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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봄소리 Jul 31. 2019

내일 따위 없는 인생

<수상한 교수> 리뷰


어느날 갑자기 폐암 말기, 시한부를 선고 받았다. 그런데 아내는 직장 상사인 대학 총장과 바람을 피우고, 딸은 동성애자 선언을 한다. 인생 원래 이렇게 짖굳던가. 절망하며 괴로워하다가 되는대로 자유롭게 살아보기로 결심한다. 오히려 예기치 않은 경험들이 즐겁다.  

  

<수상한 교수>는 시한부를 선고받은 대학교수 리차드(조니 뎁)의 괴팍한 행동들이 주된 줄거리다. 수업을 받으러 온 학생에게 츄리링을 입고왔으면 강의를 듣지 말라고 하고, 마리화나가 있으면 달라고 요청한다. 내일 따위 없는 막나가는 인생을 살기로 작정한 리차드. 그런데 이상하다. 리차드의 이상한 행동에 일부 사람들은 묘한 매력을 느낀다. 생각하는 대로 바로 말하고 행동하는 그에게는 '날 것의 거침없는 매력'이 있다고 할까. 


<수상한 교수>는 인생 막장 코미디의 탈을 쓰고 있지만, 내용을 보고 있노라면 '죽은 시인의 사회'가 생각날 정도로 삶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관객에게 던진다. 사람은 누구나 죽기 마련이다. 갑작스런 죽음의 예고 앞에서 주어진 시간을 당신은 어떻게 보낼 것인가. 


리차드는 곧 다가올 죽음에 대해 두려워하며 슬퍼하기보다는 가 보지 않았던 길을 가보는 것으로 택한다. 오히려 그의 병에 대해 슬퍼하는 것은 친구와 가족이다. 당당하고 거침없어 보이지만 리차드는 그를 둘러싼 가족, 친구, 제자를 모두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 그의 괴팍한 행동에도 미워할 수 없는 것은 이런 리차드의 마음이 곳곳에 묻어 있기 때문이다. 


영화에서는 고풍스러운 클래식 음악과 대중 음악이 번갈아 가면서 사용된다. 대학교수인 리차드의 사회적 환경, 그리고 즉흥적으로 말하고 행동하는 언행에 대한 대비적인 음악 선택이 아니었을까 싶다. 또한 영화 전체 구조가 챕터 형식으로 각 챕터의 제목을 알려주면서 책을 읽는 듯한 흥미로운 연출로 구성하고 있다. 리차드 가족의 부엌 식탁 씬에서는 화자의 클로즈업 보다는, 식탁 전체를 구도로 잡으므로 비어있는 식탁 모퉁이에 관객이 함께하는 듯한 느낌을 준 장면도 인상에 남는다. 



예기치 않은 죽음이 내일이라도 언제든지 그 누구한테라도 찾아 올 수 있테지만, 그것을 미리 안다고 할지라도 일상이 크게 바뀔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주변 사람들이 갑작스럽게 바뀌는 것도 아니고, 가족과 친구, 동료 사이에서 내가 좋아하거나 하고 싶었던 것을 하면서 그렇게 시간을 보내지 않을까. 그리하며 현재 이 순간에 충실하라는 '카르페 디엠'의 마술과 같은 격언을 다시 한번 떠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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