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해 뭐해 파리 마레 지구

프랑스 #11 파리 최고의 힙핫 플레이스

by 조디터 Joditor

파리에서는 자꾸 걷게 된다. 도시를 이루는 모든 요소가 한뜻으로 멋지길 작정했다. 유독 좋았던 곳은 마레 지구(Le Marais)다. 머무는 숙소에서 다소 거리가 있었지만, 이 동네의 매력을 진작에 알았더라면, 고민할 필요 없이 이곳에 숙소를 잡았을 것이다. 마레 지구는 역사적인 매력과 트렌디한 현대 감각이 어우러져 거리 자체가 굉장히 파리파리하다.


보쥬 광장(Place des Vosges)은 1605년에 만들어진, 파리에서 가장 오래된 인공 광장이다. 정원과 아케이드, 갤러리, 카페 등이 옹기종기 모여 나름의 조화를 이루고 있다. 과거 이곳은 부촌이었다. 17세기 귀족들은 이곳 광장 주변으로 오텔 파르티큘리에(Hôtel particulier)를 지어 살았다. 오텔 파르티큘리에는 보통 넓은 안뜰과 정원 등을 갖춘 사적인 저택을 뜻한다. 지금의 피카소 미술관도 처음에는 오텔 살레(Hôtel Salé)라는 대저택이었다. 그러다 프랑스 혁명 이후 귀족들이 몰락하면서 건물은 방치됐고, 노동자와 이민자(특히 유대인 커뮤니티)가 들어와 파리에서 비교적 임대료가 저렴한 동네가 됐다. 낡았지만 독특한 건축양식 덕분에 20세기부터 예술가들이 작업실과 아틀리에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게 지금의 마레 지구 분위기 원천이 됐다. 1960년 앙드레 말로(André Malraux) 문화부 장관이 역사적 건축물 보존 정책을 추진하면서 마레 지구는 ‘재개발 대신 보존’된 몇 안 되는 파리 지역이 됐다.


지금의 마레 지구는 패션 부티크, 콘셉트 스토어, 갤러리들이 곳곳에서 생겨나면서 ‘파리에서 가장 트렌디한 동네’라는 이미지가 굳어졌다. 특히, 유대인 거리(루 드 로지에, Rue des Rosiers)의 팔라펠 샌드위치 가게 같은 로컬 명소가 인기를 끌면서 관광객도 몰려들었다. 그리고 Rue des Archives와 Rue Vieille du Temple의 거리는 온통 무지갯빛이다. 마레 지구는 LGBTQ의 오래된 커뮤니티 중심지이기도 해서 다양성과 자유로운 분위기가 이 동네를 더 활기차게 만들었다.


프랑스의 성소수자(LGBTQ+) 문화는 유럽에서도 비교적 개방적이고 제도적으로 보장된 편이다. 프랑스 혁명 이후 동성애를 처벌하는 법이 폐지됐다. 유럽 최초다. 2013년에 이르러 동성 결혼과 입양이 합법화됐다. 당시 큰 사회적 논쟁이 있었지만, 현재는 제도적으로 완전히 보장되고 있다. 고용, 교육, 의료 등에서 성적 지향·성별 정체성을 이유로 한 차별을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고, 2016년부터 성별 변경 시 강제적 수술 요건 없이 법적으로 성별을 바꿀 수 있다. 그래도 여전히 각자의 마음속에는 갈등과 차별은 있다. 영화 《가장 따뜻한 색, 블루》만 봐도 알 수 있다. 프랑스의 이러한 분위기가 궁금하다면, 저녁에 마레 지구를 탐험해 보시라.


마레 지구에서 항상 빼놓지 않고 들르는 곳이 있다. 르 베흐베 마레(LE BHV MARAIS)라는 백화점이다. 이름부터 마레의 주인공답다. 1856년 ‘시청 앞 잡화점’이라는 이름으로 출발한 BHV는 지금도 뭔가 친숙하다. 갤러리 라파예트나 프렝탕 백화점처럼 화려한 관광객 위주보다는 ‘현지인+여행자’ 모두 즐기는 생활형 백화점의 느낌이다. 그래서 손이 가는 아이템들이 많다. 특히, 대형 DIY와 인테리어 소품 섹션에 독특한 아이템들이 많아 파리지앵은 집을 꾸밀 때 BHV를 먼저 떠올린다고 한다. 파리의 이케아 같은 곳이다. 여행자 같은 외노자 입장에서는 프랑스 감성이 가득 담긴 문구류와 디자인 소품에 눈길이 많이 간다. 세련되고 개성 강한 디자인에 가격도 합리적이라 지갑이 열릴 수밖에 없다. 개인적인 취향으로 몇 가지 추천하자면, 르크루제(Le Creuset)의 미니 냄비와 머그잔, Cristel, De Buyer 같은 전문 조리도구 브랜드의 아이템도 눈여겨볼 만하다. 프랑스풍 테이블 매트·컵·앞치마는 실용적이고 기념품으로도 좋다. Diptyque, Maison Balzac 같은 캔들과 디퓨저도 있고, Isabel Marant, A.P.C, Sandro, Maje 같은 브랜드의 시즌 액세서리 상품도 만날 수 있다. DIY 코너에서 미니 드라이버 세트, 수공예 키트도 여행자에겐 이색적인 선물이다. 무엇보다 BHV는 일요일에도 문을 연다. 파리에서 일요일에 문을 여는 백화점은 매우 드물다. BHV 옆 건물 옥상에 ‘Le Perchoir Marais’라는 루프톱 바가 있는데, 시청사와 파리 시내 전망이 꽤 근사하다. 저녁 시간대 가길 추천한다.


Sep,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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