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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e May 01. 2021

#4 출강을 나갔다

찾아줄 때 가자


 온라인 강의를 만들어 배포한 뒤 현업에 적응하느라 정신이 없던 와중 한 통의 메일을 받았다.  글로벌 반도체 제조 회사의 기술 교육 담당자라고 소개한 사람이 요청한 것은 온라인 강의 내용을 토대로 2일 일정으로 출강을 진행해줄 수 있냐는 내용이었다.


 사실 처음 연락을 받고 나서 기쁘다기보다는 누가 장난을 치는 줄 알았다. 이미 고급 기술/개발 인력들이 많고, 외부에도 강의 경력이 충분한 베테랑 강사분들도 많을 텐데 왜라는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내가 커버하는 범위는 엔트리 레벨 단계의 콘텐츠였기 때문에 더욱!


 반신반의하며 답신을 했고 디테일한 내용을 주고받으며 장난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약 2-3년 차의 설비 엔지니어분들을 대상으로 SQL 강의를 진행하는 내용이었으며, 대부분 공학 계열의 전공자 분들이지만 컴퓨터공학 전공자는 아니시기 때문에 해당 엔트리 레벨 수준으로 충분하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진행을 할 용기 같은 게 생겼던 것 같다.

 


 코로나로 대면활동이 제약되던 시기에 한차례 비대면으로 진행할 수 있었고, 이번에는 대면 진행이 가능해져 천안에 있는 사업장을 방문하기 위해 2박 3일 일정으로 천안에 방문했다. 이미 진행해봤던 내용들인데도 오랜만이라 리마인드하고 어떻게 시간을 쓸지 매우 고민이 되었다. 이왕 천안까지 온 거.. 좀 놀자라는 생각도 있었는데 숙소에서 저녁에 다음날 어떻게 할지 보다가 끝나버린 것 같다.


 강의 진행은 걱정했던 것과 달리 수월하게 진행되었다. 참여해주신 분들이 스마트하고 공학 베이스여서 그런지 나오는 질문들에서도 빠른 이해도가 느껴졌다. 단순히 작동하는 기능적인 부분만이 아니라 원리를 파고드는 분도 계셨고 문제도 매우 빨리 해결하시는 것도 타이핑 소리의 리듬에서(?) 느껴지기도 했다. 물론 표정에서 조금 지루해하시는 기색이 느껴지는 분들도 더러 있었다. 현업에 가셔서 직접 사용하시지 않을 수도 있다거나, 준비한 내용이 쉬워서 지루해하셨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육 담당자님과 얘기할 기회가 있어 이런저런 얘기를 들어보니, 아무래도 강사 선정은 교육 담당자의 교육 목표 설정에 따라서 많이 달라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존에는 기본 경력이 10년 혹은 그 이상인 산업계의 베테랑 분들이나 학력이 박사 이상이 되는 분들을 선정하는 것이 관습이었는데, 기존에 진행하던 방식이 아닌 좀 새로운 방식으로 진행하고 쉽더라도 오래 기억에 남는 콘텐츠를 찾다가 연락을 주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얘기를 듣고 나서는 조금 더 편한 마음으로 원래 진행하던 방식대로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더불어 내가 하는 것들에 가치를 두고 봐주는 분이 있어 그 덕분에 내가 진행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상기하며 감사한 마음으로 마무리를 했던 것 같다.


 


 마치고 나서 돌아보니, 처음 온라인으로 강의 콘텐츠를 올릴 때는 이런 기회들은 생각하지 못했던 일들인 것 같다. 그냥 그때그때 하고 싶은 끌리는 일들을 열심히 하자라는 주의인데 너무 먼 미래까지 보지 않더라도 지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에 집중하는 것만으로도 여러 가지 기회가 생기는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내 소울푸드 중 하나는 재수생 시절부터 열심히 먹던 순댓국인데, 올라오는 길에는 천안과 가까운 곳에 병천면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잠깐 들러서 병천 순댓국 한 그릇하고 기념용 호두과자 몇 상자 챙겨서 다시 서울로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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