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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이슨 Jun 09. 2021

재택근무를 카페에서 하는 이유

위드코로나는 장소의 개념까지 바꾸었다

필자의 원격근무는 외근 후 뜬시간 해결하기가 대부분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외부 일정으로 시간이 떠서 적당히 밖에서 일 하다가 퇴근하는건 상사가 주는 "특례"와 같았다. 그리고 그시절 나는 특례를 받는게 부담되기도 하고, 회사에 충성심을 보여주는 걸 좋아(?)하던 타입. 어떻게든 회사에 돌아가서 잔일을 처리하고 정시 넘어 퇴근하곤 했었다.

이동하는 시간, 업무 효율을 생각해보면 그런 오버가 없었다. 동료나 부하직원이 과거의 저처럼 한다면 극구 말릴 것이다. 내 부끄러운 시절은 뒤로한 채...


이젠 이리저리 이동하면서 뜬 시간에 간단히 노트북을 켜는 게 일상이 되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주된 재택근무의 이유였던 지난 1년과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어쩔 수 없이" 하게 된 다른 곳에서의 업무가 새로운 매력으로 다가와 이젠 즐기는 상황까지 왔다.


만세, 나의 스타벅스

코피스 족의 성지, 스타벅스 (출처: Pixabay)


카페업무를 가능하게 하는 협업 툴

수많은 커뮤니케이션 및 협업 툴이 생겨남에 따라 어디에서나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다. 필자의 회사는 노션(Notion)을 매우 유용하게 쓰고 있다. 이러한 기술의 발전은 사람들이 어디에서나 일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이러한 협업 툴의 발전은 카페가 원격근무자의 성지가 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The Coffee Shop Effect

그야말로 코피스족의 성지 스타벅스. 이용 시간은 딱 세 시간.

그리고 그 세 시간동안 내가 얻을 수 있는 것: 집중력과 창의력

어디에나 갈 수 있는 사람들은 유독 카페를 찾고 있는데, 이는 그냥 가고 싶어서가 아니다. 이른 바, "카페 효과" (Coffee shop effect)라는 게 있는데, 카페 내의 백색소음과 동료들의 방해(?)가 없는 점이 일을 할 때 집중력과 생산성을 향상시킨다는 설명이다. 이에 덧붙여 탁 트인 공간은 창의성을 향상시킨다고 한다.


사람들이 카페로 일터삼아 몰리는 이유

https://www.barniescoffee.com/blogs/blog/why-people-love-working-from-coffee-shops-and-10-tips-to-do-it-effectively


카페와 회사, 앉는 순간부터 의지가 다르다

일을 하기 위해 카페를 간다는 자체에서 벌써 사무실 출근과 비교하여 의지와 목표가 다르다. 당연히 회사는 일을 하러 가는 것인데 의지가 다르다니 그게 무슨 말인가. 생각해보자. 일단 출근하면 옆사람과 인사하고, 커피 내리고, 컴퓨터 켜고, 이리저리 하루동안 만지작거릴 프로그램을 켜고, 로그인을 하고, (스마트폰으로 연동이 되어 있지만 출근하면 읽으려고 쌓아논) 도착한 메일을 보고, 그쯤 되면 전화가 한두통 오거나 내가 하고, 사람들이 불러서 그 일을 하다보면 점심을 먹으러 간다. 이렇게 오전은 대응의 시간으로 흘러가게 마련이다.


그런데 카페를 가는 나는 아예 자세가 다르다. 무언가 할 일이 있기 때문에 카페를 온 것이고, 그 일을 정해진 시간 안에(필자의 경우 세 시간) 끝내자는 목표가 있기 때문에 생각보다 집중해서 일을 하게 된다. 심지어 필자와 같은 감성을 공유하고자 하는 주변 사람들이 노트북의 무언가를 뚫어져라 처다보기 때문에 동질감마저 든다. 그렇게 2~3시간을 매우 생산성 있게 보낼 수 있는 것이다. 심지어 밤 10시면 문을 닫는 이시국엔 이러한 효과가 더욱 크게 발현된다.


요즘 회사 분위기가 상당히 좋아져서 필자는 "마의 3시" 즈음에 그냥 카페에 노트북 들고 내려가서 일을 하는 경우도 있다. 


멀티태스킹의 환상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력서에 그리고 면접자리에서 멀티태스킹에 능하다고 말한 적이 있는가? 그리고 실제로 멀티태스킹에 능한가? 필자는 이 부분에서 심각한 반성을 하며, 멀티태스킹은 환상이었음을 깨닫는다. 산재한 윈도우 창, 이리저리 붙어있는 포스트잇, 메모들...필자에겐 결국 방해요소 혹은 나중에 봐야하는 부담으로 쌓여가고 있었다.


이를 해소하는 방법이 바로 그 자리에서 "떠나는 것"이다. 그리고 떠날 수 있는 가장 만만한 곳은 카페. 딱 그 일만 하기 위해 가기 때문에 다행스럽게도 딱 그 일 만큼은 하고 보람있게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출처: Pixabay




카페는 원격근무자의 종착역인가

그런데 어느덧 나약한 나에게 정말 그럴 듯한 핑계가 하나 생겼다.

일 할 공간을 찾다가 재택근무가 끝난다는 것.


두어시간은 카페에서 적당히 그리고 재밌게 일을 하는데, 문제는 그 다음. 의자가 불편하고, 내가 산 커피의 공간이용료(?)는 이미 소진되는거 같고, 그 와중에 배는고프고...


원데이 공유오피스, 카페, 스터디 카페 등을 왔다갔다 하면서 그 공간이 갖고 있는 장점을 만끽하고 있지만 장시간 몰입을 위한, 그리고 이런저런 일로 "안 미안할 수 있는" 곳을 찾아 아직도 여행중이다. 많은 서비스들이 생겨나고 있으니 이러한 핑계도 곧 힘을 잃을 것 같은 마음을 뒤로한 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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