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력서 하나를 검토하는데 평균 20~30초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힘들게 공들여 쓴 이력서를 고작 30초만 보고 파악이 가능하냐고 토로할 수 있겠으나 나의 대답은 ‘그렇다’이다. 수 백장의 이력서를 읽다 보면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봐야 하는지, 어떤 내용을 보면 우리에게 필요한 사람인지 아닌지 금방 구분되는 노하우가 점차 쌓이게 마련이다.
처음에 채용을 담당하게 되었을 때에는 짧은 글 속에서 억지로라도 지원자들의 장점을 찾아내기 위해서 조금이라도 다시 읽고, 놓치는 부분이 없나 두 번 읽어 보는 등의 노력을 했던 것 같다. 채용을 시작한 지 2년 차, 이제는 슬쩍 훑어 읽어만 봐도 내용 파악이 되는 것 보면 나름의 업무 능력이 향상된 것인지 한편으로는 ‘그놈이 그 놈이지?’ 라며 매너리즘에 빠진 것이 아닐까 스스로에게 자문하기도 한다.
물론, 채용이라는 행위 자체가 나의 일을 넘어서 타인의 인생에도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기에 항상 신중하려고 노력한다. 공채 지원자 입장에서는 30초 정도면 이력서 검토가 끝난다는 말을 들으면 아쉬울 수도, 혹은 화가 날지도 모르겠다. 이런 이유 때문에 본인이 첫 인턴 이력서를 쓸 때에도 한 순간이라도 면접관의 눈을 사로잡기 위해서 몇 번을 고쳐 썼는지 모르겠다. 취업 카페에 올라오는 이력서 팁을 총동원하여 상기시키며 말이다.
글은 두괄식으로,,,
글을 대표하는 첫 문장을 임팩트 있게,,,
내용은 가급적이면 수치와 함께 구체적으로,,,
한편, 채용 과정에서 지원자들이 느끼는 공허함, 섭섭함과는 반대로 면접관으로써 느끼는 허탈함도 상당하다. 특히 면접 시에 이런 감정을 많이 느끼는데 왜 이런 허탈함을 느낄까를 생각해 보면 면접에 임하는 지원자들의 기본적인 태도의 문제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저자가 면접을 보던 10여 년 전, kt, 롯데, 한화 등 면접에 참석할 때는 모든 면접 지원자들이 정장을 입었고, 대기실부터 착석하는 순간까지 최대한 각(?)을 세우고 긴장된 모습으로 면접에 임하였다. 소위 대기업 공채의 풍경은 이런 긴장되고 각 잡힌 모습이다. 지원자들은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며 대기실에서 준비한 자기소개를 읊조리기도 하고, 당일 올라온 뉴스를 다시 훑어보며 시사 관련 질문에 최종 점검 시간을 갖기도 한다.
이런 면접 문화에 대해서 ‘옳다, 그르다’를 이 자리에서 논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 면접 지원자가 긴장감을 가지고 면접에 임하는 것은 회사가 정한 규정, 문화와는 상관없이 꼭 필요한 자세라고 생각한다.
자사 면접에 참석하는 지원자들을 보면 때로는 긴장감이 전혀 보이지 않거나 긴장감은커녕 면접을 보러 온 것인지, 옆집 대학 선배와 대화를 하러 온 것인지 의문이 드는 지원자들이 종종 눈에 띈다. 면접관으로써 가급적이면 긴장하지 말라고, 분위기를 편하게 해 준다고 하지만 이는 덜덜 떨지 말라는 것이지 흐트러지지 말라는 의미가 아니다.
“긴장하지 말고 편하게 면접에 임해 주세요.” 의미가 잘 못 전달된 것일까?
한 지원자는 턱을 괴고, 답변을 하기에 아래와 같이 말했었다.
“죄송한데, 지원자님 턱은 괴지 말고 말씀해 주시겠어요?
이에, 지원자가 아래와 같이 답변하였다.
“면접관님이 턱을 괴고 계시길래, 저도 그랬는데요.”
저자가 이력서를 보면서 질문을 할 때 한 손에 펜을 들고, 한 손은 턱을 괴는 습관이 있는데 이를 말하는 듯하였다.
위 답변을 듣고, 들고 있던 펜을 내려놓았던 기억이 난다. 그제야 뭔가 느낌이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챈 것일까? 갑자기 그 지원자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그만 나가보겠다며 자리를 떴다.
최근 한 지원자는 말투부터 뭔가 횡설수설하는 듯한 태도였다.
전 직장에서의 퇴사 사유를 묻는데 아래와 같이 답변하였다.
“제가 왜 퇴사를 했냐 하면, 뭐랄까,,, 음,,, 아니에요 이건 채용 확정되면 따로 말씀드릴게요.”
또다시, 펜을 내려놓았고 당연히 이 지원자의 면접도 그렇게 끝이 났다.
면접을 진행하다 보면 정말 다양한 지원자들과 만나게 된다.
이 글을 읽는 예비 면접 지원자들이 있다면 꼭 이 말을 전해 주고 싶다.
면접관이 긴장하지 말라며 건네는 말은 떨지 말라는 의미이지 편해지라는 뜻이 아닐 것이다. 길어야 30분 정도 소요될 면접이다. 불편하더라도, 절대 흐트러지는 모습, 예의에 벗어난 모습을 보이지 않길 간곡히 부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