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treux - Lake Leman
"스위스의 몽트뢰? 스위스에 멋지고 유명한 도시가 많은데 왜 처음들어보는 몽트뢰라는 곳으로 여행가?"
"응, 그 곳에서 딥 퍼플의 스모크 온 더 워터가 작곡되었어. 퀸의 메이드 인 헤븐 앨범의 표지가 촬영된 장소이기도해."
노래 한 곡 때문에 그 도시를 꼭 가야 한다는 나의 얘기에 친구는 신기하다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나에게 딥 퍼플의 스모크 온 더 워터와 퀸의 메이드 인 헤븐 앨범은 내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불후의 명곡과 명반이다. 스모크 온더 워터는 '딴 따다 딴 따다다'의 강력한 기타 리프로 곡이 시작된다. 리프가 반복되며 베이스와 드럼등 밴드의 각 악기들이 하나씩 점층적으로 추가되는데, 여러개의 레이어가 겹쳐지면서 다채로우면서 복합적인 하모니의 음을 만든다. 멜로디에 화성과 리듬적인 요소가 추가될 때마다 음악을 듣는 나의 감정 또한 하나 둘 고조된다. 퍼즐 조각을 맞추듯, 도화지에 색을 덧칠하듯 해체된 음들이 다시 합쳐지고 다시 분해되는 과정이 음악이라는 감성을 넘어서 순수한 이성의 본질을 마주하는 느낌도 든다.
딥퍼플은 1971년에 몽트뢰에 머신헤드의 녹음을 위해 방문 왔다가 몽트뢰에 있는 카지노에서 공연을 보던 한 관객이 쏘아올린 불꽃이 천장에 닿아 불이 붙으면서 화재가 난 사건을 보게된다. 이에 영감을 얻어 스모크 온더 워터를 작곡하는데 '물위에는 연기, 하늘에는 불길이 (Smoke on the water, fire in the sky)' 라는 가사 내용 또한 본인이 경험한 화재 사고를 그대로 담고 있다.
메이드 인 헤븐은 퀸의 마지막 정규 앨범으로 프레디 머큐리가 죽기 직전에 녹음한 곡들이 담겨있다. 생전에 몽트뢰를 즐겨 찾았다는 프레디 머큐리의 동상이 몽트뢰에 세워졌는데, 메이드 인 헤븐의 앨범 쟈켓은 몽트뢰에 있는 프레디 머큐리 동상과 멤버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프레디 머큐리의 추모 앨범을 만든 멤버들의 마음이 뭉클하게 느껴지는 사진이다.
몽트뢰에 도착해서 레만 호수 주변을 산책하니, 고요한 침묵마저도 아름다움으로 느껴지는 풍경에 과연 여러 음악가들이 즐겨 찾고 음악적 영감을 얻을 만한 장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몽트뢰는 매년 7월 2주간 열리는 유럽 최대 재즈 축제인 몽트뢰 재즈 페스티벌로도 유명하다. 1967년 시작되어 긴 역사와 명성을 자랑하는 페스티벌로 2013년에는 그 가치를 인정받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록되기도 했다. 하드락에서 부터 재즈에 이르기까지 쟝르를 초월한 여러 음악이야기를 담고 있는 몽트뢰는 작은 보석과 같은 음악도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