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 없는 사과와 명분 없는 옹호… 그들만의 논리
12·3 계엄내란 발생 1년이 지났다. 헌정 질서를 유린했던 그날의 충격은 여전히 국민들의 뇌리에 생생하지만, 정작 그 내란에 책임이 있는 국민의힘은 철면피하고도 소란스럽기까지 하다. 집권 여당에서 야당으로 전락한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배현진, 양향자, 김재섭, 안철수 등 ‘사과파’와 나경원 의원을 위시한 ‘옹호파’ 간의 난타전이 벌어지고 있다.
이들의 갑론을박을 지켜보는 국민의 시선은 싸늘하다 못해 피로감에 젖어 있다. 과연 계엄내란이 1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야 사과를 하느냐 마느냐로 소란스러운 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 싶다. 지리멸렬을 코앞에 두고 내분처럼 보이는 행태는 철저히 2026년 지방선거를 위한 정치 공학적 계산일 뿐 국민을 위한 사과와 반성이 아니라는 점에서 혀를 내두르게 한다.
먼저 배현진, 양향자, 김재섭, 안철수 의원의 행보를 보자. 이들은 최근 경쟁적으로 “국민께 사과해야 한다”, “처절한 반성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양향자 전 의원은 “계엄은 계몽이 아닌 악몽이었다”며 “우리는 대통령의 오판을 막지 못했다. 우리가 낳은 권력을 견제하지도, 제어하지도 못했다”고 당 차원의 성찰을 촉구했다. 배현진 의원은 “김건희 여사와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 역사와 결별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안철수 의원은 "시민의 삶은 작년 12월 3일을 계기로 완전히 무너졌다"며 "이 점에 있어서는 저 또한 부족했다. 죄송하고 사과드린다"고 했다. 김재섭 의원 또한 "지도부가 계엄에 대해 공개적으로 사과하게 좋다"며 동료 의원 20여 명이 연판장을 돌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왜 이제 와서인가?” 2024년 12월 3일, 군 병력이 국회를 봉쇄하고 민주주의를 위협했을 때, 당시 집권 여당이었던 국민의힘에서 왜 이런 반성의 목소리를 내지 않았는가. 침묵하거나 사태를 관망하던 이들이 정권을 잃고 1년이 지난 시점에 와서야 왜 사과할지 말지를 놓고 국민을 우롱하는가. 2026년 지방선거 6개월을 앞둔 시점에서야 비로소 반성하려는 모습은 기만적이기까지 하다. 헌법과 민주주의에 대한 존중이 아니라 오로지 자신들의 정치생명을 연장하려는 비루한 작태일 뿐이다. 그래도 강성 극우가 된 나경원 의원류에 비하면 늦었지만 반갑기는 하다.
나경원 의원의 태도는 더 절망적이다. 나 의원은 자당 내 소위 ‘소장파’들의 지도부에 대한 사과 요구에 대해 “싸우지도 않고 우아하게 앉아만 있던 사람들이 무슨 소장파냐”며 오히려 사과하고 나선 의원들을 비난하고 나섰다. 나아가 윤석열의 비상계엄의 원인을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의 탓으로 돌리는 궤변을 여전히 늘어놓고 있다.
나의원을 비롯해 강성 극우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는 장동혁 대표와 김민수 최고위원 등 여전히 국민의힘 정치인 다수는 여전히 계엄내란을 옹호하거나 그 심각성을 축소하려고 한다. 이들의 눈에는 오직 ‘강성 지지층’만 보일 뿐, 그래도 보수의 가치에 동의하는 다수의 중도와 보편적 보수층은 안중에도 없는 것 같다.
현재 국민의힘의 내부에서는 국민의 삶과는 하등 관계없는 밥그릇 싸움만 벌이고 있다. 한쪽은 선거용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뒤늦게 사과 쇼를 벌이고, 다른 한쪽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음모론과 과거를 붙들고 있다. 제1야당의 이러한 볼썽사나운 행태는 정치적 피로감을 넘어 정치혐오를 유발한다. 정부를 견제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할 야당이, 헌법에 따라 파면된 내란행위를 두고 아직도 고개를 들고 다니는 모습은 뻔뻔하기까지 하다.
아무리 정치는 타이밍과 명분이라지만 1년 동안 옹호하다 이제야 시늉을 하는 뒤늦은 사과 쇼는 기회주의적 처신으로밖에 비치지 않는다. 그나마 야당 지도부에 비하면 다행이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