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분야의 편향된 의견을 개진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으며, 어떠한 광고/홍보 의도는 없음을 미리 밝힙니다.
우린 세 줄 이상 안읽으니까 결론부터 얘기해요.
추천하는 사람: 취업준비하는 대졸 문과생.
비추천하는 사람: 그 외. (한국공인회계사를 준비할 수 있는 여력이 있는 사람 또는 회사를 다니며 병행하여 시험을 준비할 사람 등)
너무 많은 변수가 있기 때문에 한 가지 전제를 깔고 가겠습니다.
한국에서 취업해서 한국에서 커리어를 쌓아나갈 것이다
= 미국도 가면 좋지만 일단 시민권이나 영주권 소지자가 아니다.
자, 시작하죠.
미국회계사 시험, 한국에서 통칭 AICPA 로 불리는 시험은 실은 콩글리쉬입니다. AICPA는 American Institute of Certified Public Accountants 의 준말로서, 미국공인회계사 협회(한국에 한국공인회계사협회가 있듯이)라는 "기관명" 이거든요. 하지만 본 글에서는 편의상 미국공인회계사는 AI, 한국 공인회계사는 KI로 칭하겠습니다.
한국 공인회계사(속칭 KI)와 구분을 할 필요가 없는 미국에선 AI를 CPA라고 부르고 있죠. 마찬가지의 이유로, 우리나라에서 CPA라고 하면 한국 공인회계사를 지칭할 것이라는 암시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AI를 따신 분들은 본인을 회계사라고 말하는 것보다 "미국회계사"(시험 합격 후 라이센스까지 소지한 자에 한하여)라고 구분지어 말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의견입니다.
저는 서울 소재의 AICPA 공장형 학원에 들어가 2019년 1월에 AI를 최종합격했고, 1년 이상 회계법인에서 근무했으며, 현재 스타트업 공동대표로 재직중입니다 (KI 자격증은 없습니다). 동시대에 AI를 공부한 많은 동료들은 현재 회계법인, 자산운용사, 탑티어 공기업, 금융권, 대기업 회계팀 등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물론 AI는 모두 합격한 분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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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CPA는 쉬운가
AICPA 따는 것을 정말 쉽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는데요(그럼 얼른 따세요) 회계 비전공자가 전업으로 올인했을 경우 약 1년 정도 걸린다고 보시면 됩니다. 올인했을 때 입니다. 그래도 3~4년씩 걸려야 겨우 합격한다는 KI 시험에 비하면 짧은 건 사실입니다.
회계학과를 나오고 어느정도 회계머리가 있는 똘똘한 대학생의 경우 7~8개월에 끝내는 경우도 보았습니다.
"누구누구는 5개월 만에 합격했다더라."라는 말을 분명 들어보셨을 겁니다. 가능은 할 겁니다. 제 주변에 그런 분이 없을 뿐. 이는 상대적인 지표이며 본인에게 실제로 해당할 것인지는 객관적인 검토가 필요합니다. 객관적인 지표는 다른게 아니라 본인의 과거 수험생으로서의 능력을 돌아보는 것입니다. 중학교 입시를 거쳐 과학고, 외고, 특목고를 갔다거나 수능 고득점으로 상위대학을 갔다거나 대학교 성적이 우수하여 장학금을 탔다거나,,,이런 경우 개월 수는 조금 앞당겨질 수 있겠죠. 벼락치기를 통한 토익 고득점 등은 해당되기 어렵습니다. 나름 호흡이 꽤나 길고 양이 방대한 시험이기 때문입니다.
객관적 검토를 하기 싫은 분들은, 노력하면 1년 정도 걸린다. 라고 생각하면 편합니다.
즉, 그 정도의 시간은(의지와 상관없이) 확보하고 시험공부에 임해 주시길 바랍니다.
필자의 경우 6개월정도면 따겠지 생각했고, 2개월 만에 뉘우쳤으며, 6개월째 접어들었을 때엔 배운게 아까워서 포기를 못하고 계속 달리다가 2번 부분합격(=부분불합격) 후 만으로 1년을 채운 시점에 최종합격했습니다.
전체 응시생 기준 합격률이 50%대 입니다. 각 과목은 75점 이상 받아야 합격할 수 있습니다.
AICPA 따면 한국에서 동일하게 회계사로 쳐준다?
아닙니다. 절대 KICPA 와 동일한 대우를 받지 못합니다. 연봉과 승진에서 많은 챌린지를 받게 됩니다. 저는 이를 차별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한국 공인회계사는 한국에서 회계감사를 할 수 있는 사람을 뜻합니다. AICPA를 따면 미국에서 감사를 할 자격이 있겠죠. 근데 한국에서 근무를 한다? 이는 취업을 위해서 따는 겁니다. 여기까지는 확실히 해야 합니다.
그리고 국내 회계법인은 한국 공인회계사를 필요 인원만큼 충족시켜야 하기 때문에 반드시 모셔야 하는 필요인원이 있지만, AI들은 그저 스스로들의 노력으로 본인의 자리를 만들어나가야 합니다. 합격 하고나서 전쟁이 시작되는 것이죠.
참고로, 3년 이상 수험생으로 지낼 시간과 비용과 집안의 지원 등이 있는 분들이라면 KI 도전을 권해드립니다. KI시험에 합격하여 공인회계사가 되신 경우 그 가치는 AI 합격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습니다. 훗날 개업의 가능성까지 염두했을 때 더욱 그렇죠. 회계법인 세계에서 실력으로 승부한다고 아무리 말한다 한들, 기회에 대한 제한이 있음은 어쩔 수 없으니까요.
저 같은 경우, KI시험에 대한 난이도 및 수험가능기간을 고려했을 때 불가능함을 알았기에 깔끔히 포기했습니다.
그럼 AICPA는 왜 따는가
그럼에도 AI 시험을 도전하는게 마냥 나쁘다고 볼 수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가성비가 좋기 때문입니다.
이 가성비라 하는 것은 취업을 하기 위한 시간투입 대비 취업성공률&연봉상승률 가성비입니다. 특히 문과생들은 전공 살려서 뭘 하기엔 서류컷을 많이 겪게 되는데, (전공을 살린다는 거 자체가 불리한 전공도 많..) 이 서류컷을 어느정도 해소시켜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즉, KI와 AI 사이에서의 경쟁이 아닌 AI 와 미보유자 사이에서의 경쟁에서 우위에 설 수 있다는 것이죠.
제 주변에도 30세 이전에 AI를 딴 분들은 상당히 높은 확률로 빅4 회계법인에서 커리어를 시작했습니다. 30세를 넘기신 분들도 로컬회계법인에서 기회를 얻었구요. 회계감사파트는 아니지만 다른 많은 곳에서 본인의 역할을 다 하고 있습니다. 다른 분들도 기타 매우 좋은 회사에서 첫 커리어를 시작했습니다.
1년 정도 노력해서 딸 수 있는 취업관련 자격증 중엔 AI 역시 충분히 그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KI와 비교할 바는 아닙니다.
AICPA를 따고 나면 어떡해야 하나
만 1년을 초과하는 전문직 시험을 보기는 어렵고, 취업은 그럴듯하게 해야겠고 해서 어찌어찌 AI를 따게 되었다면 축하드립니다. 그러나 승부는 지금부터입니다.
외국어
AI를 채용하는 회사(특히 회계법인)의 경우, 자격증 보유자는 영어를 본인의 언어처럼 잘 쓸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습니다. 이 기대감을 충족시켜야 합니다. 그렇지 못할 경우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 AI들과 또 한번 경쟁을 하게 됩니다.
실력
당연한 얘기이지만 입사 후엔 실력으로 승부해야 합니다. 배워야 할 것들이 너무도 많고, 일은 산더미처럼 쌓입니다. 꾸준히 실력을 쌓아야 합니다. 이렇게 시간이 흐르면 돈 많이 버는 인재가 되어있으실 겁니다. 그렇지만 일은 줄지 않을 겁니다.
실력을 쌓고, 노력하는 것이 너무도 힘든 일이겠지만 제가 앞서 가성비를 말씀드렸듯이, AI조차 따지 않았다면 이런 노력을 할 기회조차 잡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것을 염두해 주시기 바랍니다. 기회를 얻었다는 것 자체로도 이 시험은 의미가 있습니다.
마치며 - 그래도 미국공인회계사입니다
("라이센스"까지 소지한 경우를 말하며, 이 점은 추후 글을 쓰겠습니다)
참 힘없는 자격증으로 보일 수 있는데, 그래도 이 자격증에 힘을 부여하느냐 마느냐는 본인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습니다. 깊이의 차이는 있으나 회계, 감사, 세무, 재무, 경영학, 약간의 IT 등 회사를 운영하는데에 필요한 필수요소를 다 배웁니다. 그것도 영어로. 이러한 지식은 커리어를 만들어 나가는데에 어느 시점에는 분명 요긴하게 쓰일 것입니다. AI 시험을 준비할 때엔 상상도 못했던 스타트업 공동대표를 하는 저로서도 해당 지식과 USCPA라는 타이틀이 정량적/정성적 기회를 만들어내는데에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음을 실감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