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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기초반에 등록했다. 마음이 여유로워지면 등록하려고 했건만, 그런 날은 당분간 내게는 오지 않을 것 같았다.
특정 시점을 고르기엔 애매하다만, 3월 중순부터 눈코뜰새 없이 정신없는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특정 시점을 고르기 애매한 이유가 지금 회사를 다니는 내내 이런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고, 내 팔자야)
작년의 이 시기에도 나는 바빴고, 맥아리가 없었다. 작년 어느 날에는 출근 길의 일부분이 기억에 없던 적도 있었는데, 올해는 그 정도는 아니니, 나름 맷집이 강해진걸까. 작년보다 구성원은 늘었는데, 더 정신이 없다고 느끼는 상황이라면, 지금 이 상황이 정상은 아닌 게 맞는 것 같다.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는 삶이 반복될 무렵, 그나마 놓지 않은 건 운동에 대한 의지였다. 노예의 삶과 운동으로 꽉 채운 평일을 보내고 맞이한 주말은 와식 생활이 팔할을 차지했다. 침대에 누워서 늦잠을 자거나 방바닥에 누워서 스마트폰만 보거나. 이런 것이 쉬는 것이고, 쉬는 게 주말의 목표였다고 한다면, 난 나름 베테랑 직장인이라며 자위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의 주말 목표는 이게 아니었다. 장기적인 목표는 인생을 즐겁게 사는 것이오, 즐겁게 살기 위해선 재밌는 돈벌이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러면 우선 이 노예 집합소를 탈출해야 한다. 욕심 같아서는 퇴근하고 평일 저녁에 탈출 계획을 세우고, 탈출 준비를 하고 싶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으니까. 주말에라도 탈출을 위한 대비를 해둬야 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떻지? 겨우 일어나서 끼니를 떼우고 나면 머리가 아파왔다. 평일에 과다 섭취하는 카페인이 원인이라고 생각하여, 급히 카페인 가득한 포션을 몸 속 가득 채우고 나면 방바닥에 누워 스마트폰만 만지작 거렸다. 손가락을 움직일 힘은 생겨도, 생산적인 일을 할 힘은 생기지 않았다.
겨우 저녁까지 스마트폰과 함께 멍한 시간을 보내다 보면 그때서야 정신이 좀 차려졌다. 그리고 집안일을 시작했다. 집안일을 다 하고 나면 주말이 다 가있었다. 우울해졌고, 기분이 나빴다. 학창시절부터 이랬다. 주말에, 쉴 때 생산적인 것을 못하면 뒤쳐지는 느낌이 들었다. 역시 사람은 웬만해선 바뀌지 않는다.
직장인 중에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겠지? 회사에 있는 시간이 아까운 사람. 먹고 살려면 어쩔 수 없다지만, 퇴근 후의 시간이 너무 짧아 무엇을 할 수가 없다. 하지만 돈을 벌려면 회사에서 나의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 그것도 짤릴 때까지는 계속. 그 상상을 하게 되니, 토할 것 같았다. 숨이 막혀왔다. 영화 올드보이 보면서 갇힌 오대수가 불쌍하다고 느꼈는데, 내가 현실판 오대수 아닌가!
지옥 같은 업무 일정에 집과 회사를 오가며, 좀비처럼 잠에 들려고 할 때였다. 어느 날, 뭉친 어깨와 허리를 풀고 침대로 가 잠에 들려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 이렇게 혼자 늙어 죽겠구나."
그렇게 된다면 너무 억울할 것 같았다. 나는 지렁이. 죽기 전에 한 번은 꿈틀거려야 하지 않을까. 잠에 취한 채로 관심 있었던 소설 기초반에 등록했다. 등록은 충동적이었지만, SNS에서 저장까지 해둘 정도로 관심이 갔던 클래스였다.
그리고 드디어 첫 수업을 듣게 되었다. 학창 시절 국어 시간에 배웠던 소설의 3요소, 소설 구성의 3요소가 다뤄져 반가웠다. 무엇보다도 소설을 쓰려면 세상에 관심을 가져야 하고, 내 입장만 생각하는 것이 아닌 타인의 입장도 생각해볼 줄 알아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야 더 깊이 있는 이야기가 나올테니까.
지옥 같은 이 회사 생활도 어쩌면 내 꿈에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갈등을 풀어가는 과정이 소설 쓰기에 영감을 줄 수도 있으니까. 그러다 문득 지난주에 회사에서 "개빡치는" 상황에 놓여졌을 때 했던 생각이 들었다.
"이 상황을 소설로 쓴다면, 피가 튀기는 얘기가 나올 것 같은데?"
그러게 말이다. 회사를 배경으로 소설을 쓰게 된다면 우선 칼로 찌르는 장면부터 쓰게 될 것 같다. 주인공의 상상이더라도. 주인공은 나고, 칼부림 피해자는... 말을 아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