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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봄소리 Sep 11. 2017

핑크 플로이드와 베를린 장벽

Berlin - The Berlin Wall

락 음악을 한 두곡 찾아 듣기 시작하면서 나와 영혼의 결이 맞는 뮤지션을 찾는 즐거움을 알게 되었다. 그 중에 빼놓을 수 없는 뮤지션이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이다. 핑크 플로이드의 실험적인 사운드는 음악의 멜로디를 즐기는 유희를 넘어서, 마치 외계인과도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할 것 같은 음악 너머의 세상이 있었다. 그 특징은 사회적 메시지 때문이기도 했고, 사운드와 사운드의 충돌로 인한 스파크, 일종의 번뜩임과 같은 음악적 재치와 위트 덕분이기도 했다.  


핑크플로이드의 음악을 무척 좋아하지만 처음 핑크플로이드를 알게 된 것은 음악이 아닌 영화 핑크플로이드의 더 월(The Wall) 포스터였다. 눈물을 흘리며 절규하듯한 일그러진 얼굴의 포스터는 극한 감정, 그 이상의 묘한 이끌림을 갖고있었다. 절규하며 포효하는 핑크플로이드의 더 월 포스터에 비하면 뭉크의 절규는 살짝 놀라는 수준이라고 할까. 포스터 한 가득 차지하는 그의 벌려진 입속으로 모든 비극과 슬픔이 블랙홀처럼 휩쓸려 들어간다.


영화 '핑크플로이드의 더 월' 포스터


베를린으로의 여행이 정해졌을 때 핑크 플로이드의 더 월 앨범을 뮤직 플레이리스트에 담은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였다. 더 월은 특정 장소에 대한 지칭이 아닌  현대사회의 단절과 고립을 나타내는 은유적인 표현이라고 하지만 베를린 장벽은 이념, 지역, 가족, 과거와 현재의 분리 라는 점에서 더 월의 음악과 본질적으로 맞닿는 부분이 있다. 베를린 장벽의 끝없이 늘어진 각양각색의 그라피티와 마주하며 더 월 앨범중에 살얼음(The Thin Ice)을 반복해 들었다. 갓 태어나 세상과 처음 소통하는 갓난아이의 울음소리로 시작하는 이 곡은 서정적이고 잔잔한 멜로디로 시작했다가 강렬한 사운드로 전환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삶이라는 살얼음판 위를 아가인 너가 스케이팅해야 한다면, 얼음에 금이 가도 놀라지마.

얼음 위에서 발버둥쳐도 두려움과 공포가 너를 덮치고 미끄러 빠진 넌 결국 미쳐버릴꺼야."



베를린장벽은 이제 허물어지고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알고 있는 베를린장벽의 공식명칭은 현재 '이스트 사이드 갤러리(East Side Gallery)'라고 불리운다. 가장 폭력적인 전쟁의 상흔이 예술의 표현을 상징하는 갤러리가 되어버린 시간의 흐름이 신기하다. 베를린 장벽은 수많은 낙서들로 중첩화 되어있다. 특정한 누구의 작품이라고 거론하기 어려운 거대한 협업의 캔버스이다. 단절의 상징이 이제는 오픈 플랫폼이 되었다. 각양각색의 그림 못지않게 하나로 규정하기 어려운 복합적인 감정들을 베를린 장벽을 걸으면서 느끼게 된다.  


베를린에 있는 동안은 항상 날씨와 무관하게 서늘하고 창백한 기운이 느껴졌다.

과거 동독이었던 시절 공산주의 지배하의 경직되고 차가운 분위기가 아직 잔류하고 있기 때문일까.

독일 베를린의 베를린 장벽에 있었던 검문소였던 체크포인트 찰리(Checkpoint Charlie)에서 동독과 서독 군인의 모습을 방향에 따라 다르게 볼 수 있는 것처럼 자유분방한 예술의 이미지와 경직된 사회의 분위기가 함께 공존했다. 베를린은 그런 융합의 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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