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기억에 남는 커피, 기억에 남는 카페

서울시 마포구, 카페 아이두(I do)

by Joe Han

서울 홍익대학교 주변을 아우르는 지역은 다양한 문화의 중심으로 꼽힌다. 늘 참신한 것들이 태동하고 발전한다. 국내에서 역동적으로 성장한 커피 시장 역시 마찬가지여서, 홍대 인근 거리에는 맛있다고 소문난 카페들이 뒤챈다. 동네 곳곳에서 자신들만의 전문성을 내세워 카페 문화를 꽃피우고 있는 홍대 카페들은 한국 커피 문화의 한 편을 이끌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문화의 한가운데 카페 ‘아이두(I do)’가 있다. 아이두는 홍익대학교 인근인 지하철 2호선 합정역과 6호선 상수역 사이 여러 카페들과 레스토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골목에 위치한 로스터리 카페다. 2011년 지금 위치에 처음 문을 열었는데, 한적했던 동네가 꽤나 번화한 곳으로 변할 때까지 조용히 자리를 지키며 시나브로 지역의 터줏대감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아이두의 입구는 눈에 잘 띄는 큼지막한 붉은 대문으로 되어 있다. 카페의 상징이 되어 현재 가게의 로고로도 활용되고 있는데, 이는 2014년말 공사를 해 세운 것이다. 처음의 아이두는 가정집을 개조한 소박하고 조용한 모습이었다. 입구도 소소해서 못 보고 스쳐 지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다 지금의 붉은 대문을 앞세우며 더욱 감각적인 공간으로 바뀌었고, 아는 사람들이 즐겨 찾던 곳에서 모르는 사람들도 일부러 찾아가는 곳으로 변했다.


아이두는 ‘기억에 남는 커피’를 자신들의 슬로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적어도 커피 맛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는 자신감이 담겨 있는 듯하다. 아이두의 커피가 맛의 기준이 될 수는 없겠지만, 우후죽순으로 카페들이 들어섰다 사라지는 홍익대학교 인근 상권의 모습을 생각하면, 그들이 얼마나 좋은 맛을 잘 유지하고 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아이두에서는 롤리, 다크나이트, 타이거펀치 등 세 가지 종류의 하우스 블랜드를 내고 있다. 롤리는 카페에서 가장 가벼운 로스팅으로, 과일처럼 산뜻한 산미와 단맛이 풍부하며, 다크나이트는 미디엄 로스팅으로, 쵸콜릿과 같은 뉘앙스가 더욱 두드러지는 블랜드다. 타이거펀치는 다크로스팅으로 셋 중 가장 무거운 바디를 가지고 있다. 세 원두는 여러 형태의 음료로 만들어져 손님들을 만나는데, 카페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에스프레소는 롤리를 추출해서 낸다.



라떼는 두 가지로 맛을 볼 수 있다. 롤리를 베이스로 한 ‘카페라떼’와 다크 나이트를 베이스로 한 ‘카페 런던’이 그 것이다. 카페라떼가 상대적으로 더 산뜻하고 카페 런던은 보다 고소한 뉘앙스를 지닌다. 그리고, 메뉴판에 포함되어 있지는 않지만 롤리 더블 리스트레또에 거품이 적은 스팀밀크를 얹은 ‘매직’이라는 메뉴도 있다.


아이두에서 손님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메뉴 중 하나는 ‘썸머라떼(Summer Latte)’다. 최근 몇 년 사이 국내 카페들에 조용히 퍼진 호주식 아이스커피로, 우리가 흔히 마시는 아이스라떼에 아이스크림이 올라간 음료다. ‘썸머라떼’는 아이두에서 2011년 카페를 열 때 판매하기 시작하며 이름을 붙인 고유명사지만, 지금은 여러 카페들에서 마치 보통명사인 듯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있다.



썸머라떼의 레시피는 간단하다. 카페의 미디엄 로스팅 하우스 블렌드인‘다크 나이트’ 에스프레소 더블샷에 우유, 아이스크림 두 스쿱, 얼음 네 조각, 그리고 프랑스 명품 브랜드 발로나 파우더가 더해져 완성된다. 아이두 썸머라떼만의 맛의 비결은 베이스가 되는 커피와 아이스크림의 조화에 있다. ‘다크 나이트’는 우유와 베리에이션 했을 때 무척 고소한데, 여러 종류의 아이스크림 가운데 고심 끝에 선택된 나뚜루 바닐라 아이스크림과의 최적화된 유지방 밸런스로, 너무 달지도 혹은 느끼하거나 밋밋하지도 않은 한 잔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썸머라떼를 쫓아 메뉴에 도입한 카페들이 늘었고, 모두 비슷한 레시피로 음료를 만들겠지만, 맛의 성격과 질감은 천차만별 각양각색이다. 아이두를 찾아 썸머라떼를 맛 본 사람들이 종종 인생커피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칭찬하는 것은 아이두의 호주식 아이스커피가 단순한 레시피 속에서도 얼마나 단단한 밀도의 맛을 담고 있는지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 기억에 남는 맛 덕분에 썸머라떼는 주인장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가게의 시그니처 음료가 되어버렸다.


아이두에서는 커피 메뉴 외에 생쵸콜렛을 녹여 만든 쵸콜렛라떼 ‘벨지움쵸코’, 친환경 사과와 시나몬스틱으로 만든 과일차 ‘애플시나몬티’, 크랜베리, 체리, 히이스커스를 블랜딩한 차 ‘크림슨펀치’ 등 다양한 음료도 낸다. 그리고 2층의 제빵실에서 직접 만든 스콘, 브라우니, 파운드 등 다양한 빵 종료들도 함께 맛볼 수 있다.


아이두에 들러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의 입은 그 균형 잡히고 단단한 맛을 직관적으로 느낀다. 아이스크림이 얹어진 메뉴든 아니든. 그래서, 카페의 슬로건처럼 아이두에서 맛 본 커피는 그들의 기억에 남는 한 잔이 되는 것이고, 그 감동을 다시 한 번 맛보기 위해 합정동으로 일부러 찾아오게 만드는 것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