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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e Dec 01. 2023

아버지의 눈물

2020. 6. 23.

난 아버지의 두려움과 서글픔에 얼마나 공감했을까?

암 말기라는 투병 과정.

그 일련의 과정에서 아버지는 무엇을 느끼셨을까?


얼마나 무서웠을까?

얼마나 서글펐을까?

아니면, 또 다른 어떤 감정이었을까?
직접 겪어 보지 못한 이상 아버지의 감정을 알 수 없을 거 같다.


오늘 문득 이런 생각이 스치면서,

나 자신이 너무 한심스러웠다.

난 아버지의 감정에 얼마나 공감했던가?
그냥 측은한 마음, 그것도 간혹... 그랬던 건 아닌지.
아버지의 1년 반 조금 넘는 투병 기간 동안 정말 공감한 적이 있었던가?


평생 아버지가 우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암 투병 전 까지는.


암 투병 중,

아버지는 내 앞에서 세 번 우셨다.


한 번은 암 선고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병원 입원실에서.
2인실이었던 병실에는 나와 아버지, 둘 뿐이었다.


어린 시절 돌아가셨다던,

아버지 친동생과 할머니 이야기.

피난 갔다 와서 학교에 가지 못한 이야기 등을 하시며 울컥하셨다.

그때의 설움이 순간에 북 받쳐 올라오는 그런 짧은 울음이었다.


두 번째는 암 선고 후 맞이 하는 추석 성묘할 때였다.


매년 추석 때마다,

할아버지, 할머니, 작은할아버지, 작은 할머니 묘에 다녀온다.
아버지는 할머니 묘에 도착하자마자 울음이 터지셨다.

아버지는 본인의 어머니 앞에서 잠시 작은 아이가 되었었나 보다.


세 번째는 암 선고받고 1년 정도 지난 후,

정형외과 물리치료를 대기하면서 우셨다.


그때 우시면서 하신 말씀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자신의 병에 대한 한탄이었을 것으로 짐작한다.


그리고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와이프한테 전해 들은 얘기도 있다.

투병 중,

항암 치료 때문에 우리 집에 와 계시던 날이 꽤 있었더랬다.
아침 잠자리에서 눈을 떠서, 한참 우셨다는 얘기.


이제 아버지는 울지도 못할 만큼 병세가 안 좋아지셨다.


부산 중환자실에 계신 아버지.
점점 안 좋아지고 있다.


어제는 더 안 좋아질 수도 있다고 의사가 말했다고 한다.


아버지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ps. 2024.12.01

아버지는 그해 7월에 돌아가셨다.


서울에 있어서 임종 때 옆을 지켜주지 못했다.

2020년 7월 초, 퇴근 무렵에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전화를 받았다.


급히 기차를 타고 내려갔다.

기차에 올라탄 지 채 몇 분도 되지 않아 다시 전화가 왔다.

지금 막 돌아가셨다고.

.

.

.


그날 기차 안은 감옥과도 같았다.

시간이 너무 더디었다.

ㅡㅡㅡ


난 아버지에게 한 인간으로서의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해야 했다.

진심 어린 격려와 솔직한 내 마음을 마지막까지도 말하지 못한 것이 많이 후회가 된다.

ㅡㅡㅡ


아버지가 투병할 때, 노트를 선물한 적이 있다.

그냥 이것저것 생각나는 거 아무거나 적어 보시라 하면서.

그런데 아버지는 아무것도 적지 않으셨다.


아버지의 삶의 지혜를 더 배우고 싶었다.

이젠 아버지에게 물어볼 수 없다.


난 아이들을 위해서 내 삶의 지혜를 기록하고 남겨주고 싶다.

그래서 시간 날 때마다 기록할 것이다.

ㅡㅡㅡ


아버지.

이 생의 귀한 인연이었습니다.

다음 생에 다시 귀한 인연으로 만나요.

과분하게 많은 것을 받았습니다.

아버지의 희생과 노력을 잊지 않겠습니다.

부끄러워하지 못한 말입니다.

사랑합니다.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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