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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엘 Feb 19. 2024

고양이를 키울 때 반드시 알아야 하는 것

#펫로스 #고양이집사 #반려동물

앨범을 보거나 할 때 너무 마음이 아픈 건 얘랑 나랑 가는 시간의 속도가 다르니까. 얘의 시간은 빨리 흐르고, 나의 시간은 천천히 가고...

너와 나의 시간이 다르다는 것



고양이를 키우기 전에 반드시 알아야 할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일까요? 


비용? 알레르기? 해야 할 일? 냄새?


충동적으로 덜컥 고양이를 입양한 [철없는 초초보 집사], 오랜 고민 끝에 고양이와 가족이 된 지 3개월 된 [신중한 초보 집사], 20년 가까이 고양이를 키우고 있는 [베테랑 집사]를 만나봤습니다.


1. 철없는 초초보 집사 (혼란기)


Q. 백지를 키운 지는 얼마나 되셨나요?

A. 이십일 정도 됐어요. 


Q. 고양이를 키우는 건 생각했던 그대로인가요?

A. 저는 사실 깊은 고민 없이 너무 갑작스럽게 입양을 했어요. 그래서인지 정말 예쁘고 사랑스럽지만,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 너무 많아요.


Q. 어떤 점이죠?

A. 가장 대표적인 건 비용이죠. 처음 데려올 때부터 링웜이 있었고, 얼마 후에는 결막염이 왔고요. 치료 중인데 쉽지 않아요. 사람한테 옮을 수도 있고요. 치료비가 비싸다는 거는 알았지만... 결제하는데 거짓말이 아니라 등줄기에서 식은땀이 쭉 흐르더라고요. 그런데 또 너무 예쁘고 안쓰러우니까 또 지갑을 여는 거죠.


 이렇게 정드는 게 덜컥 겁도 나요. 책임감의 무게라고 할까요. 생각보다 손도 많이 가고요. 대소변 치워주고 밥 주는 것도 일이더라고요. 고양이는 별로 손이 안 간다던데 그건 아닌 거 같아요. 사료도 건식만 줘라, 습식이 좋다, 이건 먹여도 된다, 안된다... 알아야 할 것도 너무 많은데 얘기도 다 달라서 뭘 믿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근데 또 그걸 다 찾아보고 한다? 


 와... 이거 뭐에 홀린 건지 어어어 하면서 돈 쓰고, 시간 쓰고 빠져드는 중입니다.



2. 신중한 초보 집사 (적응기)


Q. 오베를 키우니까 어때요?

 A. 너무 좋아요. 고양이 덕분에 행복해요.

 

Q. 힘든 건 없어요?

A. 힘들긴 한데 루틴이 갖춰진 다음부터는 익숙해졌어요. 바쁘게 사는 것 같아서 활력도 생기는 것 같고요.


Q. 단점은 없어요?

A. 돈이죠. 여행 갈 때 너무 걱정될 것 같다는 것도 단점 중 하나고요.


Q. 고양이를 키우는 건 생각했던 그대로인가요?

A. 생각했던 것 이상이에요. 예전에는 그냥 고양이 키우고 싶다, 귀여운 거 맨날 보고 싶다, 이 정도였는데 지금은 진짜 하나의 식구 같아요. 왜 해외에서 갑부들이 전 재산을 애완동물에게 유산으로 남기는지 이해가 되더라니까요. 



Q. 고양이 키우기 전에 몰랐던 점이 있다면?

A. 가 이렇게까지 얘를 사랑할 줄은 몰랐지. 내가 얘를 몇 년 동안 키운 것도 아닌데, 상당히 금방 빨리 많은 정이 생겼네요. 스스로도 놀랄 정도예요. 


Q. 고양이를 키우고 싶은 사람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A. 저는 상당히 부지런한 편이고, 루틴을 만들어서 군인처럼 지키는 편이기 때문에 고양이를 케어하는 게 힘들지 않고, 오히려 나태해지는 걸 막아주는 느낌이에요. 하지만 움직이는 걸 안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힘듦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얘랑 매일 놀아줘야 하고, 세수, 양치도 시켜줘야 하고 배변통도 매번 청소를 해줘야 하고, 식사도 끼니마다 챙겨줘야 하고, 목욕도 가끔 시켜줘야 하니까요. 강아지처럼 산책은 안 가지만 집에서 하는 소소한 일들이 많은데 이런 걸 다 케어할 자신이 없다면, 둘 다 서로 행복하지 못할 것 같아요. 고양이든 집사든.


3. 베테랑 집사 (안정기)


Q. 고양이를 키운 지는 얼마나 됐어요?

A. 2005년에 두 마리를 키웠는데 한 마리는 14살에 먼저 갔고, 남아있는 하쿠는 18살이에요. 

 

Q. 하쿠는 집사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A. 자식이죠. 개를 키울 때랑 (물론 그땐 어렸지만) 완전히 기분이 달라요. 얘는 정말 사람을 길들이는 느낌이거든요.


Q. 초보 집사들이 고양이를 키울 때 가장 큰 단점 혹은 걱정으로 비용을 꼽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A. 자기가 할 수 있는 만큼 키워야죠. 아이 키우는 것과 똑같은 것 같아요. 남의 기준에 자꾸 맞추다 보면 힘들어요. 그래서 고양이를 버리는 일도 발생하고요.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해주는 거. 그렇게 같이 시간을 보내는 거. 그게 고양이를 위하는 길이예요.


Q. 하쿠가 고양이 나이로 치면 할아버지잖아요. 그래도 아기 같아요?

A. 100세 할아버지라고 하던데, 그래도 아기 같아요. 더 대답도 잘하고. 더 안기려 하고.


Q. 하쿠가 무지개 다리를 건너면 어떨 거 같으세요?

A. 약간 상상이 안 가요. 첫 번째 고양이가 갔을 때는 하쿠가 있었기 때문에 공허함이 덜 했는데도 오래가더라고요. 근데 이제 얘마저 가면 아마... 


앨범을 보거나 할 때 너무 마음이 아픈 건 얘랑 나랑 가는 시간의 속도가 다르니까. 얘의 시간은 빨리 흐르고, 나의 시간은 천천히 가고.




하쿠는 며칠 전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 집사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집 어디선가 나를 부르는 하쿠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좋아하던 생크림을 못 먹게 한 게 내내 마음에 걸리네. 오래 살아줘서 고맙지. 그리고 언젠가 다시 만나겠지.


고양이를 키우기 전에 반드시 알아야 할 가장 중요한 건 수명은 정해져 있고, 모든 것엔 끝이 있다는 것.


떠날 날을 미리 두려워하며 걱정하기보다는 현재를 후회 없이 행복하고 즐겁게 사는 것. 


그리고 당신이 최고의 집사라는 것.

https://youtu.be/iEcPiae4ON8?si=BdV8FQMe7S_mTXr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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