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안 써지는 걸요
열 개의 생각보다 한 개의 문장이 낫다.
얼마 전부터 듣기 시작한 소설 기초반 첫 수업에서 진행된 내용 중 하나다. 일상 속에서 떠오르는 생각들을 잘 엮어 문장으로 탄생시키는 게 소설 쓰기의 시작이라는 뜻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해석을 했다. 백 날 생각만 해봤자, 써내려가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소설에만 해당되는 내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직장에서 쓰는 글에도, 하다못해 개인적으로 쓰는 일기에도 해당되는 얘기다. 생각의 휘발성이 강력하다고 체감하는 요즘, 매일 내게 벌어진 일들을 기록하려고 노력 중이다. 써내지 않으면 지나간 일상들을 기억해내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요즘 회사에서 몸을 갈려가며 살고 있는데, 집에 들어오는 순간 방전되는 것이 그 증거다. 퇴근 후의 삶은 없고, 회사에서의 삶만 살다보니, 머릿속에 남는 순간들이 몇 없다. 반복되는 일상이다. 그래서 인생을 소모적으로만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이라도 요즘의 내 인생에 의미 부여를 하기 위해, 잘 해내고 있다며 나 자신을 격려하기 위해, 자기 전에 하루를 곱씹고 있다.
그런데 이게 비단 글쓰기에만 해당되는 이야기일까? 걱정만 하다가 시간을 보내는 내게 따끔하게 가르침을 주는 이야기가 아닐까? '한 문장을 써내려가는 것'이 소설 속에서는 '실행'이 아닌가. 생각이 많고, 걱정이 또 다른 걱정을 야기시키는 내게 깨달음을 주는 문장이었다. 생각만 하지말고, 그냥 부딪혀 보는 것. 실행의 중요성.
생각이 많은 편이다. 그래서 무언가를 시작하기 위한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는 편이다. 겨울철 차 시동에 충분한 시간을 들여야 하는 것처럼 마음의 준비가 많이 필요한 편이다. 왜 그럴까 생각을 해보았다. 그 원인은 크게 2가지라고 생각한다.
첫째, 떠오르는 생각들이 많다. 어떤 것을 착수할 때 필요한 생각들이 머릿 속에서 이리저리 굴러다닌다. 정리가 안된다. 결론을 내리기가 어렵다. 무엇을 고민하는 지도 모른 채 그냥 불안한 채로 골똘히 생각에 잠긴다. 머릿 속에서 어떤 사유의 과정이 이루어지는 지도 모른 채로 가만히 있다보면 절로 불안이 커져 있다.
둘째, 어울리지 않게 완벽을 기한다. 능력은 안 되는 것 같은데, 완벽을 추구한다. 그래서 시작이 늦어진다. 잘 해내고 싶은 욕심은 가득하나, 그걸 해낼 역량은 부족하기에 선뜻 움직이지 못한다. 게으른 완벽주의자도 나고, 불완전한데 완벽을 바라는 자도 나다.
한 문장을 써내려 가기 위해, 실행을 하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다.
첫째, 무작정 움직인다. 얼마 전에 액티브 힐링이라는 단어를 알게 되었다. 말 그대로 힐링을 하기 위해서 액티브해지는 거다. 먼저 행동을 하고, 그 행동에 따른 힐링을 하게 되는 개념이다. 예를 들면, 무료해질 때 무작정 밖으로 나가 산책을 하면, 기분이 좀 더 나아지는 경험, 이것이 액티브 힐링이다. 내 상황을 정확히 설명하는 단어는 아닐 수 있으나, 걱정만 하는 것보다 뭐라고 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방 바닥에 누워서 걱정의 바다에 빠져죽을 바에야, 그냥 나왔다. 공유 오피스 1회권을 끊고, 본전 생각하며 이 글을 쓰고 있다.
둘째, 개소리든 뭐든, 그냥 싸지른다. 난 완벽하지 않은 인간이다. 나 자신을 믿지 말자. 그냥 괴발개발 써 놓고, 여러 번의 퇴고 과정을 거치자. 어떻게든 초안을 적어놓고, 몇번이고 들여다보면 처음보다는 나아지는 법이니까. 두렵더라도 그냥 첫 문장을 쓰자.
공유 오피스에서 5시간 째. 난 무엇을 했나. 챗 지피티와 유튜브 작업을 위해 가벼운 대화를 하고, 싸온 도시락을 먹고, 나를 위로하며 이 글을 쓰고 있다. 목표는 창대했으나 결과는 녹록치 않다.
아직 내게는 소설 기초반 과제가 남아있다. 걱정만 하지 말고 우선 쓰기나 해라. 완벽을 기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