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lzburg - Mozart birthplace & residence
하늘의 언어를 음악으로 표현한 모차르트
옥구슬 굴러가듯 음표들이 또로롱 무지개처럼 펼쳐진다. 처음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를 연주하면서 느꼈던 첫 인상이었다. 아기자기한 멋은 있었지만 드라마틱한 느낌이 덜해서였을까, 어린 시절의 난 모차르트의 음악을 많이 좋아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런 저런 음악가들을 접하고, 다시 나중에 찾아 듣게된 모차르트는 천상의 멜로디와 같은 특유의 반짝거림이 있었다.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온 모차르트, 땅에서 하늘로 올라간 베토벤' 이라는 표현이 참 잘 어울린다. 모차르트는 해와 달, 별과 구름과 같은 하늘의 언어를 지상으로 훔쳐와 우리에게 음악으로 펼쳐 보여준 음악가다.
오스트리아 여행에서 잘츠부르크는 모차르트의 도시라는 이름 하나만으로도 내게 꼭 방문하고 싶은 도시였다. 모차르트는 잘츠부르크에서 태어났고, 35년의 짧은 생애 중 25년 동안 이 도시에서 살았다.
잘츠부르크는 작지만 재기넘치는 발랄함이 있는 도시다. 모차르트가 이 작은 도시의 경제를 책임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로 골목 곳곳에서 모차르트 기념품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모차르트가 태어난 생가는 잘츠부르크에서 가장 번화한 게트라이데 거리에서 노란색 건물을 찾으면 된다. 모차르트가 1756년 1월 27일 태어난 뒤 17세까지 살던 집이다. 1층에는 모차르트가 사용했던 피아노, 바이올린, 침대 등이 전시되어 있고, 2층에는 오페라 마술피리를 초연할 당시 사용한 소품을 볼 수 있다. 이 밖에 3층과 4층에서도 모차르트의 가족들이 잘츠부르크에서 생활한 모습들이 소개되고 있었다.
전시된 물품중에 모차르트가 어린 시절 사용했던 바이올린과 모차르트의 머리카락은 특별히 더 인상적이었다. 어린이용 사이즈의 바이올린에서 고사리 손으로 연주했을 신동의 모습이, 그리고 머리카락은 신체의 일부분이 남아있다는 사실에 전설과 같은 음악가가 나와 같은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해주었다.
전시를 보면서 모차르트의 여러 작품 중 특별히 오페라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모차르트의 오페라가 그 당시 많은 사랑을 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특히 마술피리는 초연극장에서 100회가 넘게 공연되었다고 한다.
모차르트의 생가 외에도, 잘츠부르크에는 모차르트가 살았던 아파트도 찾아 가 볼 수 있다. 모차르트가 17세 생가를 떠난 1773년부터 1780년까지 살았던 장소이다.
잘츠부르크의 거리를 걷다보면 나타나는 광장에서 모차르트의 동상을 볼 수 있다. 모차르트 초콜렛과 같은 수많은 기념품들 속에서 그의 얼굴을 접해왔지만 광장에서 만나보게 되는 모차르트는 사뭇 진지하다. 손에 쥐고 있는 펜이 방금 떠오른 음악적 영감을 바로 음표로 써내려갈 듯 하다. 쌓여있는 눈 위에 놓여있는 푸른 화환처럼, 모차르트의 음악은 언제나 이 거리 곳곳을 생기있게 해주고 있었다.
해가 저물어 가는 어스름한 저녁, 모차르트의 고향에서 모차르트의 음악을 꼭 들어야 할 것 같아 이날 모차르트 바이올린 소나타를 공연한다는 알테 레지던스 (Alte Residenz)로 향했다. 작은 방에 모차르트가 살았던 시절의 피아노를 재현한 악기가 들어서 있었다. 20-30명의 자리가 금방 꽉 찼다. 그동안 음악 동호회를 하면서 모차르트 바이올린 소나타를 K.301과 K.304 두 곡 연주해보았는데 이 날 공연 레파토리에 두 곡 모두 포함되어서 감회가 남달랐다. 잘츠부르크에서 전세계로부터 온 관객들과 함께 모차르트의 음악을 듣는 느낌은, 국적과 나이 성별을 떠나 모두 모차르트의 음악으로 한마음이 되는 듯 했다.
모차르트의 숨결이 거리 곳곳에 남아있는 이 거리에서, 또 다른 음악가의 이름을 찾아 볼 수 있었다. 바로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인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이다. 버스를 타고 지나가다 '카라얀 광장'이라는 이름이 있어서 내가 아는 그 지휘자 카라얀이 맞나 싶었었는데, 어느 건물 앞의 비추어진 동상 그림자가 바로 카라얀이라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정원에 동상이 있던 건물은 카라얀의 생가였다. 카라얀이 오스트리아 출신인 것은 이 전에는 몰랐었다. 그러고보면 독일과 오스트리아는 음악적 교류가 많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대표적인 클래식 작곡가들 (바하, 베토벤, 브람스, 바그너, 멘델스존 등)이 독일 출신이 많지만 대부분 오스트리아에서 더 많은 활동을 하고 더 큰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거리곳곳에서 마주치는 모차르트의 이름만으로도 행복이 충만했던 도시, 아기자기한 거리와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풍광이 또 다른 반짝거리는 아름다움을 선사했던 도시, 바로 잘츠부르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