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왜 스타트업에 합류할까? 많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커리어의 전환, 자유로운 업무 환경, 내가 좋아하는 서비스를 직접 키우는 것에 참여하기 등등..
하지만 초기 스타트업에 합류하는 가장 큰 매력 포인트 중 하나는 업사이드로 크게 열려있는 금전적인 보상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것은 높은 연봉, 높은 인센티브가 아닌 주식으로만 가능하다. 연봉과 인센티브와 같은 것들은 리니어(Linear)한 증가 곡선을 그리는 데에 반해 주식과 같은 자산은 회사의 성장성에 따라 익스포넨셜(Exponential)한 자산 증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IT서비스와 같이 스케일업이 용이한 형태의 비즈니스에서는 이것이 더 극적으로 가능해진다. 그래서 이를 두고 '로켓에 탄다'와 같이 표현하기도 한다. (어떤 로켓이 우주까지 갈 수 있을지는 잘 판단해야겠지만!)
스타트업에 합류하는 모두가 이러한 금전적인 보상을 기대할 수 있을까?
일반적으로는 입사 사번 10번 정도까지가 이러한 주식형 보상을 통해 유의미한 경제적 자유를 이룰 수 있다고 말한다. 스타트업에서는 여러 번의 투자 시리즈를 거치고도 주식형 보상을 제공하곤 하지만, 그 시점까지 가게 되면 회사의 주식 대부분은 투자사의 소유가 되거나 유의미한 양의 주식은 몇몇의 주요 재직자와 창업자 레벨에게만 돌아가기 마련이다.
High Risk, High Return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아주 간단하고 공평한 원칙이다. 더 큰 위험(Risk)을 지고 초기에 참여할수록, 더 많은 보상(Return)이 돌아간다. 초기에 불확실성이 높은 시기에 회사에 합류해서 함께할수록 많은 주식 보상을 얻을 수가 있다. 정말 엄청나게 핵심인재가 아니고서는, 투자 시리즈 B~C 이후에는 연봉의 일부 금액에 상응하는 부분을 스톡옵션으로 제공하는 것과 같은 작은 보상만을 기대할 수 있다.
스톡옵션에 관해 많은 부분을 설명해주고 있는 영상이 있다. 아래 센드 버드의 창업자인 김동신 님께서 만든 영상으로 스톡옵션에 관한 대부분의 설명을 대신한다.
나 역시도 한때 스톡옵션을 받았던 적이 있었다. 아직 대학도 졸업하기 전이었는데 팀의 혼란기를 겪으며 많은 분들이 나가게 되면서 돌아온 기회였다. 돈이 급했던 때가 아니었고 밥버거 하나면 행복했던 절반은 학생이고 절반은 직장인이었던 시기였기 때문에 월급의 절반을 깎는 대신에 스톡옵션을 청했었다. 이게 어떤 것인지 경험해보고 싶었다. 당시 팀이 아직 10명도 안되던 시기였고, 기업가치로는 약 2~30억 정도를 받을 때에 논의를 하다 보니 가진 역량에 비해서 많은 부분을 받았었던 것 같다.
결론적으로는 내가 가졌던 권리들을 포기하고 다시 학교로 돌아갔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겠지만, 그때는 그게 최선의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들려오는 회사의 기업가치가 약 2~3000억을 상회하고 종종 TV광고도 하는 것을 보면서 과거에는 많은 감정이 나를 지나갔다. 왜 그 기회를 놓쳤을까?와 같은 후회를 많이 했었다.
그때 그대로 팀에 남아있었더라면 지금쯤 약 100배에 달하는 주식차익을 얻어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생활을 할 수도 있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들어 후회를 했었다. 그런데 이제보니 어려운 시기에 버틸 수 있는 것이 역량이고 자격이라는 생각이 든다.
비트코인이 오른 뒤에는 누구나 과거로 돌아간다면 무조건 살 것이라는 얘기를 하곤 한다. 나도, 스타트업에서의 스톡옵션도 똑같다. 이제서야 서비스가 이렇게 성장했다는 것을 눈으로 보니 알 수 있었을 뿐이지 그때로 돌아가도 아마 내 역량으로는 똑같은 결정을 했을 것이다. 어려운 시기에 서비스를 믿고 같이 버텨줄 수 있을만한 힘이 없었던 것이다. 사회경험도 많이 없었고.. 조직에서 버텨내고 포지션 업무를 수행해낼 수 있는 역량이 없었기에 그랬던 것 뿐이지 운이 없어서가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그것은 내 것이 아니었다.
그래도 한때는 나 자체였던 서비스를 시간이 좀 지나니 후회를 뒤로하고 차분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그때 같이 했었던 사람들 여전히 응원하고, 서비스가 더더 성공하기를 조금 멀리서 응원하게 된다. 그리고 20대 때 겪었던 경험으로부터 얻은 레슨들은 완전히 내 것이라는 것을 안다. 그 과정을 거치며 어떤 일을 할지 정리할 수 있었고, 데이터 일을 하고 있고, 스톡옵션은 그러한 서치 과정에서 따라왔던 부산물이었을 뿐이었다. 많은 감정들이 있었지만 이제 지나갔고, 그 이상의 가치를 스스로의 힘으로 만들어 나가면 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