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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e Han Mar 18. 2023

쿨한 부부의 쿨하지 못한 발렌타인데이

Feb. 15, 2020

우리 부부는 무슨 무슨 날 따위를 적극적으로 챙기지 않는 편이다. 언젠가, 어느 선까지 챙기는 게 맞을지에 대해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꽤나 이성적이고 현실적인 판단으로, 쓸데없는 데 괜히 돈 쓰지 말고 꼭 필요한 날만 챙기자는 결론에 다다랐다.

"여보, 그럼 우리 생일 정도만 챙길까?"
"그러자, 그럼 결혼기념일은 어떻게 하지?"
"결혼기념일에도 맛있는 거나 먹고, 선물은 따로 신경 쓰지 말자."

심지어 결혼기념일도 이렇게 가볍게 넘어갈 정도니, 크리스마스는 커녕 발렌타인데이나 화이트데이는 안중에도 없었다. 솔직히, 무엇을 사야 하나 하는 고민과 지출에 대한 걱정이 없으니 가벼운 마음이었다. 세상에 이보다 쿨한 부부가 또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결혼 후 두 번째로 맞은 발렌타인데이에 이렇게 둘 다 초콜릿을 사들고 와 물물교환이 이뤄졌다. (미국에는 화이트데이라는 게 없고, 이렇게 발렌타인데이에 마음을 전한다.) 이성적이고 현실적인 사람이 되고 싶지만, 냉정해지지 못하는 아내와 나.

"여보, 초콜릿 상자의 크기는 사랑의 크기에 비례하지 않는 거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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