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지박약이라고 하죠
마음이 조급한 편이다. 그래서 짧은 기간 내에 좋은 결과가 눈에 띄지 않으면 의지가 빨리 꺾이는 것 같다. 내가 하고 있는 대부분의 일들의 좋은 결과를 찾아보기 힘든 요즘이다. 그래서 그런가. 부정적인 기운이 내 안에 가득해서, 내 마음속에 곰팡이가 피고 있는 것 같다.
주말마다 소설 기초반 수업을 듣고 있다. 수업이 끝나면 배운 내용에 대한 과제가 제시된다. 과제 주제는 매번 달라지지만 형식은 유사하다. A4 용지 1매가 안 되는 분량의 글을 작성하는 것이다. 쉽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호되게 당하고 있다.
본격적인 과제의 시작은 소설의 도입부를 작성하는 것이었다. 초보자 치고는 잘 썼다고 생각하며 나름 결과물에 만족했다. 그리고 피드백을 받았다. 꾸중을 들은 건 아니었다. 기초반이기도 하고, 피드백을 받는 분위기도 화기애애했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생각해 볼수록 초라해지고 외톨이가 되는 기분이었다.
피드백의 주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주제 도출 능력은 좋지만, 도입부에 등장했어야 할 요소들이 드러나지 않았다.
피드백은 수업을 하기 전 서면으로 먼저 받고, 수업이 끝난 후 서면으로 받은 피드백에 대해 설명을 듣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단순히 서면으로 피드백을 받았을 때도 기분이 썩 유쾌하지는 않았다. 도입부에 등장한 인물들 간의 서사가 없다는 내용에 풀이 죽었기 때문이다. 기초반 수업에서 소설을 쓰는 사람은 투지를 가져야 한다고 들었는데, 순식간에 투지를 잃은 기분이었다.
더 의지가 꺾인 건 수업 중 나만 좀 다르다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소설에서는 사건 설정이 중요하다고 배웠다. 소설을 이끄는 중심 내용이기 때문이다. 다들 도입부에서 사건도 잘 설정했고, 과제의 주 내용이었던 장면도 잘 묘사한 것 같았다. 나의 경우, 사건은 굉장히 비대했으며, 장면 묘사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본격적인 인물 묘사를 시작했다. 처음부터 잘할 수는 없다지만, 내 경우만 좀 다른 것처럼 느껴져 씁쓸했다. 포기해야 하나 생각도 들었다.
개인별 피드백에 대한 부연설명을 하시던 선생님이 내게 왜 사건을 크게 설정했냐고 물어보셨다. 내가 썼던 글에서의 사건은 사망사고였다. 나는 대답했다. 사건으로 쓸 만한 다른 게 떠오르지 않았다고. 선생님은 웃으시며 너무 크게 생각하지 말라고 하셨다. 내가 회사를 다니며 겪는 일상 속의 문제도 소설 속 사건이 될 수 있다고 하셨다.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긴 했으나 아직 잘 모르겠다.
물론 처음 쓸 때보다 지금은 좀 더 일상 속 문제에 대해 가까이 접근하고 있긴 하나, 문제의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을 소설 속에 담을 수는 없지 않은가. 어렵다, 참. 과제를 하면서 나의 열등한 모습을 몸소 목도하고 나니 눈물이 날 뻔했다. 회사 일하면서도 느끼는 거지만, 인생 참 어렵고, 인생.. 거저먹고 싶다.
글 쓰는 것만 어려운 게 아니다. 독립 준비를 하려 애드센스 신청도 열심히 하고 있는데, 벌써 몇 번째 떨어졌는지 모르겠다. 강의까지 들으면서 시도하고 있는데, 포기하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이럴 때마다 그냥 다 포기하고 회사나 진득하니 다닐까 싶은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지만, 또 그건 싫다. (나도 내가 어쩌자는 건지 모르겠다.) 인생은 원래 이렇게 고독하고 재미없는 것일까. 나는 이룬 것 없이 고뇌에만 빠져 재미없게만 살다가 죽으려나. 살려줘요. 다 같이 힘든 중생들, 힘내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