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더 솔직하게 꺼내어 놓을 수 있는 사람들
회사 안에서 조금이라도 마음을 터놓고 조언을 얻을 사람이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이다.
최근 회사 안에서의 사람들과의 관계와 내 역할에 대한 고민이 문득문득 들었었는데, 쉽사리 꺼내어 놓을 곳이 없어 고민이었다. 가족에게는 위로와 같이 걱정해주는 호사를 받을 수 있겠지만 그 맥락을 정확히 공유하여 이해받기는 힘들 것이고 친구들에게는 자칫 이 고민의 무게가 가볍게 전달되거나 그들의 생활 속 힘듦에 묻혀가지 않을까 하여 속으로만 가지고 있었던 고민이었다.
오늘은 점심시간을 같이 했던 인생 선배이자 동료에게 밥을 먹다 말고 넌지시 물었다. 일을 할 때 어떤 마음 가짐으로 일을 하고 계시냐고. 여러 가지 고민이 섞인 질문이었다. 일을 할 때 동료와의 관계와 성과가 충돌한다고 느껴질 때 무엇을 더 우선시해야 하는 것인지. 일을 하는 게 마치 마라톤처럼 느껴지는데 언제 힘을 주고 언제 힘을 빼어야 하는지. 의견을 낼 때는 언제이고, 의견을 들어야 할 때는 언제인지와 같은 나 조차도 정리가 안 되는 여러 가지 일에서의 고민에 대해 묻기가 어려워 던진 질문이었다.
내 동료이자 인생 선배는 그냥 치기 어린 질문으로 받아들여, 그런 게 어디 있냐, 돈을 벌기 위해 하는 거 아니냐 등의 가벼이 넘어갈 수 있는 질문이었다고 생각하는데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고 진지하게 대답을 주었다. 내 맥락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정확히 대답해주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천천히 경험담을 섞어 조언을 풀어주었다.
특히 개인적으로 최근에는 관계를 유지하는 것과 성과에서의 탁월함(탁월함이라곤 하지만.. 그냥 내 기준에서의 고민)을 추구하는 것 사이에서의 고민을 종종 느꼈는데 나는 지금까지 이것을 둘 중 하나를 꼭 선택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해왔다는 것도 대화를 통해 깨달을 수 있었다. 오히려 그건 내가 편한 방식에 가깝지, 남들 감정 신경 안 쓰고 일에만 집중하면 되니까, 하지만 다른 사람들 감정도 고려하면서 해야 될 말과 주장하고 싶은 것들을 다 말하는 것은 어렵지만 더 멋있다고 말해주어 큰 위로를 받을 수 있었다.
마치 기침같이 생각을 거치지 못하고 점심상에 내어 놓은 질문에 오해 없이 질문을 들어주고 대답을 내어주어 고마웠다.
이 멋진 동료와의 대화를 마치고 문득 궁금해졌다. 건강한 조직문화란 무엇일까? 나는 조직 내의 구성원 누군가가 A라고 말했을 때 A라고 받아들이는 문화라고 생각한다. A라고 말했을 때 그 사람의 의견을 곡해하여 받아들여 B라고 멋대로 생각한다던지, 실제로 A라고 말했지만 B라고 생각하도록 눈치를 준다던지 하는 순간부터 조직 문화의 건강은 병에 걸린다. 마치 공식적으로는 야근이 없다고 말해놓고 암묵적으로는 야근을 강요하는 조직문화 같은 것들처럼 말이다.
그렇게 서로 간에 오해 없는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다고 믿을 때에야 비로소 우리 조직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과 이에 대한 내 생각을 좀 더 투명하게 꺼내어 놓을 수 있지 않나 싶다. 모두가 문제를 알고 있지만 그것을 말하지 못한다면 그 조직은 안에서부터 썩어 들어갈 것이다. 내가 아무리 생각을 간단하고 오해 없는 언어로 전달하더라도 그것을 들어주는 사람이 다른 편견이나 맥락에서 들을 거라 생각한다면 누구도 말을 꺼내지 못할 것이다. 당장에는 문제만을 사람들이 이야기하기 때문에 우리 조직이 정말 잘못되었구나 라고 생각을 하기 쉽지만 오히려 나는 문제를 같이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그 자체로 그 조직이 아주 건강하다는 신호라고 생각한다. 털어서 문제 하나 없는 사람, 조직이 어디에 있겠나.
건강한 사람들과 건강한 조직 안에서 함께 일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 나부터 건강해져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