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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봄소리 Aug 23. 2019

모든 것을 버린 후에 찾게 된 것은?

영화 <100일동안 100가지로 100퍼센트 행복찾기> 리뷰

이 영화, 처음에 제목이 참 길다고 생각했다. 100 이라는 숫자가 3번 반복될 정도로 행복을 찾는다니, 요즘 나의 관심사 또한 불안한 현실 속에서 행복 찾기이기 때문에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는지 궁금했다. 그동안 행복찾기에 대한 영화를 떠올리면 <꾸뻬 씨의 행복여행>이나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류의 새로운 것을 탐험하고  모험적 줄거리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기존 행복을 '더하기'가 아닌 '빼기'라는 관점에서 바라본다. 



영화는 우리가 얼마나 많은 물건으로 둘러쌓여서 생활하는지를 보여주면서 시작한다. 전쟁을 겪었던 할머니, 가난했던 삶을 보냈던 엄마와 비교해보면 우리는 평범한 중산층이라고 가정해도 엄청난 물건에 둘러쌓여 생활하고 있다.  옷장에 옷은 많아도 입을 옷은 없고, 실용이 아닌 취향을 위해 예쁜 쓰레기를 모은다. 생활을 위해 언제나 함께하는 물건은 주인을 대변한다. 그런데 수 많은 물건 중에 어떤 것이 내가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IT회사를 공동 운영하고 있는 폴과 토니는 그들이 개발한 모바일 앱에 대해서 1400만 유로의 투자 성사를 받는다. 축하 파티에서 취해서 신경전을 벌이다 모든 것을 버린 후, 하루에 한 가지 물건을 돌려받으며 100일을 버텨야 하는 내기를 하게 된다. 그 과정을 통해 작은 물건 하나의 가치를 발견하기도 하고 내 삶에 우선순위를 갖는 물건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된다. 하지만 영화는 단순히 적게 사는 삶인 미니멀리즘을 지향하지 않는다. 우리가 왜 물건에 탐닉하게 되었는지, 행복을 위해 물건을 산다면 현재는 왜 무엇때문에 행복하지 않은지. 물질 탐미주의를 다룬 소설 조르주 페렉의 <사물들>이 영화를 보면서 생각났다. 


"그들의 세계에서 살 수 있는 수준보다 더 많이 갈망하는 것은 어떤 법칙에 가까웠다. 이렇게 만든 것은 그들이 아니었다. 그것은 현대 문명의 법칙이었고, 광고, 잡지, 진열장, 거리의 볼거리, 소위 문화 상품이라 불리는 총체가 이 법에 전적으로 순응하고 있었다." - 조르주 페렉 <사물들> 중 



영화는 현대인의 소비 생활과 물건에 대한 사유를 폴과 토니의 친구이자 원수와 같은 관계를 통해 밀고 당기며 코미디적으로 유쾌하게 풀어나간다. 100일간의 황당한 내기가 진행되는 동안 폴의 할머니와 토니의 여자친구는 물건을 넘어선 진정한 소유와 행복에 대한 질문을 두 주인공에게 던지게 된다. 코미디 적인 유쾌함, 갈등을 극복한 이해와 화해의 잔잔함이 영화 ost를 통해 리드미컬하게 극에 몰입되며 전달된다. 


이 영화의 원제는 100개의 사물이다. 기억하고 있는 독일 영화가 <베를린 천사의 시>나 <타인의 삶>처럼 진중한 분위기의 영화가 많아서 코미디 쟝르는 어떤 분위기일까 궁금했는데, 감각적으로 코미디를 유쾌하지만 가볍지는 않게 풀어나가고 있음에 놀랐다. 그동안 국내에 프랑스에 비해 독일 영화는 많이 소개 되고 있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들 정도로 말이다.  


몇년 전 철학 수업 시간에 '내가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에 대해 '나 다운 것이 무엇인지'를 계속 떠올릴 수도 있지만, '나 답지 않은 것'을 빼나가다 보면 결국 진정한 나를 찾지 않을 수 있을까라는 논의를 했던 기억을 떠올려본다. 굳이 미니멀리즘을 지향하지 않더라도, 삶의 우선순위에 대해 고찰하는 시간은 누구나 필요해 보인다. 가장 쉬운 것은 물건 정리가 될 수도 있겠다. :-) 

 

 

https://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1245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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