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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봄소리 Jul 31. 2019

우주를 그리워하며

<화성소년 메르카노> <은하철도의 밤> <우주형제#0> 리뷰

우주에는 사회적 현실을 초월한 시공간의 세계가 있다. 그 너비와 깊이를 헤아릴 수 없고 영겁의 지대에서, 우리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경외심을 갖게 된다. 하지만 우주가 이토록 매력적인 이유는 왠지모를 그리움 때문이아닐까. 우주먼지와 같은 별의 자손들인 우리는 과거에도, 미래에도 항상 계속 별을 바라보며 애잔한 그리움을 계속 상상력으로서 표출할 것이다. 


우주와 관련된 것이라면 눈이 반짝반짝해지는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때문에, 지난주 우주와 관련된 애니메이션 3편을 연달아 보았다. 3편 모두 의미 있는 작품인데, 국내에서는 소개가 많이 안 되어있기 때문에 리뷰를 쓰게 되었다. 


뒤틀린 세상에 대한 거침없는 풍자 - 화성소년 메르카노 

오타쿠스러운 주인공 캐릭터 때문에 일본 애니메이션으로 짐작했었는데, 아르헨티나에서 만들어진 작품이었다. 2003년 시체스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한바 있고, 그해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를 통해 국내에 상영되었다. 지구에 불시착한 화성 소년 메르카노는 우주선이 고장나서 돌아갈 수도 없는 상태이다. 화성에 있는 친구에게 컴퓨터로 SOS를 보내지만 그들에게서는 답장이 없고, 외롭고 힘들게 지내던 중에 인터넷으로 훌리안이란 소년과 친해지게 된다. 하지만 훌리안의 아버지는 메르카노를 상업적으로 이용하게 되자 훌리안은 메르카노를 구출해야 겠다는 계획을 갖게 된다. 


영화 속에서 메르카노는 둘리와 닮았다. 사람들 사이에서 생활해야 하는 둘리와, 지구인 사이에서 방황하는 화성인은 동일한 에일리언이다. 하지만 둘리와 친구들의 우정을 그린 <아기공룡 둘리>보다는 둘리가 성인이 된 후에 고닲은 삶을 그린 <공룡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 작품>의 비극과 이 작품은 더 유사하다. 카메라 워킹이 사선구도로 유영하듯 연출이 된 장면과, 어린이용 만화같은 작화풍에서 킬빌과 같이 잔인하게 피가 넘치는 살인 장면이 이색적이었다. 남미스러운 정체성은 느껴지지 않았지만, 억지스럽고 비틀어진 관계 속에서 결국 비극으로 치닻는 과정과 결과가 흥미롭게 연출되었다. 


삶과 죽음 사이의 고요함 - 은하철도의 밤 

 


은하철도999의 모티브가 된 동화작가 미야자와 켄지의 원작을 마스무라 히로시의 만화작품을 원안으로 제작한 작품이다. 이야기 진행방식은 은하철도999와 유사하다. 병든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조반니는 아버지가 고기잡이 나간후 돌아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한다. 은하수 축제의 날, 언덕에서 우연히 신비로운 기차를 타게 되고 기차 객실에서 친구 캄파넬라를 만난다. 열차가 정차할 때마다 새로운 인물들과 풍경들을 마주하면서 은하 여행을 하게 된다. 


미야자와 켄지는 농촌계몽가이자 작가로, 37세 나이에 영양실조로 앓다가 요절했다. 생전에는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사후에 재평가받으며 에니메이션 작품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은하철도의 밤은 기대했던것 만큼 시각적으로 환상적이거나 새롭지는 않다. 조미료 없이 만들어진 슬로우 푸드를 음미하듯 인물들의 만남과 헤어짐이 천천히 흘러간다. 애니메이션과는 어울리지 않는 적막한 고요함이 있다. 은하철도999가 기계와 인간의 사유를 담고 있다면, 은하철도의 밤은 삶과 죽음의 화두를 담고 있다.

 

필요한 것은 용기뿐 - 우주형제#0



우주형제#0은 코야마 츄야가 2008년부터 연재중인 만화를 원작으로, 우주형제 만화가 시작되기 전 프리퀄을 다루고 있다. 만화로 치면 0권호에 해당되기 때문에 0이라는 숫자를 애니메이션 제목에 붙인 점에서 위트가 느껴진다. 우주형제 만화를 본 사람도, 안 본사람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줄거리이다. 


어릴때부터 우주비행사가 꿈이었던 뭇타와 히비토 형제. 성인이 된 후 동생인 히비토는 나사 달 착륙선의 예비 승무원으로 훈련을 받게 되지만, 뭇타는 꿈을 잊고 자동차 회사의 신차 개발 담당으로 일하고 있다. 달 착륙선의 사고로 실의에 빠진 히비토와 어릴적 꿈과 거리가 먼 생활을 하는 뭇타가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되찾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우주탐사에는 항상 예기치 못했던 사고로 실패가 있기 마련이다. 실패에 대해 두려워 하는 히비토에게 선배인 브라이언은 우주비행사를 민들레 홑씨에 비유한다. 민들레 홑씨가 바람에 날리면 새싹을 트이기도 하고, 땅에 떨어지기도 한다. 성공과 실패는 때로는 불가항력적이지만, 찬란한 꽃을 꿈꾸며 날아가는 민들레 홑씨 하나하나는 모두 다 아름답지 않던가. 


포스터에서 두 형제가 취하고 있는 포즈는 두부장수가 용기를 갖고 오라고 했을때, 두부를 담을 수 있는 용기가 아니라 두려움 없는 용기를 갖고 왔다며 형제가 개발해 낸 '용기 포즈' 이다. 소년들의 언어유희와 장난이 담겨있는 이 용기 포즈가, 꿈을 쫓는 우리에게 필요하지 않던가. 새로운 도전을 하는 자에게 필요한 것은 용기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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