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는 사람들 모이는 자리에 종종 스파클링 와인을 들고 간다. 특히, 가까운 지인들과 함께 할 때에는 소주, 맥주, 사케, 와인 등 온갖 술들이 뒤섞이기 마련인데, 모두들 가볍게 터지는 상큼한 버블로 시작하는 자리를 좋아했다. 우아하게 코르크를 열고 마시는 한 잔은 모임에 위트를 더하는 동시에 품격도 높인다. 그래서 모두가 멀쩡할 때 스파클링 와인으로 건배하며, 몇 시간 뒤 우리의 발음이 뭉개지고 했던 소리를 또 하기 전, 아직은 지적인 서로의 모습을 목도한다.
나는 원래 스파클링 와인을 좋아했다. 샴페인에 대한 동경 같은 게 있어서, 프랑스 파리에서 자그만 해치백을 몰고 상파뉴 어느 와이너리에 다녀오기도 했다. 어린 직장인 신분으로 그런 비싼 술을 늘 마실수는 없어서 마트에 갈 때마다 대체할 적당한 가격대의 까바나 스푸만테를 추천받아 마셨다. 코르크를 열면 모두 마셔야 한다는 점이 술 약한 나에겐 치명적인 단점이어서, 저렴한 스파클링도 혼자 있을 때에는 언감생심, 사람들과 함께 하는 자리에서나 마시곤 했다.
결혼하고 스파클링 와인은 나와 아내가 좋아하는 주종의 교집합 역할을 했다. 아내는 치즈나 올리브에 레드와인과 화이트와인을 즐겼다. 미국에서 공부하던 시절, 나파밸리까지 투어를 다녀온 그녀다. 지극히 한식을 좋아해 만만한 소주나 맥주를 반주로 곁들이던 나와 결혼한 아내는 두 가지 술 모두 좋아하지 않았지만, 스파클링 와인에는 기꺼이 입을 댔다. 오, 드디어 내게도 마음 편히 스파클링 와인을 고르고 열 수 있는 때가 온 건가! 한 병이면 둘이 마시기에 딱 적당했다.
우리가 지인들과 만날 때 스파클링 와인을 챙겨가기 시작한 것도 그 무렵부터다. 아내와 가까운 언니가 승진했을 때 축하하러 갈 때나 생일 파티에 갈 때에는 샴페인을 들었고, 늦게까지 진탕 마실 것으로 짐작되는 밤에는 그보다 조금 가벼운 스파클링을 들고 갔다. 우리 부부는 오늘 저녁에도 친구네 집에 놀러 간다. 아내가 집에서 와인을 챙겨갈 것이다. 지난 수요일 저녁에 산 녀석 중 한 병을 골라오겠지? 아직 추운 계절이지만 괜히 봄날의 피크닉이 떠오르는 저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