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놓아 운다, 쿠바
중미와 남미 배낭여행의 두 번째 여행지였던 쿠바.
비용 때문에 망설였던 여행지였으나, 친구의 적극적인 추천을 받고 결국 비행기 티켓을 끊었으나 멕시코에서 쿠바 공항에 도착한 순간 그 축축하고 후덥지근한 더위와 30년 전으로 회귀한 듯한 공항의 모습에 답답하고 두려운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어떤 나이 지긋한 부부와 택시를 합승하여 비교적 저렴하게 아바나 올드타운 쪽으로 갈 수 있었다.
까사(쿠바의 민박)를 예약하지 않아 아무 데나 내린 후 20kg 배낭을 등에, 5kg 작은 배낭을 앞에 메고 올드타운 시내를 걷는데, 후덥지근한 더위에 미칠 것 같았다. 동양 여자애가 두리번거리며 걷는 걸 보니 딱 까사를 찾는 걸 알았나 보다. 많은 삐끼들이 좋은 가격의 까사가 있다며 달려든다. 무섭게 생긴 흑인 아주머님이 자꾸 자기를 따라오라고 하는데, 왠지 느낌이 안 좋아 지나쳐갔다.
결국, 혼자 사용 가능한 2층이 있다고 하여, 키가 큰 마른 흑인 아저씨를 따라갔다. 낡고 좁은 집이었지만, 2층을 둘러보고 나는 바로 결정을 했다. 이유는 내가 너무 좋아하는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사진이 화장실 문에 크게 걸려 있어서였다.
까사를 결정하고 나니 마음이 편해지면서, 극도의 배고픔을 느꼈다. 멕시코 플라야 델카르멘에서 새벽에 출발하여 온지라 하루 종일 제대로 식사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허기진 배를 문지르며 다시 시내를 돌아다니며 탐색을 하는데, 정말 내가 살면서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광경이 눈에 들어온다. 1950년대 영화에서 볼 수 있을 것만 같은 아름답지만 오래되고 쓰러질 것 같은 건물들이 있고, 그 건물들 안에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데 정말 그 건물이 지금 당장 무너진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모습이다. 식당 이런 곳은 없다. 안 보인다. 아니면 내가 모르겠거나. 일단 물부터 사려고 마트를 찾는데 마트도 없다. 결국 중심가 쪽에서 철장 안에서 물과 약간의 과자 등을 파는 곳을 발견했다. 그 목마른 상황에서도 나는 몇 군데를 돌며, 가장 저렴한 곳을 본능적으로 찾고 있었다. (하...)
사람들이 몰려서 물을 사는 곳에서 물을 하나 사고, 정말 배고파서 돌아보다가 닭튀김을 파는 곳을 발견했다. 엄청 저렴했고, 너무 배가 고픈 나를 유혹하는 기름진 냄새에 이끌려 나도 모르게 계산을 하고 있었다. 앉아서 먹을 자리가 없는 곳이어서 나는 그 닭튀김을 들고 길거리 한복판의 의자에 앉아 다른 쿠바 사람들처럼 허겁지겁 닭튀김을 먹었다. (근데 진짜 맛이 별로였다. 닭에 기름이 너무 많았고 튀김옷도 별로였지만, 시장이 반찬) 한참 먹고 있는데 까사 삐끼 아줌마가 지나가다가 나를 발견하고 말을 건다. " 너 나 기억하니?" 왜 첫마디가 이것인지 기억을 하냐면, 이 첫마디에 나는 머리털이 쭈뼛 섰기 때문이다. 해코지하는 거 아닌가? 닭튀김 먹다가 한대 처맞는 거 아닐까? 그 잠깐 찰나의 순간 많은 생각이 지나갔다. " 너 내가 그렇게 붙잡았는데 여기서 보니 까사를 잡은 거 같다. 너 때문에 나는 더 일해야 된다. 흥" 흑인 아줌마들 혹은 여자애들 화내서 눈을 부라리면 진짜 무섭다. 브라질에서도 흑인 여자애가 따발총 랩으로 영어를 하며 "너 내 말 알아들었냐?"며 화를 낼 때 한 대 맞을까 봐 무서워서 "미안해요, 제가 영어가 짧아요."만 외쳤다. 다만, 이때는 여행 초반이라 내가 약간은 겁이 없었다. 말대꾸를 했다. "네 좋은 까사를 잡았어요."라고 공손하게 대답했다. 아줌마는 흥 하면서 인파 속으로 가버렸다.
까사에 돌아와 담배를 한대 피고, (나의 독채에는 문을 열면 담배를 필 수 있는 외부 공간까지 있었다.) 씻은 후 잠을 청했다. 새벽까지 정말 바깥은 시끄러웠다. 애들이 잠을 안 잔다. 소리를 지르고 도로를 다니면서 새벽까지 노는데 일주일 쿠바에 머무르는 동안 내내 늘 시끄러웠다. 떡실신하는 나 같은 사람도 잠을 쉽게 이루지 못하거나, 자다가 새벽에 깼다. 너무 시끄러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