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소설을 읽어야 하는가
우리는 소설을 읽어야 합니다. 그 어떤 자기 계발서보다 그 어떤 철학서 보다 그 어떤 인문학 서적들보다 더 많은, 더 풍성한 작가들만의 지식들이 가득하기 때문입니다. 특히나 고전들은 그러한 작가들만의 깊이 있는 인생들이 현대 소설보다 더 적나라하게 녹아 있습니다. 그 시절, 지금 우리의 세상보다 훨씬 매체와 정보가 주변에 산재하지 않았던 시절의 이야기 들은 더더욱 그러할 수밖에 없었겠지요. 표도르 도스토옙스키의 소설을 뒤늦게 안 스스로를 얼마나 탓했던지. <죄와 벌>에 이어 도스도엡스키 소설의 정점인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3주간에 걸쳐 탐독했습니다. 빨리 읽기 싫었습니다. 다른 소설들에 비해 긴 문장과 복잡한 형식의 문장들을 좋았던 단락들은 다시 읽어 가며 곱씹으며, 작가만의 생각들을 완벽하게 이해하려 즐거운 자학을 했습니다.
혹자들은 인간의 처절한 군상에 대해 이야기한 비극 이라고도 하지만, 찰리 채플린의 말대로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고 했듯이 이 책에서는 아주 가까이서 인간들의 군상들을 바라보았기 때문에 아주 비극처럼 보이는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관람자의 입장에서 보면 매우 희극일 수도 있는 작품입니다.
소설의 백미는 결국 그 이야기가 의도하는 바에 녹아 있는 작가만의 철학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많은 인류의 소설 중에 이러한 백미를 가장 잘 만들어낸 작품이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이 아닌가 싶습니다. 심지어는 아인슈타인이 말하길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인류 문학 전체'의 정점이다. 내 손에 들어온 것 중 그 어떤 것보다 위대하며, 나는 또 어떤 과학자들한테서 보다도, 심지어 가우스한테서 보다도 도스토옙스키한테서 배운 게 훨씬 많다."라고 했을까! 읽는 내내 이 말이 격하게 공감 갔습니다. 인간에게 종교의 의미란 무엇인가. 우리는 왜 살아가는가. 사랑이란 무엇이며, 그로 인한 인간의 처절한 본능은 어떤 모습인가. 부자간의 관계며 모든 인간들의 군상을 너무도 세세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인간을 두고 '짐승같이' 잔혹하다는 표현을 쓰는 일이 더러 있지만, 짐승들 입장에서 보면 이건 너무나도 부당하고 모욕적인 소리야. 짐승은 절대로 인간처럼 그렇게, 그러니까 그렇게 기교를 부려서, 그렇게 예술적으로 잔혹하게 굴 수는 없거든.‘
"아무도 존경하지 않게 되면 사랑하는 법을 잊어버리게 되고, 사랑이 없는 상태에서 마음껏 즐기고 기분을 풀자니 정욕에, 조잡한 음욕에 빠져 들게 되고 결국 완전히 짐승과 다름없는 죄악의 소굴로 빠져들게 되는 법이니, 이 모든 것이 사람들과 자기 자신에 대한 끊임없는 거짓말에서 비롯되는 것입니다."
‘울지 마세요, 삶은 천국이고, 우리는 모두 천국에 있는 것인데, 우리가 이걸 알려고 하지 않을 뿐이에요, 알려고만 한다면 내일 당장 온 세상이 천국이 될 거예요.‘
‘천국은 우리들 각자의 내부에 숨겨져 있으며, 그것은 지금 나의 내부에도 숨겨져 있으니, 내가 원하기만 하면 정말로 내 앞에 나타나 앞으로 평생 동안 사라지지 않을 겁니다.’
페이지마다 펼쳐지는 이 모든 가르침은 두고두고 읽어야 할 그 어떤 계발서보다 훌륭한 도서가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