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 없이도 살아볼 수 있다면

by 소담

시작은,
절망감이었을지도 모른다.


“내가 잘할게.”


그때 그 말은
살기 위한 말이었다.
정확히는, 살게 하기 위한 말.


그리고 지금,
나는 그 말대로 살아내기 위해
참 오래 애썼다는 걸
알아버렸다.


나는 오래도록
무언가를 잘해야
존재할 수 있는 사람처럼 살아왔다.


‘쓸모’나 ‘의미’ 같은 게
나를 지탱하는 말 같았고,
그 말이 사라지면
나도 사라질 것만 같았다.


그래서 언제나
의미를 만들어내고,
생산적인 사람이 되려고 했고,
하루를 증명하듯 살아왔다.


그렇게 살다 보면
무언가 되어 있는 기분이 들었고,
그게 괜찮은 사람 같아서
버틸 수 있었다.


요즘은
조금 다르게 살아보는 중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것도 되지 않아도
그냥 하루를 보낸다.


처음엔 불안했다.
지금도 아주 편한 건 아니지만
가끔 그런 시간이
오히려 나를
조금 더 편하게 해준다는 걸
조금씩 느껴본다.


의미를 찾지 않아도
존재할 수 있는 시간.
잘하지 않아도
무너지지 않는 하루.


살아야 했던 시간이 지나고,

이제는
살아볼 수 있는 시간을 지내봐야지.


정확히 말하면,
그 시간을
조금씩 허락하는 중이다.


그리고 그게,
나에게는
처음 오는 생경한 평화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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