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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e Han Aug 27. 2024

내일은 비빔면을 먹을 거야

Apr 17, 2020

어젯밤 침대에 누워 지인이 SNS에 망향비빔국수 이미지 올린 걸 보고, 나도 일어나서 국수를 먹어야지 생각했다. 마침 얼마 전 TV에서 한 여배우가 비빔국수 먹는 장면을 본 뒤였다. 분명 내가 아는 식당이고 몇 번 먹어본 국수인데, 저렇게나 맛있어 보이다니! 우리 부부는 심각한 수준의 맵지리지만, 화면 속 국수라면 우리도 못지않게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주변에 비빔국수 따위 파는 식당이 없어서 인터넷에서 비빔국수 레시피를 찾고, 냉장고를 뒤져 가용한 재료를 모았다. 마침, 멸칫국물 내 열무김치 얹어 먹으려고 사다 놓은 소면이 있었고, 맛 좋은 초고추장도 있었다. 집에서 요리하는 횟수가 늘면서 자신감도 늘던 때였다. 음식 준비에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맛의 수준은 나쁘지 않다고 자신했다.

양념은 초고추장 가득 2큰술, 다진 마늘 가득 1작은술, 매실액 1큰술, 꿀 1작은술, 참기름 1큰술, 깨 약간. 소면은 물이 끓어오를 때 찬물을 한 번씩 부어 탱글한 탄력을 지켜냈다. 국수 몇 번 만들어봤다고, 퍼지지 않게 잘 삶는다. 찬물에 바로 박박 씻어 전분기도 씻어냈다. 계란도 삶아냈다. 지극히 한국적인 맛을 낼 수 있는 재료들이 모두 모였다.


그렇게, 팔도비빔면과 똑같은 맛의 비빔국수가 만들어졌다.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망향비빔국수 콘텐츠를 보며 팔도비빔면을 만들어낸 내 손에 놀랐고, 블라인드 테스트를 하면 도저히 판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시제품과 똑같이 만들어진 결과에 놀랐다. 아내는 맛있게 먹었다. 나도 맛있게 먹었다. 망향비빔국수를 먹는 이들과의 먹방과는 결이 다르지만, 그날 우리 부부도 먹방을 찍었다. 맛있으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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