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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e Han Feb 23. 2023

아보카도로 시작하는 아침

Dec 22, 2019

내가 이렇게 아보카도를 끼니로 먹기 시작한 건 얼마 되지 않는다. 가끔 동네 샐러드집에서 연어나 다른 채소들에 곁들여 먹은 적은 있어도, 반을 갈아 씨앗 걷어내고 숟가락으로 과육을 뚝뚝 떠 먹은 건 결혼 후의 일이다. 여기에 라즈베리나 달걀을 곁들여 먹기도 하지만, 이러한 메뉴들이 식탁에 오르는 아침에는 아보카도가 메인이다.


원래 밥을 사랑하는 남자다. 한참 먹을 때에는 국그릇도 작아 우동그릇에 한 가득 밥을 담아 먹었다. 학창시절 보온도시락 국그릇에도 밥을 눌러 담았고, 군대 있을 때에는 씨름하던 고참보다 더 많이 먹었다. 고기 반찬이 없어도, 국물이 없어도, 나는 잘익은 김치 하나에 흰밥이면 충분했다. 양도 양이지만, 탄수화물이 주는 만족감이 있었다.


어릴때부터 풀떼기도 잘 먹긴 했다. 쌈이며, 나물이며 식탁에 오르는 것들은 싹싹 비워냈다. 그래도 밥이 있고 그 옆에 곁들이는 반찬의 역할들이었는데, 아보카도가 끼니가 된 건 조연급 배우가 주연급으로 신분 상승한 거나 다름 없지. 물론 나만 변한 건 아니다. 아내는 식사량이 늘었고, 돼지고기 섭취량이 늘었다. 나는 고기도 잘 먹는 남자라...



한국으로 넘어와서도 가끔 아보카도 생각이 난다. 문제는, 일부 과일이나 채소가 그렇듯, 미국에서 사던 가격에 비해 너무 비싸다는 것. 동네 마트에서 가볍게 접근하던 채소가 고급 재료로 둔갑해버리는 바람에 숟가락으로 떠먹는 건 전만큼 자주 하지 못한다. 결혼 후 아내 따라 입맛이 변하고 겪은 아쉬운 순간이랄까. 내 입맛 책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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