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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봄소리 Sep 23. 2019

역경을 헤치고 별을 향하여

영화 <애드 아스트라> 리뷰


** 영화의 줄거리를 일부 담고 있습니다.


브래드 피트의 첫 SF 우주 영화인 <애드 아스트라>는 라틴어로 '역경을 헤치고 별을 향하여(Per aspera ad astra)' 라는 뜻을 갖고 있다. 달 탐사의 첫 임무를 맡고 우주로 향한 아폴로 1호 영웅들을 기리는 말로 케네디 우주센터 기념비에 새겨진 문구인데, 주인공 로이(브래드 피트)의 해왕성 여정에서 겪는 숱한 어려움을 암시한다고 볼 수 있다. 


<애드 아스트라>는 우주의 지적생명체를 찾기 위한 ‘리마 프로젝트’를 수행하다 실종된 아버지를 찾아서 떠나는 미 육군 소령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애드 아스트라>는 기존 SF와 다른  몇가지 독창성이 있다. 우선 그동안의 SF 영화는 주로 하나의 목표(행성)로의 여정이 주 소재였다면 <애드 아스트라>는 지구, 달, 화성 그리고 해왕성 까지 태양계의 여러 행성들을 쉴새없이 탐사하며 각 행성마다 위험과 긴장감 있는 스토리를 전개한다. 



슈퍼히어로를 뛰어 넘는 로이의 캐릭터도 새롭다. 극중에서 맥박이 80을 넘은 적이 없다는 식으로 설명되는데, 어떤 위험상황에서도 침착하고 이성적으로 대처하여 죽을 뻔한 고비도 수차례 넘긴다. 극에서 로이가 슬픔이나 외로움을 느끼지만 절제된 감정만 잔잔하게 표출된다. 일반적인 사람들의 두려움과 당황스러움, 분노와 난폭함이 배제되었기 때문일까 로이에게 크게 감정 이입을 하기는 어려웠던 아쉬움이 있다. 


SF영화는 일반적으로 우주의 지적 생명체의 존재에 대해 긍정적으로 풀이하기 나름이지만, <애드 아스트라>는  현실적인 입장을 취한다. 경외스러운 우주 공간 저 너머에, 지적 생명체가 있다고 믿고 싶지만 아직까지 과학적으로 밝혀진 바는 없다. 기술적으로 태양계 운행을 유인우주선으로 왕복 가능한 근 미래에도 마찬가지일지도 모른다. 시간과 공간이 끝없이 이어지는 적막한 우주공간에서 생명체에 대한 갈망은 하릴 없는 꿈이자 지난한 인내와 괴로움의 싸움이다. 지적 생명체에 대한 신념 밖에 남아있지 않는 아버지에 대해 로이는 "그는 없는 것만 찾았고 눈 앞에 있는 것은 보지 못했다" 라고 말한다. 멀고 험난한 우주 여행 끝에서 느낀 깨달음은 그저 가까운 사람들과 나누는 사랑의 중요성이었다. 


삶이 어디로 흘러갈지 모르지만 난 두려워하지 않아요.
가까운 사람들과 난 그들의 짐을 나누고 그들은 나의 짐을 나누면 되지요.
난 살아갈 거고 사랑할 겁니다.


담담하게 현실에서의 삶과 사람들의 소중함을 강조하는 <애드 아스트라>는 SF 영화에서 우주의 미래에 대한 가능성과 희망에 대한 메시지를 좋아하는 내게는 건조하고 냉철한 맺음이었다. 안티SF 적인 SF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이 또한 SF영화의 다양성의 한 축으로서 반갑고 의미있었다. 


우리가 찾는 해답은 우주 저 너머에 과연 있을까? 우리가 질문 자체를 잘 못 했던 것은 아닐까. 지금 바로 옆에서 찾을 수 있는 해답을 멀리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닐까. 


https://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124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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