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호 작가님과의 오픈 세미나
이런 책 나 어릴 때 나왔다면 과학자가 되었을 텐데!!
조진호 작가님의 '그래비티 익스프레스' 책은 F = ma 처럼 어려운 공식 외우기로 기억하고 있었던 과학을 새롭게 인식하게 되는 계기를 제게 만들어줬습니다. 왜 과학자들이 연구를 하게 되었고, 수많은 변천사들이 어떠한 연계성에 대한 흥미진진한 스토리텔링에 매력에 빠져 이후 게놈 익스프레스, 아톰 익스프레스, 에볼루션 익스프레스 책이 나올 때마다 두근두근 하는 마음으로 책을 소장하고 읽게 되었죠.
익스프레스 시리즈 책은 과학 각 분야에 대한 여러 가지 지식이 집약적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다른 분들과 함께 관심 분야에 대해 리서치도 하면서 각자가 느낀 감상을 나누면 훨씬 더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올여름! 모두의연구소 풀잎스쿨에서 <사이언스 익스프레스>라는 이름으로 4권의 익스프레스 책을 함께 읽고 토론하는 모임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
<사이언스 익스프레스> 마지막 모임 시간에 조진호 작가님을 꼭 자리에 모셨으면 좋겠다는 팬심이 있었는데요. 용기를 내어 작가님께 연락드렸는데 흔쾌히 참여하시겠다고 답변을 주셔서 너무너무 감사했습니다. (조진호 작가님 사랑합니다~~!!) 작가님과 함께 하는 이 소중한 시간에, 스터디에 참여하지 않은 분들도 오셔서 익스프레스 책과 과학에 대해 함께 알게 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온라인 개더 타운에서 오픈 세미나로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세미나 진행은 우선 <사이언스 익스프레스> 모임에 참여했던 4명의 참여자 분들이 책과 연계돼 인상 깊게 읽었던 내용이나 책 내용에 영감을 받아 진행했던 프로젝트를 공유했었는데요. 그중 로블록스에 '게놈 익스프레스' 공간을 작가님과 함께 체험하는 시간도 있었습니다. 메타버스 공간에서 기차를 탈 수도 있고, 유전자 사과를 먹으면 캐릭터의 사이즈가 거인처럼 변신하는 등 책에서 영감을 받은 내용들을 가상공간에서 직접 체험해 볼 수 있었죠.
작가님과 Q&A 를 통해 나누었던 사이언스 익스프레스의 뒷 이야기를 공유합니다!
Q. 게놈 익스프레스 책을 읽을 때 '파랑새를 찾아라'라는 말을 하신 적이 있다고 하는데요. 어떤 의미이셨나요?
게놈 익스프레스 책에서 실제로 파랑새가 2-3번 정도 나옵니다. 파랑새가 사실 멀리 있지 않고 가까운 곳에 있었던 것처럼, 게놈에서 다루는 주제도 과학도 사실 멀리 있지 않고 우리 주변에 있다는 점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내용이었는데 독자분들이 관련 메타포를 알아채시는 경우는 아직 못 본 것 같습니다 (웃음)
Q. 수많은 과학 책을 읽고 다시 만화로 재해석하는 창작의 과정이 궁금합니다.
민사고 재직 중일 때는 민사고 도서관에서 과거 출간된 과학책을 보거나 다른 과학 선생님 분들과 얘기하면서 영감을 많이 얻었습니다. 알고 있던 내용도 글로 표현하려면 다시 공부해야 하죠. 교과서, 대학교재 등의 책을 을 한 주제당 4-50권을 읽는 것 같습니다. 어떤 책들은 전체를 다 읽기보다 필요한 부분 위주로 보게 되죠. 책의 내용을 머릿속으로 소화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텍스트로 된 원고를 먼저 쓰고, 그 후에 만화로 재해석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비율로 따지면 조사 60, 작화 40 정도의 시간과 노력이 드는 것 같아요.
목차를 정리하기 전에 스토리라인을 잡으려는 의식을 계속하게 됩니다. 기승전결 및 스토리적 완성도, 소설적 요소가 들어가게 되죠. 전 마지막 장면을 먼저 구상하는 버릇이 있습니다. 과학적 내용과 스토리의 조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Q. 과학이 삶에 주는 의미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과학은 유용한 것, 방법론, 발견하는 것으로 일반적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 같아요. 과학을 다룬 스토리를 보면 외계인과 지구인이 서로 다른 과학기술을 갖고 승부를 다투는 내용이 많은데, 외계인이 다른 미술이나 음악을 갖고 있다고 가정할 경우 지구인과 겨루지는 않을 것 같거든요.
하지만 과학은 인문학에서 찾고자 하는 주제와 별반 다르지 않아요.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고, 사람의 생각하는 범주 안에서 과학이 만들어져요. 우리가 어떻게 우주를 이해하려고 하는가에서부터 과학이 출발되죠. 과학은 천재가 만드는 학문처럼 다루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위대한 과학자들을 보면 천재성보다는 끈기, 오타쿠적인 집착이 있는 분들이 많아요.
학교에서는 방정식 하나로 요점 정리만 과학을 배우죠. 과학을 문제풀이로만 가르칠 거면 차라리 가르치지 않고 놔두어 스스로 호기심을 갖게 하는 게 더 좋은 교육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과학은 인간의 활동이가 우리 삶의 해석 방식이기 때문에 과학을 공부하다 보면 삶의 태도를 배우게 됩니다.
Q. 어떻게 하면 책을 잘 쓸 수 있을까요? 게임 회사에서 일하신 게 스토리 작성에 도움이 되나요?
자기가 좋아하는 책이 있다면 그 작가와 통하기 때문에 답습해서 흉내 내는 것도 잘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자기 자신이 즐거워야 하겠죠.
게임 분야에서 일한 게 확실히 책 쓸 때 도움이 많이 됩니다. 특히 캐릭터 만들 때 비슷한 것 같아요. 성격, 말투, 특징, 외모 등 성격을 부여하게 되거든요. 또한 난관에 부딪혀 헤쳐나가는 과정이 비슷해요. 매력 있는 걸 만들 때 후반부의 밸런스 조절이 중요합니다. 너무 어려워서도 안되고 너무 쉬워서도 안되죠. 적절한 스트레스를 주면서 책을 놓치지 않게 해야 하는 것이 필요해요.
Q. 앞으로의 익스프레스 시리즈의 계획이 궁금해요
익스프레스 시리즈의 콘텐츠 재생산을 매우 환영합니다. 애니메이션, 실사화 콘텐츠도 너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애니메이션 샘플 작업해볼까 최근 친구와도 얘기하고 있죠.
내년 출간 목표로 하는 책은 '퀀텀 익스프레스'입니다. 퀀텀은 좋은 소재이기 때문에 잘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있어요. 너무 진지한 내용을 다루다 보니 작업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은 아닐지, 좀 더 캐주얼한 것도 써보면 어땠을까라는 고민도 종종 합니다. 하지만 익스프레스 시리즈 10권 정도가 잘 완성돼 되면 역사에 계속 남을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도 들어요.
Q. 포스트 코로나 및 환경 이슈 속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이 됩니다. 과학 공부가 어떤 역할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과학공부는 삶을 풍요롭게 해 줄 수 있어요. 삶이 한정돼있는데 자기가 끌리는 걸 해야 하지 않을까요. 지금 내가 어디 있고 고민을 하는 것 자체가 삶을 풍요롭게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라는 존재가 찬라를 살아가는 미비한 존 재구 나를 과학 공부를 하게 되면 많이 느끼죠. 하지만 이것은 비관론자보다는 경건해지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싶어요. 얼마나 자기중심적이고 인간 중심적인지를 생각하게 되죠.
예술하는 창작자분들이 과학에서 영감을 많이 얻으세요. 최근 현대 무용하는 지인이 중력을 공부하신다고 들었는데 어떤 무용으로 표현하실지 기대가 됩니다. SF 장르도 너무 천편일률적인 과학 주제만 다루고 있어요. 양자역학, 평행우주는 과학에서는 극히 일부이거든요. 과학은 굉장히 무궁무진합니다.
Q. 과학을 만화로 표현하게 된 이유는?
글로 모두 쓰기에는 필력이 어렵다고 생각했던 차에 만화가인 동생(밤을 걷는 선비의 작가 조주희님)의 권유로 만화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작업을 하고 나니 장점이 많이 보였어요. 우선 친숙하고, 스토리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단순 그림으로서만 잘 설명한 분야는 교과서이고, 만화의 장점은 인물들의 감정이입과 시선에 따른 공감인 것 같아요. 어려운 책도 만화로 표현하면 다 읽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합니다. 그림체는 일본보다 미국 남미 유럽 작품을 좋아하는 편이에요. 간혹 저의 그림체가 거친 것에 대한 이유가 있냐는 질문을 받는데 제겐 최대한 깔끔하게 진행한 그림체입니다. (웃음)
Q.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과학자가 있나요?
누군가를 손꼽기는 어려운데 물리학자들이 개성이 많아 보이긴 해요. 괴짜도 있고, 은둔형도 있고. 어떤 과학자는 이 사람은 과학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과연 있었을까 할 정도의 사회 부적응자도 있죠. 이런 분이 사실 책을 쓰는 입장에서는 좋은 캐릭터입니다. 이에 반해 생물학자는 열심히 일하는 아빠곰 느낌? 부지런하고 성실한 분이 많죠.
Q. 책에서 화자를 본인으로 설정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처음에는 어떤 게 좋을지 몰라서 나로 설정하긴 했는데 나는 주인공이 아닌 관찰자로서의 역할만 담당하고 있어요. 힘을 안주는 무색무취 캐릭터이죠. 독자도 나와 같은 위치에 있는 캐릭터였음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그리고 나뿐만 아니라 다른 과학자들로 여행을 함께 하죠. 번외 편으로 왜 나라는 캐릭터가 필요한지, 익스프레스 세계관의 설명을 해도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은 있습니다.
Q. 과학책을 추천해주신다면?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이후 과학을 시적이고 비유적으로 실생활에 접목시키는 피상적인 책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전 과학을 좀 더 팩트 위주로 정확하게 표현하고 아주 구체적으로 써진 책을 좋아합니다.
사이먼 싱의 빅뱅, 과학 안단테, 불멸의 원자, 신의 입자 정도가 생각나네요.
<사이언스 익스프레스>를 통해 4권의 책을 읽으며 즐겁고 유익하게 과학뿐만 아니라 스스로를 성찰해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왜를 통한 본질에 대한 철학적 사유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고 또 인간의 언어가 아닌 과학을 통해 우주의 언어를 살짝이라도 엿볼 수 있었다는 기분이 들었어요. 특히 과학 학문이 분리되어 있지 않고 서로 영향을 받아가는 과정들, 그리고 무엇보다 과학자들의 불굴의 도전정신과 과학적 태도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앞으로도 과학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을 가질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과학을 좀 더 가까이하는 태도로 인해 저의 시야가 더 넓어지고 삶이 더 풍요로워질 것이라는 믿음이 생깁니다.
그리고, 조진호 작가님의 익스프레스 시리즈는 과알못도 누구나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되니 꼭 읽어보시길 강추합니다!
제가 <사이언스 익스프레스> 모임을 진행했던 모두의연구소 풀잎스쿨이 9월 13일부터 참여자 신청을 받습니다. 열정 있는 분들과 지속적으로 관심 분야 스터디를 해보고 싶은 분들은 풀잎스쿨을 참고하세요 :)
https://modulabs.co.kr/apply-flip17/
본문에 언급된 내용과 관련된 사이트 링크 모음입니다.
모두의연구소 <사이언스 익스프레스> 모임 페이지
https://modulabs.co.kr/product/science-express/
서종원 연구원님이 로블록스로 만든 <게놈 익스프레스>
https://www.roblox.com/games/4493507443/BookS-GENOME-EXPRESS
조진호 작가님의 익스프레스 책 <게놈익스프레스>, <그래비티 익스프레스>, <아톰익스프레스>, <에볼루션 익스프레스>
http://www.yes24.com/Product/Goods/97665734?OzSrank=8
조진호 작가님의 익스프레스 시리즈 사이트
<조진호 작가님이 추천해주신 과학책 리스트>
사이먼 싱의 빅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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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안단테
http://www.yes24.com/Product/Goods/2808463?OzSrank=1
불멸의 원자
http://www.yes24.com/Product/Goods/29186350?OzSrank=1
신의 입자
http://www.yes24.com/Product/Goods/35406201?OzSrank=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