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백장의 이력서를 읽고 채용 면접을 진행하다 보면 아쉬운 순간들이 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지원자이면 그냥 떨어뜨리면 그만이지 무슨 오지랖인지 때로는 ‘지원자님, 해당 질문에는 이렇게 답변하셔야 하지 않겠어요?’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올 때가 있다. 한편으로는, 이걸 지금 답변이라고 한 건가? 라며 아쉬움을 넘어 화(?)가 날 때도 있는 것 같다.
특히, 이력서 상으로는 부족함 없는 화려한 스펙을 갖춘 지원자를 면접에서 만났는데 막상 기대 이하의 답변을 보면 이 보다 더 실망할 수 없는 것 같다. 조금만 더 생각을 해보면 분명 좋은 답변을 할 수 있을 텐데, 너무 쉬운 마음으로 면접을 준비한 것인지 아니면 이력서가 실제 실력에 비해 과장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면접관에게 큰 실망감을 주는 최악의 답변은 바로 두리뭉실한 대답이 아닐까 싶다. 특히, 본인이 했던 일에 대해서 묻는 답변을 할 때 두리뭉실한 답변을 하는 지원자는 최악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지원자들이 알아야 할 한 가지 사실은 면접관은 두리뭉실하게 물어보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하지만, 면접관이 두리뭉실하게 질문한다고 해서 면접자가 너무 간단히 그리고 포괄적으로 대답하면 면접관은 그 즉시 호기심은 잃게 된다.
예를 들어, 중고 신입 지원자의 면접이라고 가정하자. 예전 글에서 밝힌 것처럼 글로 쓰면 이력서(자기소개서), 말로 풀면 면접이라고 하였다. 면접관은 이력서를 토대로 궁금한 사항들을 더욱 자세히 알기 위해서 질문을 할 것이다.
지난 회사에서 일했던 경력을 보고, 면접관이 물을 것이다.
“IMC부터, 브랜딩까지 마케팅 관련 다양한 업무 경험이 있다고 말씀해 주셨는데 본인이 중점적으로 진행했던 업무는 어떻게 되나요?” 라며, 면접관은 아마 대충(?) 물어볼 것이다.
이에 지원자의 대답이 아래와 같다면 그 즉시 대화가 단절되고, 면접관은 흥미를 잃을 가능성이 99%이다.
“네, 신규 제품 론칭부터, 광고 대행사 관리, SNS 채널까지 도맡아 하였습니다.”
(아마, 중고 신입이 설마 이렇게 대답하겠어?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일반 신입이건, 중고 신입이건 생각보다 정말 많은 지원자들이 위와 같은 대답을 하곤 한다.) 면접관으로써 특히 실무진 면접관이 위와 같은 대답을 싫어하는 이유는 그래서 도대체 뭘 했다는 건데?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요리에 대한 평을 듣는다고 가정하자. 친구에게 A 식당 어때?라고 물었을 때 기대하는 답변 수준은 아마 아래와 같을 것이다.
“좋아, 갈만해.”
“친구랑 가봤는데, 먹을만했어.”
“맛은 괜찮았는데 가성비는 좀 떨어져.”
만약, A 식당에 대한 방문 평을 요리로 아주 유명한 백 선생님께 답변을 요청한다고 하자. 기대하는 답변은 아마 아래와 같을 것이다.
“현재 A 식당 상권은~.”
“경쟁 식당들의 메뉴는 이러한데, 여기서 차별화를 가지고 경쟁력 있기 위해서는~.”
“메뉴 가격은 얼마인데, 원가는 얼마이고, 원가 비용을 줄이면서 맛은 살리기 위해서는~.”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는가?
누가 답변하는지에 따라 기대하는 답변의 수준은 달라진다. 여기서 답변의 수준은 크게 세 가지에 따라 결정된다고 생각한다. 바로, 답변의 디테일, 생각의 깊이, 정확한 정보이다.
이 중에서도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답변의 디테일이라고 본다. 반대로 답변을 디테일하게 말하는 습관을 들인다면 최소한 면접을 진행하면서 최악의 지원자는 면할 것이라 장담한다.
무엇을 하였는가? 하면서 무엇을 느꼈는가? 성과는 어떠하였는가?
당신이 준비한 답변을 다시 한번 구체적으로 적어 보기 바란다. 아주 상세하게 말이다. 그리고 생각해 보라. 어떤 부분에서 면접관이 흥미를 느끼고 질문을 이어 나가겠는가? 구체적인 내용이 있다면, 면접관이 흥미를 느낄만한 내용이 보일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대화는 금방 단절될 것이다.
면접.
대화를 이끌어 나가는 지원자가 될 것인가?
흥미를 떨어트리는 지원자가 될 것인가? 이는 오롯이 지원자가 어떻게 답변하느냐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