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할 일이 그렇게 많다고 우리는 공연 하나 제대로 못 보고, 전시 한 번 제대로 못 가고 살았을까? 주위를 둘러보면 즐길 수 있는 게 참 많은데. 우리 주말에 가까운 바다 가서 병맥주 마시면서 책 읽다 오자, 하고는 하늘이 몽글몽글하고 햇살이 까슬까슬한 토요일에도 근처 카페에서 일하느라 바빴지. 사실 잠깐 쉰다고 큰일 날 것도 아닌데, 달콤한 쉼표 계획은 걸핏하면 뒤로 밀려나 버렸다.
그럼에도, 길을 지나다 어떤 장소나 포스터라도 눈에 띄면, '아, 여기는 한 번 꼭 와 봐야지', '이 공연은 꼭 봐야지' 하며 to visit list를 만들었다. 기대와 설렘으로 이름을 적어나가는 것 자체가 하나의 즐거움이었으니까. 재즈를 특히 사랑하는 아내와 재즈 공연이나 재즈바를 찾은 기억은 정말 손가락에 꼽히는 것 같다. 뉴욕에서 한 번, 서울에서 두어 번, 우리가 신혼생활을 한 마이애미에서는 '0번'...
운전하다, 멋들어진 조형물로 누가 봐도 재즈바라고 알리는 가게 앞을 지나며 저기는 아내랑 꼭 가봐야겠다고, 또 한 번 리스트를 적는다. 결국은 아직 가지 못했지만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