슥슥 긁어다가 붙여 넣기만 하면 되니까. 요즘은 업무 자동화 툴을 이용해 자동으로 입력할 수 있는 방법도 많다. KPI 측정만으로는 빠르게 실력을 높이고 성장하기는 힘들다.
진짜 실력은 어떤 KPI를 측정할지 결정하는 능력이다. 이 KPI가 왜 중요하고, 다른 많은 지표도 아닌 이 KPI를 왜 측정해야 하는지, 이 KPI를 측정하는 게 내 일, 내 성과, 그리고 회사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내 일의 의미를 찾을 수 있고, 어느 KPI나 규칙이 주어져도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진짜 내 실력이 된다.
설령 기존부터 있던 KPI라고 하더라도, 이 KPI가 나와 회사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이해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의 실력과 성장 속도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결국 KPI라는 룰 안의 숫자를 빠르고 정확하게 채우는 게 실력이 아니라, KPI라는 룰을 만드는 것이 진짜 실력이다.
비슷한 맥락으로 가이드라인대로 일하는 건 누구나 다 한다.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내고, 가이드라인을 남들에게 납득시킬 수 있는 능력이 진짜 실력이다. 결국 KPI든, 가이드라인이든 특정 기준과 룰을 누구나 납득할 수 있도록 논리적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 진짜 실력이다.
단, 100% 이상 최선을 다했을 때만 이 말이 해당된다. 대충 해놓고 Done is Better than Perfect라고 하는 것은 안 하느니만 못하다. 어차피 사람인 이상 100% 완벽한 결과물을 내는 건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100% 완벽한 결과물을 만드려고 집착하기보다는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의 결과물을 만들고 미련 없이 새로운 작업을 시작하면 된다. 하나만 만들고 끝내는 거 아니니까, 앞으로 계속 만들 거니까. 지난 결과물에서 놓쳤던 부분을 보완해서 다음 결과물을 만들면 된다.
이렇게 한 결과물을 만들 때 100%를 넘어 120%, 130%의 최선을 다해 도전해본 사람들만이 더 다른 결과물, 다른 분야에 도전하더라도 성과를 낼 수 있다. 최선을 다해 한계를 넘어서려는 과정은 고통스럽지만, 그 과정을 끝냈을 때의 성취감과 뿌듯함은 잊을 수가 없으니까. 노력 대비 성과, 투입 대비 결과 등 효율성을 따지지 않고, 최선을 다해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느끼는 인생의 깊이와 폭은 분명히 다르다.
단, 최선을 다했을 때만이다.
세 가지 모두 다른 업무처럼 보이지만, 사실 뜯어보면 필요 역량은 모두 똑같다. "핵심 내용을 논리적으로 구성해 타인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
실제 회의는 절대 주제에 맞게 흘러가지 않는다. 처음에는 PAID 채널 마케팅 얘기로 시작해서, 어느 순간 프로덕트 개선으로 주제가 넘어가 있다. 회의록을 작성할 때, 회의 내용 그대로 시간 순으로 작성한다면 이해하기 어려운 낙서에 가까운 회의록이 만들어진다. 따라서 회의록은 주제에 맞게 재구성해서 회의에 참석하지 못한 사람들도 보면 전체 회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게 논리적으로 적어야 한다.
메일도 마찬가지다. 메일의 목적은 내가 원하는 것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거나 얻어내는 것이다. 따라서 받아보는 사람이 한눈에 핵심을 파악할 수 있도록, 논리적으로 이해하기 쉽게 적어야 한다. 그래서 인사말보다 핵심 내용을 먼저 명확하게 쓰는 것이, 메일을 쉽게 쓸 수 있는 요령 중 하나다.
폴더링 역시 폴더 이름만 보고도 누구나 원하는 파일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논리적으로 정리해야 한다. 그래야 내가 원하는 파일을 찾는데 시간을 낭비하지 않을 수도 있고, 더 효과적으로 인수인계를 할 수 있다. 또한 많은 구성원들이 함께 사용하는 폴더일수록 쉬운 폴더링이 중요하다.
5가지 넘버링으로 여러 얘기를 썼지만, 결국 한 마디로 요약하면 "주어진 일을 쳐내기에 급급해서 힘들다면, 성장하는 게 아니라 그냥 지치고만 있는 거다. 더 나은 결과를 낼 수 있는 방식을 찾아 고민하고, 노력하며 힘들어야 진짜 성장하고 있는 거다." 정도가 될 수 있다.
모든 주니어는 힘들다, 특히 사수도 없고 매뉴얼도 없는 스타트업의 주니어들은 더 힘들다. 내가 잘하고 있는 건지, 성장하고 있는지 알 방도가 없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혼자서 고군분투하며 끊임없이 회고하고 성장하려 노력하는 주니어들이 많다. 많은 주니어들에게 이 글과 앞으로의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본 글은 작가 ASH님의 허가를 받고 취준생LAB 브런치에 재연재하는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