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키스를 할 때 종소리가 들린다고? 나는 그녀와 첫 키스를 할 때 어떠한 소리가 들리거나 어떠한 빛이 보이거나 하지 않았다. 분명히 기억한다. 그때 난 눈을 꼭 감고 있었지만 오감은 그녀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이후에도 키스할 때나 스킨십을 할 때 느껴지는 환상 같은 건 없었다.
그녀를 통해 감각의 착오로 접하는 소리나 빛깔 따위는 없지만, 우연히라도 좋은 소리나 예쁜 색을 발견하면 그녀를 떠올린다. 수영장에서 물장구를 치다가 물안경 너머로 보이는 이 핑크빛 세상을 보며, 그녀와 나를 둘러싼 세상의 빛이 딱 이렇지 않을까,라고 문득 생각했듯이 말이다.
"여보랑 같이 수영하니까 너무 좋다. 어설퍼도 좋아. 물안경 너머로 보이는 세상이 이렇게 온통 핑크인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