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내란과 혐중 전략 분석' 하편
12.3 내란 이후 혐중 담론은 단순히 양적으로 증가한 것을 넘어 담론의 주류화와 정상화를 이루었다. 이전에는 주로 온라인 커뮤니티나 일부 보수 언론에서만 다루어지던 혐중 담론이 12.3 내란 이후에는 주류 언론과 정치권에서도 공공연히 다루어지기 시작했다. 중국을 안보 위협으로 규정하는 것이 더 이상 과격한 주장이 아니라 특정 진영 다수의 우려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다. 대통령의 공식 발화가 담론의 문을 열었다면, 이를 대중적이고 폭발적인 흐름으로 증폭시킨 주역은 단연 뉴미디어와 극우 생태계였다.
'주목 경제'의 비극: 돈이 되는 혐오를 배양한 유튜브
보수층이 전통 언론에 대한 불신을 바탕으로 유튜브를 대안 미디어로 선택하면서, 유튜브는 단순한 미디어 플랫폼을 넘어 정치 세력으로 기능하게 되었다. 유튜브 플랫폼의 경제적 메커니즘이 극우 담론 확산을 촉진한 측면이 크다. 유튜브는 대표적인 주목 경제(attention economy) 부문으로, 얼마나 많은 이용자에게서 오랫동안 주의력을 끌 수 있느냐가 광고 수익, 후원, 기부 등 수익 창출과 직결되기에 최대한 자극적이고 중독적인 콘텐츠를 생산하도록 유도한다.
혐중 담론은 이러한 주목 경제에서 매우 효과적인 상품이었다. 분노와 공포를 자극하고, 명확한 적을 제시하며, 집단 정체성을 강화하는 혐중 콘텐츠는 높은 조회수와 댓글 참여를 유도한다. 12.3 내란 전후로 극우 유튜버들은 "부정선거의 결정적 증거", "중국 개입의 실체" 등의 제목으로 영상을 업로드했고, 이는 수십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 과정에서 팩트체크는 철저히 무시되었다. 언론사들이 음모론을 반박하는 자료를 팩트체크로 제공했으나, 이는 오히려 "언론이 진실을 은폐하려 한다"는 논리로 언론의 신뢰성을 문제 삼는 데 악용되었다. 유튜브 알고리즘은 필터 버블(filter bubble) 효과를 낳아 사용자가 편향된 정보에만 노출되도록 만들었으며, 이는 혐오 확산의 거대한 사회적 인프라로 작동했다.
극우 청년 세대의 등장과 전복된 '피해자 서사’
12.3 내란 이후 나타난 가장 주목할 만한 현상 중 하나는 극우 청년 세대의 가시적 등장이다. 이들은 반공, 반중, 반민주당이라는 전통적 보수 이슈와 함께 반페미니즘 등을 결합시키는 독특한 정치적 정체성을 보여준다. 극우 유튜브 채널과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체계적으로 확산된 이 이질적인 혐오 담론들은 서로 연결되고 혼합되었다.
가장 우려스러운 지점은 이들이 스스로를 '피해자'이자 '사명자'로 호명했다는 점이다. 혐중 담론은 이러한 피해자 서사에 완벽하게 부합한다. "중국이 한국을 침탈한다", "중국이 선거에 개입했다"는 주장은 한국인을 중국의 피해자로 위치시키며, 이에 대한 공격적 대응을 정당화한다. 더욱이 이들은 "자유, 법치, 국민의 저항권" 등 민주주의의 핵심 언어를 내란 옹호 명분으로 내세우며 언어를 전복시켰고, 이는 청년들에게 자신들의 혐오 행동이 정당하다는 확신을 주었다.
거리로 번진 폭력과 도덕적 배제
온라인에서 배양된 공포와 분노의 감정은 현실 세계의 물리적 폭력으로 직결되었다. 12.3 내란 전후 혐중 담론의 가장 우려스러운 변화 중 하나는 인종주의적 전환이다. 이전의 경제적·문화적 갈등 중심의 담론이 노골적인 인종주의적 색채를 띠게 되었으며, 중국인과 중국 동포에 대한 혐오와 차별이 정당화되는 양상이 나타났다. 이는 위기 상황에서 외집단을 도덕적 공동체의 외부로 밀어내고 극단적 행동을 정당화하는 '도덕적 배제(moral exclusion)' 현상이다.
그 결과 대림동, 명동 등 주요 관광특구 및 중국 동포 밀집 지역에서 극우 단체들이 주도하는 혐중 시위가 연일 벌어졌다. 시위대는 "짱깨 아웃", "중공에 충성할 거면 중국으로 꺼져라" 등의 구호를 외쳤으며, 일부 참가자들은 지역 주민들에게 직접적인 위협을 가하기도 했다. 혐중 담론이 온라인상의 표현에 그치지 않고 실제 한국에 거주하는 중국인과 중국 동포의 일상생활을 파괴하는 단계에 이른 것이다.
우리는 12.3 내란이라는 정치적 위기 속에서 혐오가 어떻게 권력의 생존 무기로 전락하고 평범한 이웃의 삶을 위협하는지 목도했다. 정치적 위기 상황에서 혐오 담론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시급하다. 정치 엘리트들은 정치적 이익을 위해 혐오 담론을 동원하는 유혹을 경계하고 책임을 져야 하며, 유튜브 등 플랫폼 기업은 알고리즘이 혐오와 허위정보 확산에 기여하지 않도록 규제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절실한 것은 혐오에 맞서는 시민사회의 연대다. 대림동 혐중 시위 한복판에서 100개 시민단체가 열었던 혐오 선동 규탄 기자회견의 외침을 기억해야 한다. "오늘 대림동이 그들의 표적이라면, 내일은 또 다른 동네, 또 다른 사람이 그 화살을 맞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라며 "혐오의 사슬을 지금 여기서 끊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던 절박한 목소리 말이다. 우리 사회가 위기일수록 타자를 향한 폭력적인 프레이밍을 비판적으로 직시하고 멈춰 세워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