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6 <무한도전> 멤버들이 머물렀던 홋카이도 그 길 위에서
홋카이도의 땅끝 마을을 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비에이에서 시레토코(知床)까지 고속도로가 없어 1차선 도로를 이용해야 했다. 거리는 약 300㎞. 눈보라가 심하게 몰아쳐 한 치 앞도 잘 보이지 않는 상황. 여기에 해마저 일찍 졌다. 일본이 우리나라보다 더 동쪽에 있어 해가 더 일찍 뜨고 진다. 얼마 가지도 않았는데 야속하게도 해는 멀리 보이는 산등성이 근처에서 붉게 힘을 주고 있었다. 가는 데만 6시간이 넘게 걸렸다.
삿포로와 비에이는 핑계였다. 사실 나의 목적은 시레토코에 있었다. 시작은 2011년 2월 19일과 26일에 방영된 <무한도전> 237회, 238회 에피소드였다. 멤버들은 당시 박명수가 랩으로 자주 언급했던 ‘오호츠크해 연안 돌고래 떼죽음’을 모티브로 홋카이도로 떠났다. 그곳에서 오호츠크해에서 떠내려온 유빙과 마주했다. 그들은 유빙 위를 걸었다. 드라이슈트를 입고 유빙 사이 바닷물에 둥둥 떠 있기도 했다. 유빙을 맛보기도 했다. 그 거대한 자연의 흐름과 만나고 싶었다. 그렇게 <무한도전> 오호츠크해 편을 마음속 책갈피 한 곳에 저장해 두었다. 정확히 7년 뒤 그들이 있었던 곳으로 나도 향했다.
유빙 투어의 베이스캠프 격인 우토로 항구로 들어섰을 때 느낌이 싸했다. 연안에 가득 차서 떠 있어야 할 유빙은 보이지 않았다. 밤이라 잘 안 보이나 싶었는데, 그래도 유빙은 없었다. 일단 노블 호텔에 짐과 여독을 풀었다. 잘 차려진 저녁 식사가 심신을 달래 주었다. 그래도 유빙을 못 본 아쉬움은 위로가 되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 일찍 투어 업체로부터 연락이 왔다. 예상대로 유빙은 오지 않았다. 지구온난화로 유빙이 떠내려오는 시점이 점점 늦어지고 있다고 했다. 현재 시레토코에서 유빙을 보려면 적어도 2월 중순부터 계획해야 한다. 아쉬운 대로 항구로 나가 오호츠크해를 바라보았다. 수평선 부근에 하얀 띠가 보였다. 드론을 띄워 더 자세히 살펴보니 유빙이었다. 이 녀석들, 아직 오는 중이었다.
오호츠크해를 옆에 두고 천천히 걸었다. 발걸음에는 미련이 한가득 담겨 있었다. 사람이라곤 보이지 않았다. 바로 어제 무슨 일이 생겨 모두 마을을 버리고 어디론가 가버린 듯했다. 고요하다 못해 지독히도 고독했다. <무한도전> 멤버들이 당시 촬영했던 길가까지 다다랐다. 무언가 <무한도전> 성지순례 같은 느낌이 들었다.
홋카이도를 다녀오고 얼마 뒤 2018년 3월 31일, <무한도전>은 끝났다. 무한할 것 같았던 그들의 도전에도 마침표는 있었다. 지금은 가끔 쿠팡 플레이에서 지난 에피소드를 꺼내 보곤 한다. 못친소 페스티벌, 배달의 무도, 뉴욕 스타일, 조정, 퍼펙트센스, 가요제, 극한알바 등 지금 봐도 레전드인 작품들이 많다. 몇 번을 다시 봐도 재밌다. 하루하루를 버티는 나에게 웃음과 다시 일어설 힘을 주었다. 그들이 넘어질 때, 마음 한쪽이 찌릿했다. 그들이 웃을 때, 나도 같이 웃었다. 말하는 대로 된다는 말을 믿어 보기로 했다.
<무한도전>은 나에게 여행을 부추기기도 했다. 그들의 도전은 스튜디오를 넘어 전 세계를 무대로 삼았다. 배달의 무도 편을 보며 칠레 푼타아레나스에 호기심을 두기도 했고, 뉴욕은 지금도 계속 도전 중인 버킷 리스트 중 하나다. 그들의 도전은 끝났지만, 나의 탐험은 현재 진행 중이다. 가끔 알고리즘이 툭 하고 건네주는 그들의 우당탕 웃음소리가 반갑다. 나이가 들면서 점점 지켜야 할 것과 잃을 게 많아져 무모한 도전을 안 하게 되지만, 알고는 있다. 어쩌면 그 무모함 속에 무한의 가능성이 있다는 걸. 홋카이도를 다녀와서 내 무(모)한 도전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Jan,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