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 전 저자가 취업을 준비하던 시대와 현재 취업 시장을 비교하면 유망 산업군과 채용 방식에 있어서 큰 변화가 있었던 것 같다. 먼저 유망 산업군의 변화를 보면 10여 년 전 저자가 취업을 할 당시엔 전자(그중에서도 모바일 사업부), 조선, 건설 산업이 소위 가장 핫한 산업이었고 마찬가지로 취준생들 에게도 가장 인기 있는 회사들은 대부분 해당 산업에 속하는 곳들이었다. 이 때문에 회사에서도 부족한 전. 화. 기(전자공학과, 화학공학과, 기계공학과) 출신 인력들을 채우기 위해서 주요 수도권 대학들과 지방 거점 국립대학을 중심으로 3학년 2학기부터 서로 모셔가려는(?) 조기 채용 방식들도 생겨나곤 했었다.
반면, 10여 년이 지난 최근에는 반도체, 게임, 이커머스 회사들이 최고의 산업과 회사로 각광받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산업의 변화 때문에 최근에는 네,카,라,쿠,배(네이버, 카카오, 라인, 쿠팡, 배민을 일컫는 이커머스 회사들)라는 신조어를 탄생시켰고, 불과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비인기 전공 중 하나였던 컴퓨터 공학과는 코딩 학원이 생겨나고 문과 생들을 이공계 취업 시장으로 흡수시키기는 변화를 보이기까지 하고 있다.
산업의 변화는 채용 직무에서도 큰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저자가 몸담고 있는 마케팅 직군의 경우, 과거 통상적으로 마케팅 혹은 마케팅 기획이라는 큰 범주에서 채용이 진행되곤 하였다. 반면, 이커머스 산업이 발전하고 변화함에 따라 뷰티, 패션, 유통을 선두로 회사들의 영업과 마케팅 방식도 변화하기 시작하였고 이에 발맞춰 채용 직무에도 변화가 발생하였다. 언제부터 인가 그로스 해킹(Growth hacking)이라는 용어가 등장하기 시작하더니 디지털 마케팅, 퍼포먼스 마케팅, 콘텐츠 마케팅, 바이럴 마케팅과 같이 채용 직무(Job Title)가 보다 세분화되기 시작하였고 직무 내용(Job description) 또한, 점점 세분화되고 구체화되는 추세로 보인다. 혹은, 과거 전사적으로 동일 직무 인원을 채용한 반면 최근에는 동일한 직무라 하더라도 회사가 보유한 특정 브랜드나 사업부 별로 채용을 구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단군 이래 중고 신입(1~2년 차 경력)이 신입으로 입사하기 가장 좋은 시대를 만들고 있다고 생각한다. 구직자들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이미 변화는 시작되었다. 중고 신입이라는 타이틀이 과거 스펙이라 불리던 입사를 위한 조건의 연장선이 되어 구직자를 더욱 힘들게 하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의 호 불호와는 별개로 과거 부모님 세대가 누리던 평생직장 시절을 지나 저자가 속한 80년대 생들이 취업 재수, 삼수를 해서라도 대기업에 지원하던 대규모 공채 시대 역시 저물고 있다. 공채는 점차 사라지고 세분화된 직무 중심의 상시 채용 시대를 보내야 하는 현 90년대~밀레니엄 세대에게 있어서 중고 신입이라는 타이틀은 어찌 보면 피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자 구직자가 거쳐가야 할 채용 과정 중 하나가 되어 가는 것 같다. 또 하나의 스펙이라 부정할 수도 없으며 과거처럼 전사적으로 수십, 수백 명의 채용을 진행하는 공채 역시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는 시대가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는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구 시대적 유물인 스펙 쌓기의 연장선일 수도, 혹은 학벌과 스펙을 탈피하여 실력을 갖추는 경력 개발 과정의 한 부분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와 같은 시대적 배경을 두고 가타부타하고 싶지는 않다. 각자의 능력이 아주 뛰어나서 모두가 원하는 대기업, 공기업 등에 한 번에 입사하면 좋겠다. 다만, 그렇지 못한 현실 속에서 이를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만이 우리에게 주어져 있을 뿐이다. 취업을 준비하는 구직자 개인으로써 이렇게 변화하는 채용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해결책은 시대적 흐름에 발맞춰 준비하는 것이며 중고 신입의 신입 입사가 그중 하나라고 본인은 생각한다. 공채의 개념은 가까운 미래에 더욱 빠르게 사라질 것이고, 세분화된 직무 위주의 상시 채용만 남을 것이 자명해 보인다. 최근 가장 뜨거운 회사 중 하나인 배민과 쿠팡에서 올려둔 상시 채용 공고를 보면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러한 변화는 최근 개발자 직군 채용을 보면 더욱 명확해 보인다. 전례 없는 연봉과 인센티브에 스톡옵션까지 내세우며 최고 대우를 서로 경쟁하듯 내고 있다. 업체에서 제시하는 경력 기간을 보면 고 연차 이상의 경력직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저 연차 경력직을 포함하는 경우도 상당하다. 또한, 개발자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기획, 마케팅 등 문과 계열 포지션에서도 활발히 이뤄짐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을 비추어 보면 졸업 예정자인 지원자들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중고 신입이 신입으로 입사하기 가장 좋은 시대가 형성되는 것으로 보이며 구직자라면 반드시 사전에 염두 해 두고 준비해야 할 필수 조건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단군이래 중고 신입이 신입으로 입사하기 가장 좋은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회사에서는 어떤 중고 신입을 선호하며, 졸업 예정자 지원자와 차별화되기 위해서는 입사 1~2년 차에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만 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