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워 바디> 리뷰
"그 힘든 걸 왜 뛰어?"
지각해서 5분 달리는 것도, 계단 몇 층 오르는 것도 숨을 헐떡여야 하는 내게 마라톤은 이해가 안 되는 운동이었다. 숨 막히고 고통스러운 움직임을 왜 사서 하는 건지. 그런 내가 달리기에 재미를 느끼게 된 지 1년 정도 되었다. 원시시대에 던져진 야생 동물처럼 온전히 호흡과 몸의 움직임의 집중하면서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 소중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회차를 거듭할수록 달릴 수 있는 거리가 늘고,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이 정직한 점도 좋았다.
달리기가 취미인 내게 <아워 바디>는 특별하게 느껴진 영화였다. 달리기를 소재로 하고 있지만 제목처럼 몸에 더 포커싱을 맞추고 있다. 8년 차 행정고시생 자영은 시험 보기를 포기하고 남자 친구와도 헤어 진채 무기력한 생활을 하다 달리기를 하는 현주를 보게 된다. 현주의 건강하고 힘찬 몸과 움직임에 왠지 모를 이끌임을 느끼면서 달리기를 시작하게 된 자영에게 변화가 시작된다.
몸이 건강해지고 자신감이 생기게 되면 육체적인 만족감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좀 더 건강해진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하지만 <아워 바디>에서는 달리기가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일종의 현실에서의 도피처럼 묘사된다. 내 맘대로 되지 않는 현실을 잊기 위해 자영과 현주는 달린다. 주저앉고 싶은 큰 나락의 일상을 벗어나기 위해, 스트레스를 크게 받을 때마다 자영과 현주는 달리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주인공의 삶은 위너가 아닌 루저이다. 달리기라는 취미를 통해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을 찾긴 했어도, 크게 현실이 바뀌진 않는다. 자신보다 더 사회적 지위도 높고 결혼도 한 친구의 성의를 편하게 못 받아들이는 자영의 모습은 답답하고 지질해 보인다. 그런데도 이 영화가 생동감을 갖는 것은 오히려 그런 답답한 못난이가 우리 일반인의 평범한 모습이기 때문이다. 근육질 몸매를 부러워하고, 뜬금없는 성적 판타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몸에 대한 욕구를 다양하게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영화에서는 그 어떤 식으로도 이야기의 결말을 마무리 짓지 않는다. 계속 흘러가는 자영의 삶이 어떻게 진행될지 우리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청춘의 어지러운 일상 속에서도 가뿐 호흡 속의 즐거운 긴장감, 몸의 움직임을 통한 마음의 변화 등 운동의 다면적인 모습을 영화 속에서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변화에 대한 충동을 관객에게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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