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딘가 오래 앉아 있었던 자리인데,
그 자리가
사실 내 자리가 아니었구나 싶은 순간이 있다.
명확한 말이 오간 것도 아니고,
누가 무례하게 행동한 것도 아닌데—
말 없는 분위기 하나가
생각보다 크고 선명하게 남는다.
나만 알고 있던 조용한 균형에
누군가가 살짝 손을 대고 간 기분.
그 손끝에 있었던 건
“괜찮냐”는 말이 아니라,
“괜찮은 척, 하고 있죠?”라는
느낌에 가까웠다.
그날 이후,
나는 다시 한 번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있어도 되는가,
스스로에게 묻고 있었다.
무엇이 되지 않은 채로
하루를 살아보고 싶다고 말하면서도,
‘되어야 한다’는 그림자를
등 뒤에서 느껴버린 탓이다.
그게 누군가의 탓은 아니다.
아마 내가
너무 오래 괜찮은 척,
무언가인 척,
익숙하게 버텨온 사람이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번에도
그냥 '무심한 척' 넘어갈 수도 있었지만
이번엔 조금 다르게 해보고 싶었다.
척을 내려놓는 연습.
‘괜찮은 척’이라는 자리에 다시 앉기보다는,
조용히 그 자리를 비워두고
나를 앉혀보는 중이다.
무언가 설명하지 않아도,
자리를 지키지 않아도,
그냥 ‘있기’만 해도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다.
누군가가 다녀간 자리에
조용히 내 감정만 남겨두고,
내 감정에게 말한다.
“괜찮아, 그렇게 느낄 수 있어”
이 질문이 작고 흐릿한 내 일상을
다시 편안하게 만들어줄것인가?
모르겠다.
그저 나는 지금
그 자리를 지키려는 게 아니라,
그 자리에서 나를 지키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