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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e Han Jan 10. 2024

샌드위치 줄게 갈비탕 다오

Mar. 20, 2020

점심에 아내에게 샌드위치를 만들어주었더니, 저녁에 갈비탕을 내왔다. 지단까지 만들어 올렸다. 식사를 준비하는 입장에서 얻을 수 있는 만족은 무엇일까? 아마도 상대가 식탁에 앉아 감탄사를 전할 때부터 시작될 것이다. 이날 와이프가 준비한 갈비탕은 철저히 '남편 맞춤'을 지향하고 있다. 아내는 고깃국물 냄새를 싫어한다. 학창 시절 장모님이 잠깐 식당을 운영하셨는데 그때 집 안에서도 느껴지던 육수 향에 대한 기억 때문에 지금도 고깃국물 진한 음식은 잘 먹지 않는다. 후각에 민감한 그녀가 골골대는 남편 먹이겠다고 한낮에 들인 수고를 생각하면, 이 한 그릇은 배려이자 양보라고 할 수 있다. 그 마음을 알기 때문에 나는 고기 조각 하나, 국물 한 숟가락 남길 수 없다. 어느 유명하다는 식당의 갈비탕과는 맛의 깊이가 다를 것이다. 이 갈비탕의 가치는 맛만으로 평가할 수 없고, 노력과 존재만으로 존중받아 마땅하다. 아내는 내가 맛있게 한 그릇 뚝딱 비우고 아내 그릇에 담긴 것까지 끌어다 먹는 모습에 기분이 썩 좋았을 것이다. 어쩌면 다음에는 곰탕이나 설렁탕을 준비해 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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