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의 감정 공부
메마른 인간. P는 메말랐던 인간. 적어도 P는 감정의 서투름이 강력한 개성이 되도록, 자신을 돌아보지 않았다. 언제쯤이던가, P는 자신의 메마름을 증오할 무렵에 대해 쓴다. 더 이상 후회하지 않도록. 다시는 같은 궤적을 그리지 않도록.
우리네 인생은 저마다의 궤적을 그린다. 궤적(軌跡), 그러니까 수레바퀴가 지나간 자국. 보통의 인간이라면 위아래로 요동치는 모양의 자취. P 또한 자신의 생을 돌아보면, 여느 인간과 다르지 않게 위아래로 요동쳤을 것이다. 밑에선 소망을, 위에선 행복을 느낌을 기억한다. 다만 그녀의 감정 궤적은 언제나 수평선이었음을. 그와 인연이 끝나버리기 전까지는.
표현 없는 사랑에 대해 믿었다. 표현이 없어도 사랑임을. 내비치지 않아도 사랑을 알아주길 바란 P. 그것이 사랑이 아니었음을 깨우친 P. 이제 와 깨달은 자신을 증오할 수밖에.
사랑을 읊조린 시를 외우고, 그것을 관통하는 소설을 읽고, 결국 사랑을 사랑함을 자랑스레 여기던 P는 한없이 부끄러워진다. 지난 인연이 끝난 후 수개월. 자신의 감정 궤적을 확인하는 작업을 거치는 그녀. 그 궤적은 처음엔 미련을, 다음엔 애증을, 지금은 후회를 기록한다. 사랑할 때엔 언제나 단편적이었던 자신의 감정이, 왜 끝난 후에야 위아래 곡선을 그릴까. 그녀는 이제서야 이해하기 시작한다.
사람은 간이 넘치도록 술을 마시면 게워낸다. 쌓이는 감정 또한 게워야 한다는 것을. 독이 된 후에 터지는 것들은 한낱 인간이 조절할 수 없다는 것을. P는 알아버렸다. 감정 아껴 어디에 쓰나. 때 지난 것을 아무리 매만져도, 후회뿐. 무심코 지나친 계절이 한스럽다.
결국 P는 그녀의 감정 궤적이 어디로 향할지 생각한다. 현재는 후회. 미래는? 미래의 궤적은 어떤 모습일까. 한참을 고민해도 결국 모른다. 그래서 그녀는 처음으로 낱낱이 지켜보기로 한다. 자신의 궤적이 어디로 향할지에 대해서. 그 궤적이 축과 나란해지지 않기를 빌면서.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아낌없이 주기로 약속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