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꿈과 포부가 싹트기 시작했다" 정부의 적극적 개입 요청
조경일 작가(피스아고라 대표)
1월 20일 방송된 MBC <PD수첩> 화면 속에서 낯설지만 너무나 익숙한 눈동자를 보았다. 1월 어느 날, 전쟁 4년 차에 접어든 우크라이나의 차가운 포로수용소. 그곳에 두 명의 남자가 있었다. 리강은, 그리고 백평강. 그들은 우크라이나의 적군 포로였지만, 그들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은 내 귀에 너무도 익숙한 고향의 억양이었다. 나는 그들을 보는 순간 숨이 턱 막혔다.
그들은 '북한군 포로'로 불리고 있었지만, 내 눈에는 그저 살기 위해 몸부림치다 전장에 내던져진 형제들, 나 자신의 또 다른 자화상으로 보였다. 나는 간절히 호소한다. 대한민국 정부, 이재명 정부에 호소한다. 국제법과 외교 현실이 녹록지 않다는 것쯤은 잘 안다. 그렇다고 이렇게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
<PD수첩>이 전한 북한군 파병의 실체는 참혹하다. 2024년 6월 푸틴과 김정은의 정상회담 이후, 최소 1만 명 이상의 북한 청년들이 러시아로 보내졌다. 그들은 드론이 빗발치는 현대전의 전장에 아무런 대비도 없이 던져졌다.
파병 초기 드론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해 수천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우크라이나 측의 추정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정확한 수치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숫자로 환원될 수 없는 우리의 형제들이 그만큼 사라졌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포로가 된 리강은은 드론 공격으로 팔뼈가 부서지는 중상을 입고 전장에 홀로 남겨졌다. 그는 "살아 있는 것이 죄스럽다"고 말했다. 포로가 되는 순간 배신자이자 변절자가 된다고 세뇌받아왔기 때문이다. 백평강 역시 다리에 철심을 박은 채 "포로가 된 것이 부모에게 불효"라며 괴로워했다.
그러나 그들의 진짜 속마음은 <PD수첩> 제작진이 건넨 김밥 한 줄, 그리고 한국에서 온 선배들의 편지 앞에서 무너져 내렸다. 두부를 좋아하던 어머니를 떠올리며 목이 메고, 한국에 가게 된다면 반드시 감사 인사를 전하겠다고 적은 떨리는 손글씨는 그들이 결코 살인 기계가 아닌, 그저 살고 싶었던 평범한 청년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현재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들을 석방하지 않고 있다. 전쟁이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 그리고 자국 포로를 송환하기 위한 교환 카드로 활용하려는 계산 때문이다. 제네바 협약은 전쟁 포로의 송환을 규정하고 있지만, 본인의 의사에 반하고 박해가 예상될 경우 강제 송환을 금지하는 농르풀망(Non-refoulement) 원칙 또한 분명히 존재한다. 이들이 북한으로 돌아갈 경우 기다리는 것은 처형이거나 정치범 수용소일 가능성이 높다.
교착 상태에 빠진 이 상황을 뚫을 수 있는 것은 결국 대한민국 정부의 의지다. 나는 이재명 정부에 제안한다. 아니, 강력히 요구한다. 탱크 한 대를 주고서라도 저 두 청년을 데려와야 한다.
혹자는 묻는다. 고작 두 명의 목숨을 위해 국방 자산과 외교적 리스크를 감수할 수 있느냐고. 나는 이렇게 답하고 싶다. 바로 그것이 '대한민국'과 '북한'을 가르는 결정적 차이여야 하기 때문이라고.
북한은 청년들을 외화벌이와 정권 유지를 위한 소모품으로, 총알받이로 팔아넘겼다. 부상당한 병사가 짐이 되지 않기 위해 수류탄으로 자폭하는 행위를 '영웅적 희생'으로 포장하는 야만의 체제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달라야 한다. 우리는 단 한 명의 국민, 단 한 명의 동포라도 살리기 위해 국가가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나라임을 보여주어야 한다.
우크라이나가 지금 가장 절실히 원하는 것은 전선에서 사용할 무기다. 만약 우크라이나 정부가 포로 교환의 가치를 무기로 환산한다면, 그 값을 치르자. K2 전차 한 대, 아니 그 이상이라도 사지에서 떨고 있는 두 청년을 구출해 오는 것. 이것이야말로 '국민주권'을 국정 철학으로 삼는 이재명 정부가 보여줄 수 있는 가장 분명한 안보이자 인권 선언이다.
이들을 구출하는 일은 단지 두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지금도 러시아 쿠르스크 전선 어딘가에서, 이름 모를 숲속에서 떨고 있을 북한군 병사들에게 보내는 강력한 메시지다.
"당신들을 총알받이로 내몬 조국은 당신들을 버렸지만,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은 당신들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만큼 북한 정권을 아프게 하는 심리전은 없다.
리강은과 백평강은 한국행을 간절히 희망하고 있다. 그들은 "안 데려가면 죽는 수밖에 없다"고 절규했다. 1년 넘게 좁은 감방에 갇혀 북한으로 송환될지 모른다는 공포 속에서 희망이 점점 옅어져 가는 이들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전쟁 당사국이 아닌 한국 정부가 개입하기 쉽지 않다는 점도 안다. 그렇기에 더욱 방법을 찾아야 한다.
외교부는 '당사자가 희망하면 수용한다'는 원론적 입장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우크라이나 정부를 상대로 이 두 청년이 단순한 전쟁 포로가 아니라, 대한민국 헌법상 우리 국민이라는 논리를 끝까지 밀어붙여야 한다. 제네바 협약의 인도주의 정신을 근거로 삼고, 필요하다면 실질적인 군사·경제적 지원을 지렛대로 삼아 그들의 신병을 확보해야 한다.
<PD수첩>의 마지막 장면, 제작진이 떠난 뒤 다시 철창 안으로 사라지는 그들의 뒷모습이 눈에 밟혀 잠을 이루지 못했다. 북향민 선배들이 보낸 편지를 읽으며 "새로운 꿈과 포부가 싹트기 시작했다"고 쓴 백평강의 글은 분명한 구조 신호였다.
나는 북향민으로서, 먼저 자유를 찾은 형제로서 다시 호소한다. 정부는 더 이상 좌고우면하지 말아야 한다. 탱크 한 대는 부서지면 다시 만들 수 있지만, 사람의 목숨은 한 번 꺼지면 되돌릴 수 없다.
이재명 대통령님, 그리고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저 두 사람을 살려주십시오. 우리가 북한과는 다른 나라, 사람이 사람답게 대접받는 나라에 살고 있음을 북한에 남은 2500만 동포에게 보여주십시오.
2026년의 봄에는 그들이 우크라이나의 차가운 수용소가 아니라 한국의 따뜻한 밥상머리에서 두부 반찬을 먹으며 "포기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말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것이 우리가 지금 지켜야 할 인권의 무게이기 때문이다. 저 두 형제가 우리의 품으로 돌아오는 날을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