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이라 하고 삽질이라 말한다
졸업하고 루틴이 정해져 있는 일을 해본 적이 없다.
컨설팅에서 일할 때는 겨우겨우 이렇게 하면 되는구나 하고 알아낸 방법으로 프로젝트를 끝내 놓고 나면 어김없이 다음 프로젝트에서는 놀리기라도 하는 모양인지 난생처음 본 일을 바닥부터 다시 배우고 시작해야 한다.
스타트업으로 넘어온 지금도 여전히 그렇다. 애초에 신사업팀이라는 특성상 정해져 있는 루틴 따위야 있을 리 없고 그 안에서 데이터를 팀 내에서 흐르게 만든다는 목표만 가지고 이런저런 일을 벌이는 일은 누가 가르쳐줄 수 있는 일이 전혀 아닌 것 같다.
얼마 전에 나온 '겨울왕국 2'의 OST였던 In to the unkonw을 듣던 중에 문득 궁금해졌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해져 있지 않은 환경(=불확실성)에서 일 잘한다는 소리 좀 들어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환경이 다양한 만큼 상황별로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얼마나 빠르게 무규칙적인 패턴 속에서 규칙적인 패턴을 만들어 그걸 연결시키는가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우리가 루틴 하다고 여기는 패턴들 조차도 (가령 은행의 입출금 업무와 같은 매일매일 동일하게 진행하는 업무들) 처음부터 루틴 하지 않았을 것이다. 누군가는 그 업무를 처음 시도했을 것이고, 아 이렇게 하면 입출금을 조금 더 빠르게 할 수 있구나 이렇게 하면 좀 더 효율적이구나 이런 것들을 최적화해 나가면서 루틴을 만들어 둔 것은 아닐까, 그리고 후에 그 일을 맡게 된 사람에게 사수/매뉴얼과 같은 내용으로 그것을 루틴 하게 전달해 준 것은 아닐까 한다.
과거의 패턴에 얽매여 있으면 무규칙 속에서 규칙을 빠르게 찾기가 어려워진다. 게임의 속성이 달라지고 판이 달라졌을 때 과거의 성공경험은 오히려 Stereotype이 되어 방해가 될 수 있다. 적을 만나면 적을 베고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베고, 나를 만나면 나를 벤다고 했던 말이 문득 떠오른다.
마지막으로, 실험적인 사고방식 역시 중요한 것 같다. 실험을 하기 위해서는, 아 이건 이렇게 되지 않을까? 하는 가설을 먼저 만들고 진짜 그렇게 되는지 확인해보고 다른 경우에도 그렇게 되는지를 하나씩 확인해 나가는..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불확실한 토양 위에 나만의 확실성을 하나씩 쌓아갈 때 외부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안전지대가 더 넓어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