싶지만, 싶지 않은 마음들

by 소담


2004년 여름 어느 날,

블로그에 글을 썼다.


비를 맞고 싶은데, 비를 맞고 싶진 않고,

너를 보고 싶은데, 너를 보고 싶진 않고,

이대로 이고 싶은데, 이대로 이고 싶진 않고…


그땐 그냥

말이 안 되는 문장을

그냥 그렇게 쓰고 있었다.


지금 다시 읽어보면

그건 모순이라기보다는

그냥 내가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이었다.


감정이 복잡해서가 아니라,

감정이 그렇게 태어나는 사람이었던 것 같다.


하나의 문장만으로는

내 마음을 다 담을 수 없어서,

항상 두 문장으로 말해야 했던 사람.


말하자면,

“…싶지만, …싶지 않다”

는 구조로 나는

오래도록 나를 설명해왔다.


그때와 달라진 건 나이와 상황뿐.
나는 여전히 그렇게 생각하고,
그렇게 말하고,
그렇게 살아간다.


그땐 몰랐는데,
지금 와서 보니
그게 나의 방식이었다.


확신과 불안,

욕망과 경계,

갈망과 망설임이

동시에 존재하는 상태를

나는 늘 두 문장으로 번갈아 말해야 했다.


하나의 문장만으로는
나를 다 표현할 수 없어서.

그렇다고 두 문장 모두를 버릴 수는 없어서.


그 언어 속에서

나는 나를 지키고,

때로는 숨고,

어쩌다 꺼내 보기도 하면서

여기까지 왔다.


지금은
그 모든 모순을 품은 채
그저 살아보고 있다.


비를 맞고 싶지만,

맞고 싶지 않은 마음으로.

혼자 있고 싶지만,

누군가를 갈망하는 마음으로.


그 마음들을 굳이 정리하지 않고

그대로 살아보고 있다.


그 무엇이 아닌 채로,

조금 모순된 채로,

그대로.


그렇게

그 무엇도 되지 않은 채로 살아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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