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의 주인공 포레스트 검프는 경계선 지능을 가진 일반인 시선으로는 살짝 모자라 보이는 사람이다. 포레스트를 지나쳐 가는 극 중의 주인공들은 다들 한 마디씩 물어본다. 포레스트, 너 바보니? (Forest, are you stupid or something?) 그러면 포레스트는 그 질문을 할 때마다 꼭 한 마디씩 이렇게 돌려준다. 우리 엄마가 이렇게 알려줬다고 함께 말하면서
Stupid is as stupid does,
(바보는 바보처럼 행동하는 사람이 바보인 거래)
어떤 사람이 바보 같다는 것은 그 사람이 만들어내는 이미지가 아니라, 그 사람이 하는 행동이 만들어낸다. 포레스트의 주변인들은 포레스트에게 너 혹시 바보니?라고 물어보지만, 정작 바보 같은 사람은 포레스트가 아니다. 자기만을 사랑해주는 포레스트를 두고 흔히 말하는 나쁜 남자들만 일 평생 쫓는 제니, 전쟁통에서 목숨을 살려준 은인인 포레스트에게 오히려 화를 내고 증오를 품고 살아가는 댄 대위처럼 말이다.
반면 포레스트는 누구에게도 증오심을 품지 않고, 역사의 큰 굴레에 몸을 깃털처럼 맡기고 살아간다. 베트남에 파병되어서 힘들지 않았냐는 질문에는, 베트남의 하늘에서 봤던 수많은 별들이 너무 아름다웠다고 대답했으며, 3년 2개월 14일 동안 지속했던 미국 대륙 횡단 러닝이 힘들지 않았냐는 질문에는, 떠오르는 태양과 지는 해를 바라보는 것이 너무 아름다웠다는 살짝 엉뚱한, 하지만 주어진 시간을 어쩌면 누구보다 현명하게 보내는 방법을 대답한다.
많은 사람들은 행복하게 살기 위한 조건으로 스마트함을 꼽기도 한다. 좋은 학교 그리고 직장에 갈 수 있는 능력 중 하나이며 그러한 성공은 행복으로 가는 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준에 전혀 부합하지 못했던 포레스트지만 포레스트는 오히려 힘들 수 있었던 상황 속에서 그의 순수함과 경계선지능 덕분에 상황을 단순하게 바라보며 행복한 부분을 찾아낼 수 있었다.
영화 초반 포레스트의 어머니는 포레스트를 일반 학교에 입학시키기 위해서 학교의 교장과 설전을 벌이며 이런 말을 한다. "일반적(Normal)이라는 게 도대체 어떤 것을 말하고 누가 정하는 것인가요?" 교장이 당신의 아들은 경계선 지능이기 때문에 남들과는 다르다는 말에 대해 답변을 날린 말이었다. 그리고 영화 후반으로 갈수록, 과연 포레스트의 지능이 경계선에 있다는 것은 포레스트가 행복하고 현명하게 사는 것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을 영화는 멋지게 보여주었다. "나는 내가 똑똑한 사람이 아니란 것을 알지만, 사랑이 뭔지는 알고 있다"고 제니에게 말하면서 말이다.
영화는 깃털이 하늘에 날려 포레스트의 이야기 책장으로 들어가면서 시작하고, 그의 이야기 책장에서 깃털이 다시 하늘로 날아가며 끝이 난다. 마치 미국의 거대한 역사의 수레바퀴에 맞서 깃털처럼 이리저리 휘날리며 살아온 포레스트 검프의 이야기처럼 말이다. 삶은 그렇게 우연과 필연의 연속과도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포레스트의 어머니는 포레스트에게 말했다. "Life is like a box of chocolates" 삶은 초콜릿 박스 같은 것이라고. 그 안에는 여러 가지 맛의 초콜릿이 들어있고, 어떤 초콜릿을 먹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어쩌면 요즘과도 같은 코로나 상황에도 삶은 초콜릿 박스 같은 면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 시기를 현명하게 이겨나가는 방법을 조금은 오래된 영화, 하지만 어떤 영화보다 여운이 남는 포레스트 검프에서 엿볼 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