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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트맨 라이프 Aug 09. 2022

차갑고 따뜻한 모순형용-하노이_1

베트남 하노이

여긴 호치민 국내 공항이다. 7일간의 호치민 여행을 마치고 하노이로 가려고 한다. 여행 기간이 짧아 이동 시간을 줄여보고자 국내선 비행기를 미리 끊어 두었다. 

보딩패스를 받고, 수하물을 부치고 여권 검사를 위해 줄을 섰다. 줄을 선 내 앞으로 어떤 여자가 쓱 아무렇지도 않게 새치기를 한다. 처음엔 "새치기"라는 행위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고 지나가다가 잠깐 서 있는 거겠지 라고 생각을 했는데 잠시 뒤에 그 여자의 남자까지 내 앞에 서면서 나는 상황을 파악하게 되었다. 

"어이, 이봐요. 여긴 내 줄이야. 뒤로 가서 서요." 

평소보다 조금더 깐깐하게 굴면서 영어로 이야기 했지만 그녀는 영어를 못알아 들었다. 모른척하는 그녀에게 나는 손짓으로 내 자리다, 뒤로 가라는 표현을 했다. 그럼에도 한참을 쭈뼛대며 서 있길래 이런 걸 참을 수 없는 뾰족뾰족한 나는 다시 큰 소리의 영어로 뒤로 가라고 말하며 손짓을 했다. 사람들이 모두 쳐다보자 그제서야 여자는 베트남어로 뭔가 꿍시렁 거리더니 남자와 뒤로 갔다. 

새치기라니? 정말 놀랍다. 그런데 한참 기다리는 동안 자세히 보니 새치기가 여기 저기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나처럼 화를 내는 사람은 없었고 (아이고...) 대부분 그냥 그런가보다 하는 얼굴로 새치기를 당하고 있었다. 마음이 불편하고 기분이 좋지 않았다. 


두 시간 정도의 비행 후, 하노이에 도착하여 비행기에서 내린 후 화장실을 갔다. 마침 내린 대부분의 여성분들이 화장실 하나에 다시 줄을 길게 늘어서 있는데, 줄을 서 있는 내 앞을 지나 어떤 여자가 아무렇지도 않게 마침 나오는 한 여성의 화장실 빈 칸으로 매우 자연스럽게 들어갔다. 그 자연스러운 화장실녀는 내 앞에 새치기했던 바로 그녀였다. 쳐다보는 내 앞으로 그녀는 바로 다가와 베트남어로 뭔가 이야기를 하고 비웃는 듯한 얼굴로 화장실을 나갔다. 

가끔 나는 모든 언어를 이해할 수 있는 것만 같은 순간이 온다. 이때가 바로 그 순간이었다. 내 귀에 그녀의 베트남어는 아래와 같은 소리로 들렸다. 

"니가 아무리 새치기 어쩌구 해봤자 여긴 베트남이야. 여긴 새치기해서 먼저 하는 사람이 장땡이지. 그게 여기의 룰이야. 이제 알았냐? 멍청한 외국인아." 

아이고 맙소사... 그녀의 말에 앞뒤의 베트남분들이 나를 힐끔 힐끔 쳐다봤다. 나는 분기탱천한 얼굴로  "이런 망할 xx 같으니..."라고 나즈막히 외쳤다. 


그렇게 짐을 찾아 공항 바깥으로 나왔다. 미리 알아둔 정보에 의하면, 하노이 공항 바깥으로 나오면 호안끼엠 호수까지 갈 수 있는 벤 (10인승 정도 되는 차량)을 이용할 수 있고 택시보다 저렴하게 목적지까지 갈 수 있다고 했다. 두 번 정도 물어 벤을 찾아냈고, 호안끼엠 호수까지 갈 수 있음을 확인한 뒤 차에 올라탔다. 벤 안에는 남자 한 분이 이미 타고 있었는데, 내가 차에 타자 잠시 나를 쳐다보더니 

"한국인이시죠?"

라고 말을 걸었다. 7일간의 호치민 여행 동안 어찌된 일인지 한국인을 한번도 못만난지라 일주일만의 한국인이 몹시 반가웠다. 남자분은 50세 내외로 보이는 아저씨였는데, 젊은 여자가 혼자 여행하는 것에 "우려"를 하면서 이 벤을 어떻게 찾았는지, 무섭지 않은지 등 여러가지 질문을 하셨다. 아저씨는 베트남과 한국을 오가며 사업을 하고 있어 이 벤을 자주 이용한다고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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