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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리생각 Nov 11. 2021

아재사용설명서를 쓰려는이유 #작가지망

26년차 샐러리맨의 부캐만들기 프로젝트 시작


나는 어느샌가 글을 쓰는 것을 취미로 하고 있다.

10월24일까지 브런치에서 제9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새로운 작가의 탄생 이라는 이벤트를 했다. 블로그 & 브런치에 있던 글들을 10개씩 묶어서 브런치북을 만들고, 23일과 24일 양일에 걸쳐 응모를 했다. 내가 무슨 작가를? 이라는 생각보다는 이제 글을 쓰고 쓰고 또 쓰다 보니까 언젠가는 아마도 책을 출간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한다. 아니 혹시나 출간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조금씩 든다. 독실한 크리스쳔 동료가 알면 이렇게 반문할 것이다. 하나님께 물어보셨어요?


우리의 삶이란 어떻게 펼쳐질지 알 수가 없는 것이 매력이다. 

빨강머리 앤이 늘 입에달고 사는 그 한마디 말고도,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해서 찬사를 아끼지 않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미래를 만드는 것이다라는 다소 과장된 자신감의 석학도 있기는 하나, 여전히 일반인들에게 미래는 불확실, 우려, 기대 등이 뒤섞여 있음이 분명하다. 우리는 빨강머리 앤이나 미래를 만드는 위대한 석학과도 거리가 멀기는 매한가지다.


삶을 살아가다 보니 어느덧 오십두살이나 지났다. 

어쩌다 어른이라는 책도 있듯 어쩌다 보니, 이제 나를 불러주는 타인의 호칭이 "아버님"이 되어버렸다. 오빠, 학생을 지나 아저씨를 넘어 아버님으로. 수년전 2년간의 기러기를 하면서도 나는 우울함을 참으며, 스스로에게 다짐한 적이 있었다. 그래 어차피 기러기 할거면, 국가대표급으로 해보자고. 마찬가지로 내가 그 아버님이자 아재라면 대한민국을 대표해 보자고. 우리는 모두 오늘 이 코로나 시대를 꿋꿋이 살아가는 아재다. 아재로서 삶이란 그리 단순하지 않다. 요즘 유행하는 본캐와 부캐로 볼 때, 도대체 무엇이 본캐인지, 무엇이 부캐인지 헷갈리며 살아가는 중이다.


사실 젊은시절 직장생활에 목숨걸때 나의 본캐는 아주 명확했다. 나 뿐 아닐게다. "대기업 다니는 샐러리맨" 나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했고, 주위에서도 나를 볼 때 그냥 그렇게 보았다. 본캐를 더욱 빠르고 강하게 키울려는 노력에 휴일도 반납했다. 가끔씩 자녀들을 데리고 어린이대공원을 가거나, 여행을 다니긴 하지만, 평소의 모든 육아와 자녀교육은 모두 아내의 몫이었다. 아내도 회사를 다니고 있었는데 말이다. "대기업 다니는 샐러리맨"은 오로지 임원이 되기 위해 자신의 젊은 시절 모든 것을 쏟아 부었다. 


오십이 넘었다. 임원은 고사하고, 이제는 그 달랑달랑한 부서장 직함도 떨어졌다. 갑자기 "대기업 다니는 샐러리맨"은 혼란이 온다. 나의 본캐가 뭐지? 이제 더이상 "대기업 다니는 샐러리맨"이라는 본캐로 살아가는 내가 아님을 스스로도 확인을 한다. 시키는 일을 수행하는 정도의 샐러리맨이 어떻게 본캐가 될 수 있을까? 그러다 보니, 오늘도 이것 저것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헤매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A Roman Street Letter-Writer Reading A Letter Aloud To A Young Girl (1829)Ernst Meyer


언제부터인가 작가가 되려는 꿈을 갖고 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를 동경한다.


그래서 이제 부케 하나는 작가지망생으로 하기로 했다. 집안의 가장이라는 것은 부케가 될까? 솔직히 말하면 집안에서의 월소득 기여는 높으나, 이건 아무도 사실 인정해 주지도 않을 뿐더러 자녀들에게 월급통장 공개한 적도 없다. 우리집 가장이라면 실질적으로는 아내가 담당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그저 예전에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아내의 남편, 자녀들의 아버지라는 건 그냥 당연직으로 된 거라 이건 뭐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 직장 동료라는 부케도 그냥 주어진 것이고. 



며칠 전 까마득한 후배 결혼식 가서 매우 특이한 광경을 목격했다. 


노총각 결혼에서 마지막 순서로 기념사진 찍기가 있었는데, 첫째 부모님 및 직계가족 촬영이후 요가 동호회 촬영이 두번째로 호명되었다. 그 후배의 경우 부케는 필시 요가동호회원일 것이다. 이런것도 부케가 되는구나 생각을 해 본다. 대학동창들, 고등학교동창들과 가끔씩 만난다. 직장 동료 중 나이 많은 고참들끼리 만난다. 회사를 그만 둔 선후배들과 가끔씩 만난다. 그냥 만나는 것에 의의를 둘 뿐 특별히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다. 아마도 이런건 부캐라고 하긴 좀 그런 것 같다.


그래서, 부캐를 "작가지망생"으로 열심히 키워보려고 한다.


글은 아재로서, 샐러리맨으로서, 이 시대의 아버지로서의 여러가지 생각들을 끄적거려 보려고 한다. 지금까지 그랬듯 말이다. 그런데? 과연 누가 관심이 있을까... 아재사용설명서에 대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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